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연구팀이(왼쪽부터 김주희 교수, 곽정민, 정지수 연구원) 모유를 통한 영아의 PFAS 노출을 개인별로 추정하고, 2018년과 2023년 국내 출생 코호트의 노출 변화를 분석했다.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연구팀, 신생아 신장 성숙 반영한 영아 맞춤형 PBPK 모델 개발
2018·2023년 국내 출생 코호트 425쌍 분석··· 규제 물질 줄었지만 대체 물질 증가
“개별 물질 아닌 영아가 감당하는 전체 부담을 살펴야”
모유에 과불화화합물(PFAS·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는 실제 아기에게 노출되는 수준을 알기 어렵다. 같은 양을 섭취해도 몸에서 얼마나 흡수되고 배출되는지에 따라 체내에 남는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에 주목했다. 신생아의 미성숙한 신장 기능과 성장 과정을 반영해 모유를 통해 들어온 PFAS가 영아의 몸에 얼마나 축적되는지를 개인별로 추정하는 생리학적 기반 약동학(PBPK·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IF=12.2)에 게재됐다.
모유의 농도에서 ‘아기 몸속 농도’로
PFAS는 물과 기름을 밀어내고 열에 강한 성질을 지닌 인공 화학물질군이다. 프라이팬 코팅, 방수·발수 의류, 식품 포장재 등 다양한 제품에 오랫동안 사용됐다.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사람의 몸에도 오래 남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린다.
기존 연구는 주로 모유에서 PFAS가 얼마나 검출되는지, 또는 영아가 하루에 얼마나 섭취하는지를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모유에서 측정된 농도가 곧 아기의 몸속 농도를 뜻하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모유에서 측정한 농도는 엄마의 노출 정도이지 모유를 먹는 아이의 체내 농도는 아니다”라며 “신생아나 영아의 혈액을 직접 수집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을 이용해 추정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시기에 구축된 두 국내 출생 코호트를 비교했다. 2018년 EESC 코호트의 산모·영아 221쌍과 2022~2023년 LIFE-EPIC 출생 코호트의 204쌍 등 총 425쌍의 자료를 활용했다. 각 모유에서 PFDeA(과불화데칸산), PFHxS(과불화헥산술폰산), PFNA(퍼플루오로노나노산), PFOA(퍼플루오로옥탄산), PFOS(과불화옥탄술폰산) 등 다섯 종류의 PFAS 농도를 분석하고, 영아별 하루 모유 섭취량과 출생체중 등을 결합해 개인별 체내 노출량을 추정했다.
좁은 ‘배수구’까지 계산하다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신생아의 신장 기능이 성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었다는 데 있다. 김 교수는 이를 욕조에 비유했다. 기존 방식이 수도꼭지에서 욕조로 들어오는 물의 양만 계산했다면, 이번 연구는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구까지 함께 고려했다. 몸에서는 신장이 이 역할을 한다.
문제는 신생아의 ‘배수구’가 아직 충분히 열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신생아의 사구체여과율(GFR)은 출생 당시 성인의 약 20% 수준이다. 생후 54일 무렵 절반에 도달하고, 약 3.5개월이 지나야 성인의 90% 수준으로 올라간다. 출생 직후에는 몸에 들어온 물질을 배출하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신장 기능이 발달하는 과정까지 모델에 반영했다. 모유를 통해 들어오는 PFAS의 양뿐 아니라, 흡수된 물질이 몸에 머물고 배출되는 과정도 함께 계산했다.
개인별 차이도 반영했다. 평균적인 아기 한 명을 가정하지 않고 실제 모유 섭취량과 체중 등을 토대로 각각의 체내 농도를 추정했다. 김 교수는 “평균값으로 뭉뚱그리면 노출이 특히 높은 일부 아기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실제로 한 집단 안에서도 예상 체내 농도가 크게 벌어졌고, 관리가 가장 필요한 아이들이 바로 그 구간에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모델을 독일 영아의 실제 혈액 측정 자료와 비교했다. PFOA와 PFOS의 예측값은 실측값의 각각 0.67배, 0.61배였다. 연구팀이 설정한 검증 허용 범위인 0.5~2.0 안에 들었다.
연구팀은 국내 산모·영아 425쌍의 모유 자료를 분석하고, 신생아의 신장 성숙 과정을 반영한 PBPK 모델을 이용해 영아의 체내 PFAS 노출량을 추정했다.
