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뉴스
시민의회로 가는 길

시민의회로 가는 길
시민의회가 한국 민주주의를 지킨다
시민의회는 K-민주주의의 핵심 브랜드가 된다
민주적 대표성 확대와 국민통합의 길
‘시민의회’가 답이다
국민주권 시대의 필독서
김상준
152×225 | 368쪽
23,000원 | 2025년 6월 27일
ISBN 978-89-8222-800-1 (03340)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의 입법화를 주장해 온 민주주의 연구자 김상준 교수의 신간 《시민의회로 가는 길》이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간 걸어온 ‘시민의회로 가는 길’에 관한 기록의 글모음으로서, 한국형 시민의회론의 이론과 실천, 법제화 내용까지 담은 국내 최초의 책이다. 저자는 시민의회가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하고, 나아가 세계 민주주의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민의회는 다양한 문제를 성별,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출된 시민들이 숙의와 토론을 통해 해결하는 제도다. 저자는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시민의회 도입을 최초로 제안하고, 그 이론적‧실천적 토대를 마련해 왔다. 선거와 정당의 정상화만으로는 깊이 뿌리내린 독재의 관행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저자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의회라는 방파제를 구상해 낸 것이다. 저자는 시민의회를 통해 반민주적 퇴행을 막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책은 격변하는 현재에 대한 기록에서 시작해, 시민의회론의 태동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구조로 편집되었다. 이를 통해 독자는 한국 정치사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시민의회론이 어떤 시대의 요청 속에서 어떤 문제의식에 기반해 발전해 왔는지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시민의회로 가는 길》은 정치학자, 공공행정 전문가, 정책 입안자, 시민운동가, 그리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독자를 위한 책으로, 민주주의가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지금 이 시대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
#시민의회 #국민주권시대 #국민통합 #K-민주주의 #민주주의의미래
출판사 리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주권’이라는 화두가 한국 사회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스스로를 ‘국민주권정부’라고 명명한 것도 이런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결과다.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 시민의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한층 강화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움직임 속에서, 《시민의회로 가는 길》의 저자 김상준 교수는 시민의회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작동 중인 제도임을 상기시키며, 한국 민주주의의 도약을 위해선 시민의회의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중요한 공적 사안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결정 과정에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경로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 괴리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심화하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민의회법〉의 제정은 국민들의 참여에 대한 열망을 건설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도화하여 한국 민주주의의 도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23쪽)
저자는 시민의회를 제도화하여 “일반 국민이 중요한 공적 사안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결정 과정에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이 주권재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고, “한국의 민주주의 도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민의회는 전국 차원의 중요 의제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제까지 성별,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출된 시민들이 숙의와 토론을 통해 해결하는 제도다. 이런 시민의회는 ‘국민주권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저자는 시민의회가 독재와 선동, 가짜뉴스가 발붙이지 못하고, 숙의와 경청, 통합의 언어로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합의의 장이기도 하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이것이 기존 대의 민주제의 한계와 결함을 보완하고, 정당정치가 미처 다루지 못하는 현실의 절박한 문제들—기후위기, 남북관계, 경제 양극화, 인구 절벽, 교육 붕괴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시민의회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시민의회, 아이슬란드의 헌법개혁 시민의회, 헌법개혁에 성공한 아일랜드 사례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동벨기에 의회,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지역에서 상설 시민의회를 제도화하였고, 시민의회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의 민주제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 보완하는 시민의회 모델 역시 큰 주목을 받으며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회는 이미 현실이고, 성숙, 확산의 경로를 밟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의회로 가는 길》은 단지 시민의회 제도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시민의회법 제정안>과 <국민주권위원회법 제정안> 등을 통해 시민의회의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까지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민의회 실험이 있었지만, 이는 법적·제도적 기반 없이 추진된 것으로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간 누적된 실험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법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하자고 말한다. 이런 시민의회는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가 정치적 갈등이나 이해관계로 인해 다루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장치로 기능함으로써 국회의 결정과 입법 기능을 더욱 정당화하고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는 단 한 번의 민주화로 완성되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 시민의회론은 서구의 그것과는 다른 역사적 조건 속에서, 보다 전투적이고 절박하게 성장해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대사의 굵직한 위기와 사건들 속에서 발아한 한국의 시민의회론이 K-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을 집약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깊이 박힌 독재의 뿌리는 여전히 강고하고, 독재 회귀의 위협이 상존하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단 한 번의 민주화로 완성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위태로운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의회가 필수적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길이 엄연히 존재한다. 한 길은 민주주의를 지우고 어두운 독재의 과거로 가자고 한다. 배제와 차별과 증오의 언어를 구사한다. 다른 길은 확장된 민주주의의 미래로 가자고 한다. 경청과 대화와 통합의 언어를 구사한다. 이제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가야 할까. 너무나 명백해졌다.”(64쪽)
시민의회로 가는 길》은 “배제와 차별과 증오의 언어를 구사”하는 “독재의 과거”를 버리고 “경청과 대화와 통합의 언어를 구사”하는 “확장된 민주주의의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고 우리에게 제안한다. ‘시민의회로 가는 길’은 바로 민주주의의 미래로 가는 길이고, 통합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는 중요한 시험대 위에 섰다. 오늘의 고민과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시민의회로 가는 길》은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주권을 튼튼히 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소중한 책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2024년 12.3 비상계엄, 탄핵, 그리고 시민의회>는 격동의 정치 상황 속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한 ‘빛의 혁명’의 기록이다. 첫 번째 글 <빛의 혁명을 기념하는 대한국민 권리장전>은 내란 위기를 이겨낸 자랑스런 K-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을 집약한다. <시민의회법 제정안>과 <국민주권위원회법 제정안>은 시민의회 제도화를 위한 기본 틀을 제시하며, 시민의회 논의의 핵심을 담았다.
2부 <어둠 속에서 길 찾기>는 윤석열 정부 시기, 시민의회 논의가 멈춰 섰던 어둠의 시간에 관한 기록이다. 이 시기 저자는 인류 문명과 민족의 미래를 물으며, 시민의회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깊은 성찰을 이어갔다.
3부 <2016~2017 촛불혁명과 시민의회>는 촛불혁명을 통해 한국에서 시민의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크게 높아진 시기에 쓰였다. 촛불혁명은 한국에서 시민의회가 개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시기에 ‘공론화위원회’가 설치되었고, 대통령 헌법개정안이 시민의회 방식을 참고하여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민의회는 한국에서도 현실이 되었다.
4부 <한국에서 시민의회론이 태동하다>에는 시민의회를 현실화하기 위한 이론적・철학적 근거 마련에 주안점을 둔 저자의 초기 연구들이 실려 있다. 이를 통해 시민의회의 발상을 숙성시켰던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차례
들어가는 글 5
1부 2024년 12.3 비상계엄, 탄핵, 그리고 시민의회
빛의 혁명을 기념하는 대한국민의 권리장전(2025. 5.) 17
시민의회법 제정안(2025. 5.) 23
국민주권위원회법 제정안(2025. 5.) 35
응원봉 혁명과 시민의회(2025. 5.) 44
어떤 대한민국이 돼야 하는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부쳐(2025. 4.) 55
시민의회 전국포럼 창립선언문(2025. 3.) 66
비상계엄 미스터리(2025. 3.) 70
제7공화국으로 가는 길: 시민의회와 국민통합개헌(2025. 2.) 76
12.3 비상계엄: 강자의 자유는 필연코 독재가 된다(2025. 1.) 91
2부 어둠 속에서 길 찾기
시민의회 돌아보기(2024. 8.) 99
‘1%의 생존이 99%의 생존에 우선한다’는 이상한 확신: 과학기술주의의 편향적 맹신에 대한 심각한 우려(2024. 8.) 113