규제 물질은 줄었지만, 다른 PFAS가 그 자리를 채웠다
연구팀은 2018년과 2023년의 모유 자료를 비교해 PFAS 노출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살폈다. 영아의 월령 차이를 보정한 결과 PFHxS는 66.7% 감소했다. 반면 PFNA는 161.5%, PFDeA 135.1% 증가했다. PFOA와 PFOS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PFHxS가 감소한 것은 국제 협약과 국내 규제의 효과가 나타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규제되지 않은 다른 PFAS가 늘어난 점은 새로운 문제를 보여준다. 그는 “규제가 된 물질은 줄었지만, 그 자리를 비슷한 성질의 대체 물질이 채우고 있다. 문제 물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름을 바꿔 남아 있는 셈”이라며, “특정 물질을 규제한 뒤 구조와 성질이 비슷한 다른 물질의 사용이 늘어나는 현상을 ‘유감스러운 대체(regrettable substitution)’”라고 설명했다.
대체 물질은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PFDeA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자료가 거의 없어 이번 모델에서도 예측의 불확실성이 가장 컸다. PFNA 역시 내분비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다. 김 교수는 “새 물질일수록 독성 자료가 부족하다”라며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근거조차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이 늘어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별 물질은 달라졌지만, 전체 부담은 줄지 않았다
연구팀은 두 가지 방식으로 영아의 PFAS 노출 수준을 평가했다. 먼저 모유 속 PFAS 농도에 영아가 하루에 먹는 모유의 양과 체중을 반영해 실제 섭취량을 계산했다. PFOA, PFOS, PFNA, PFHxS 네 종을 합산한 하루 섭취량 중앙값은 2018년 38.5ng/kg/day, 2023년 48.7ng/kg/day였다. 이는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내용주간섭취량(TWI)을 하루 단위로 환산한 0.63ng/kg/day와 비교해 각각 약 61배, 77배에 해당한다.
모유 자체에 들어있는 PFAS 농도도 별도로 평가했다. 네 종류 PFAS의 합이 EFSA 기준을 바탕으로 산출한 모유 임계농도 0.133μg/L를 시료는 2018년 76%에서 2023년 100%로 증가했다.
두 평가 모두 개별 물질의 증감과 달리 영아가 받는 전체 PFAS 노출 부담은 5년 사이 줄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이를 이번 연구의 핵심 결과로 꼽았다. 규제 대상인 일부 물질은 감소했지만, 다른 PFAS가 증가하면서 전체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61배’, ‘77배’라는 수치를 건강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EFSA의 TWI는 평생 노출을 고려해 마련된 기준으로, 영아의 하루 섭취량과 직접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김 교수는 “이 수치는 개인에 대한 건강 경고라기 보다는 사회 전체가 PFAS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모유가 아니라 ‘모유로 들어오는 경로’
이번 연구가 모유 수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PFAS는 몸속에서 수년간 머무를 수 있다. 모유에 나타나는 PFAS는 임신이나 수유 기간에 새롭게 들어온 물질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산모의 몸에 축적돼 있던 물질의 영향을 받는다. 분유로 바꾸더라도 물이나 포장재 등을 통한 노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모유 수유의 이점은 충분히 확립돼 있다”라며 “문제는 모유가 아니라 모유로 들어오는 경로다. 엄마 몸에 이미 쌓여 있던 물질이 옮겨가는 것이고, 그 축적은 수년간 살아온 환경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개인의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 교수는 개별 PFAS를 하나씩 규제하는 방식에서 계열 전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체 물질은 사용 전에 안전성을 검증하고, 식품과 식수를 중심으로 노출원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장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영아를 위한 별도의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규제가 성공했는지를 평가하는 잣대도 바뀌어야 한다”라며 “특정 물질의 농도가 줄었는지를 볼 게 아니라 실제로 가장 취약한 집단의 전체 부담이 줄었는지를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아의 실제 노출을 임상과 정책의 지표로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국내 영아의 모유와 혈액을 함께 측정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PFDeA와 같이 사용은 늘지만, 자료가 부족한 대체 PFAS의 독성 동태도 연구한다. 이번에 산출한 영아별 체내 농도를 코호트의 성장·발달 자료와 연결하는 연구도 추진한다. 모유 속 농도라는 간접 지표를 넘어 실제 몸속에 축적된 양을 기준으로 PFAS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궁극적으로는 임상과 정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김 교수는 “향후에는 산전 진찰에서 얻는 자료를 활용해 아기가 받게 될 노출을 미리 가늠하고, 노출이 높은 산모를 조기에 찾아 상담하는 데 활용하고 싶다”라며 “동시에 어떤 규제가 실제로 아기의 몸속 부담을 줄였는지를 확인하는 정책 평가 도구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