한국 시민의회의 흐름과 세계적 쟁점(2024. 5.) 119
민주주의 세계 첨단이 된 시민의회(2024. 2.) 126
다시 돌아온 ‘한반도 전쟁 위기’(2024. 2.) 134
김정은의 ‘조선반도 두 개의 국가론’(2024. 1.) 140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메이지 유신(2023. 12.) 146
한국의 정치팬덤(2023. 10.) 151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코리아(2023. 8.) 158
국회는 선거법을 제대로 바꿀 수 있을까?(2023. 4.) 164
구멍 뚫린 오존층이 스스로 발언하게 하라(2023. 3.) 170
‘신기후체제’와 영화 <아바타>(2022. 12.) 176
새 대통령의 화두, ‘자유’란 무엇인가?(2022. 10.) 182
신냉전은 누가 이길까?(2022. 8.) 188
집권 민주당이 위기에 빠진 근본 원인(2021. 7.) 193
자유한국당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것인가(2018. 10.) 206
3부 2016~2017년 촛불혁명과 시민의회
국민참여개헌의 구체적 경로(2017. 4.) 213
세 대통령 후보자가 약속한 국민참여개헌(2017. 4.) 219
개혁 입법, 개헌, 그리고 시민의회(2017. 3.) 227
촛불은 맹자다(2017. 1.) 234
촛불혁명과 민주연합정부(2017. 1.) 248
촛불혁명과 시민의회(2016. 12.) 255
1987년 6월 29일의 기억(2016. 12.) 266
거대한 순례(2016. 12.) 271
탄핵은 국회로, 개헌은 시민의회로(2016. 11.) 278
하야 요구에 웬 개헌론? 시민의회가 답이다(2016. 11.) 283
4부 한국에서 시민의회론이 태동하다
현실이 된 시민의회: 브리티시컬럼비아 시민의회 사례(2011) 289
2008년 촛불집회와 질적 민주주의(2008) 298
공공성과 시민의회(2007) 313
헌법과 시민의회(2006) 323
한국에서 ‘시민의회’ 개념의 최초 제안: 현행 헌정체제의 보완방안 — 제2입법부 (가칭) ‘시민의회’의 도입(2005) 335
성찰적 합의체제(2004) 347
시민사회는 공공성의 주요 담지자(2003) 354
나가는 글 364
지은이
김상준
20여 년간 ‘시민의회’ 입법화를 꾸준히 주장해 온 민주주의 연구자로서, 시민의회가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하고, 나아가 세계 민주주의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경희대 교수로 재직했다. 젊은 시절에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몰두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동아시아 문명과 문명전환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여러 저술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팽창문명에서 내장문명으로》,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미지의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이후의 사회를 구상하다》, 《유교의 정치적 무의식》, 《진화하는 민주주의: 아시아‧라틴아메리카‧이슬람 민주주의 현장 읽기》, 《코리아 양국체제: 촛불을 평화적 혁명으로 완성하는 길》, 《한반도 평화 신 로드맵》(공저) 등이 있다.
책 속으로
한국에서 시민의회는 민주주의의 페달을 밟는 힘이다. ‘민주주의의 정상화’를 위해 시민의회가 필수적이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야말로 시민의회가 장식품이 아니라 먹고사는 필수품이다. 서구 민주주의보다 더욱 그렇다.
-6쪽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중요한 공적 사안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결정 과정에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경로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 괴리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심화하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민의회법〉의 제정은 국민들의 참여에 대한 열망을 건설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도화하여 한국 민주주의의 도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3쪽
시민의회는 그간 누적된 공론화 실험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안정적 법적, 제도적 기반 위에서 장기적, 숙의적, 합의적, 미래지향적 관점의 대안적 정책결정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제도이다. 특히, 최근 불법 계엄과 내란 사태로 인해 초래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온전히 극복하고 한 단계 질적으로 도약한 K-민주주의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서 〈시민의회법〉과 〈국민주권위원회법〉의 동시 제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24쪽
시민의회는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대체하지 않는다. 국회가 정치적 갈등이나 이해관계로 인해 다루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장치로 기능함으로써 국회의 결정과 입법 기능을 더욱 정당화하고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한다.
-25쪽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길이 엄연히 존재한다. 한 길은 민주주의를 지우고 어두운 독재의 과거로 가자고 한다. 배제와 차별과 증오의 언어를 구사한다. 다른 길은 확장된 민주주의의 미래로 가자고 한다. 경청과 대화와 통합의 언어를 구사한다. 이제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가야 할까. 너무나 명백해졌다.
-64쪽
지금까지 시행된 여러 정치적 합의–통합 방식 중 가장 수준이 높고 민주적이며 성숙한 방식으로 인정받은 것이 시민의회다. 그 방식은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낯설지 않다.
-80쪽
시민의회 의원은 유권자 중에서 추첨, 즉 ‘층화무작위 표집(stratified random sampling)’ 방식으로 선발한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본추출 방식이다. 그렇게 시민의회가 소집되면 시민의원들은 해당 의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교육 그리고 토론 기회를 보장받는다. 개회 기간은 토론 주제에 따라 통상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가 된다. 아일랜드와 같이 여러 조항의 헌법개정을 논의하는 경우에는 1년 넘게 진행하기도 했다. 주말을 이용하고 일당, 숙식, 교통비 등 필요한 경비를 제공한다. 이렇듯 충분한 시간, 충분한 정보, 그리고 자유로운 토의를 통해 초반 모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리던 견해가(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점차 초다수 안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다. 잘 준비되고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은 시민의회일수록 3분의 2 이상의 초다수 합의가 자연스러운 결과가 된다.
-99~100쪽
그동안 다루어진 시민의회의 의제는 선거법 개정, 헌법개정, 기후위기 대응, 과학기술 정책, 교육 정책, 의료보건 정책, 주요 외교 정책 등 매우 광범하다.
-101쪽
시민의회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현재 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는 헌법 체계가 유럽이나 미국에서부터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 더욱 그렇다. 현재의 권력체제와 사법체제, 언론체 제, 경제체제에 답답함과 억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시민의회는 그렇게 봉착한 한계에 실현 가능한 보완 방법을 제시해 준다. 다양한 영역에서 막힌 곳을 뚫어줄 방법이 될 수 있다.
-112쪽
내가 제안하는 것은 ‘국회를 대체하는 시민의회’가 아니라 ‘국회를 보완하는 시민의회’다. 실제 외국에서 소집된 시민의회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민의회는 선거법이나 헌법 조항 수정을 최적의 조건에서 논의하여 합의를 이루어 주는 단위이지, 그렇게 도달한 합의 내용을 직접 입법화하는 단위는 아니다. 시민의회에서 합의된 내용은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어 심의와 표결 절차를 거쳐 입법화된다. 그동안 시민의회에서 논의된 선거법 개정과 개헌 문제는 모두 의회 내에서는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231쪽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밑으로부터(bottom-up)의 참여인데 그 참여의 폭과 방식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다. 민주주의의 현실태는 그런 다양한 참여의 복합체다. 투표 역시 참여의 일환이다. 다만 그 가장 간접적인 형태의 참여다. 직접적인 참여의 고전적 범례는 물론 그리스의 민회(Ecclesia)와 같이 모든 적격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 최고권력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국가에서는 우선 단순하게 규모의 문제 때문에라도 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현대사회에서 일체의 직접참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촛불집회야말로 전형적인 직접참여다. 시민 각 개인이 공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 방식은 물론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형태의 직접참여가 선진국일수록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밝힌 대로다. 이러한 방식의 직접 참여가 민주주의의 펀더멘털을 이룬다. 이 펀더멘털은 시민적-정치적 기본권의 공고함과 깊은 관련이 있다.
-309쪽
시민의회가 헌법에 명시되고 관련 법률로 뒷받침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예를 들어 의약분업, 새만금,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국가적 갈등을 유발했던 문제들이 보다 높은 합의, 보다 적은 비용, 보다 빠른 시간에 보다 바람직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갈등은 갈 때까지 가면 회복되기 어렵다. 원래 이견이 유발되었던 문제 자체보다 갈등의 과정에서 쌓이고 증폭된 불신과 거부감이 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34쪽
시민의회로 가는 길은 이제 확고한 반석 위에 섰다.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시민의회가 이미 활발하게 작동 중이고, 세계 학계에서 시민의회에 대한 논의도 왕성해지고 있다. 이제는 나라 간에 시민의회를 하느냐 마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시민의회, 훌륭한 시민의회를 만드느냐가 경쟁이다. 나는 경쟁주의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것은 참으로 좋은 경쟁이다. 이제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활발한 시민의회 보유국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로써 한국은 민주주의 최고 선진국이 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시민의회가 한국에 정착하게 되면, 시민의회와 민주주의에 대한 학술적 수준도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다. 그런 날이 멀지 않으리라고 본다.
-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