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작은 시골 출신 소년, 세계적 학자 되다
2019-04-29 연구/산학
김종복 영어영문학과 교수, 독일 알렉산더 훔볼트 연구상 수상
한국 인문사회 연구자 최초, 영어·한국어 언어현상 관한 세계적 수준 연구 인정받아
“교내외 우수한 국내 학자들 세계적 권위의 연구상 가능해”
김종복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을 회고할 적마다 상대방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 빛으로 공부했다”는 말을 하면 대부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이로 보나 학자로서 성취로 보나 궁벽한 시골 출신이라 짐작하지 못해서다. 김 교수의 고향은 경상북도 영천시 오류리(五柳里)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팔도를 돌다 버드나무가 많아 쉬어가기 좋은 곳이라며 이름 지었다. 본디는 오지라는 뜻의 ‘오(奧)’자였는데, ‘다섯 오(五)’로 바뀌었다고 한다.
김 교수가 최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인문사회학자로서는 최초로 독일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 재단’이 수여하는 ‘훔볼트 연구상(Humboldt Research Award)’을 수상한 것. 수상자 중 총 5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훔볼트 연구자상은 독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재단이 매년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업적을 남긴 학자에게 수여한다. 수상자에게는 총 6만 유로의 상금과 함께 독일에 초청돼 관심 분야를 연구할 기회를 준다.
시골 오지에서 자연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김 교수가 어떻게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게 됐는지 그 개인적 성장 과정과 학문적 여정을 들어봤다.
한학자였던 할아버지 영향으로 학문 관심, 서울에서 미국까지의 유학 생활
김 교수는 어린 시절 한학자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학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일찌감치 경험했다”는 것. 김 교수의 연구실 한쪽에는 지금도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갓과 손수 필사한 한문옥편이 놓여 있다. 학자의 길로 이끌어준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드러낸 한 상징이다.
산골 소년이었던 김 교수는 중학교 때 영천 시내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이때 처음 영어를 접했다. ‘F’ 발음과 한글의 ‘ㅍ’ 발음의 차이를 알게 되면서 영어에 관심이 갔다. 영문법의 ‘인칭 개념’도 김 교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왜 한국어와 달리 인칭이 영어 사용에 중요한지 궁금했다.
중학교 졸업 후 대구 영신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김 교수는 82년 경희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중학교 시절, 수학 성적도 좋았던 김 교수는 진로를 놓고 잠시 고민했다. 주변의 권유로 고등학교 때 문과를 택했고, 자연스럽게 영문과를 지원했다. 그런데 이 행복했던 고민이 대학에서 전공을 언어학으로 결정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언어학은 융합학문인 데다 자연과학과 가까운 면이 많다. 청소년 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언어의 규칙성이 흥미를 배가하기도 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마치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모험 같아 취업하기보다는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경희대 영문과에서 학·석사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이후 학자의 꿈을 품고 1991년 미국의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에 대한 부담감이나 압박감은 없었다. 오히려 “새로움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스탠퍼드대학의 위치도 몰랐던 김 교수지만 대학에서 이룬 성과를 인정받아 경희대 학부 졸업생 중 처음으로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과 스탠퍼드 장학금을 받았다. 그 덕에 경제적 어려움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사고 만들어, 꾸준한 연구 원동력은 운동
유학 생활을 하면서 미국 대학의 토론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한국보다 토론을 통해 깊이 있고 창의적 사고를 유도했다”고 회상했다. 유학 초기에는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공부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단박에 해내기는 어려운 법이다. 김 교수는 “미국 학생들은 정말 자유롭게 토론했다. 그 덕에 연구실적의 깊이나 창의성도 달랐다”고 밝혔다. 치열하게 노력해 토론문화에 익숙해졌고,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도 성과를 보였다.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에는 교수로 임용돼 경희대로 왔다.
김 교수의 지론은 ‘건강한 몸이 건강한 사고를 만든다(Strong Body, Strong Mind)’이다. 지금도 매일 6시에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철인3종경기에 참가할 정도로 운동을 즐긴다. 올림픽 코스를 2시간 40분에 완주한 기록이 있을 정도다. 김 교수의 연구 습관도 운동과 비슷하다. 연구가 막힐 때는 ”항상 종착지(Finish Line)를 떠올린다”면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진 그릿(grit) 정신이 연구의 원동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어떤 연구가 어렵거나 해결책이 없을 성싶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침내 김 교수의 연구성과는 세계학계에 널리 알려져 ‘훔볼트 연구상’을 받게 되었다. 홈볼트 연구재단은 매년 독일의 연구자에게 훔볼트 연구상의 후보자를 추천받는다. 추천 사실을 통보받은 후보자가 연구성과를 훔볼트재단에 제출하면 1년 동안 심사한다. 김 교수는 영어와 한국어 언어 현상에 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후보로 추천됐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CSLI 출판사, 케임브리지대학(Cambridge University)출판부 등 세계적 출판사에서 영어학 및 한국어학에 관한 저서를 출간했고, 국내에 출간된 여러 저서는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와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일례로 201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한 <한국어 통사구조: 구조 문법 관점(The Syntactic Structure of Korean: A Construction Grammar Perspective)>은 출간 당시 한국어 주요 통사와 의미 현상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가진 구조 문법 분석 연구로 한국어 연구의 세계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으로 <영어통사론: 소개서(English Syntax: An Introduction)>를 출간했는데, 이 책은 미국, 유럽,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또 인문학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지색인(A&HCI, 예술 및 인문과학논문색인)에 2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국내외 학술지에는 100여 편의 학술논문을 게재해 국내 인문학 연구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했다. 김 교수는 풀브라이트 박사학위 장학생, 풀브라이트 소장 학자 연구자,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학 분야 우수연구자에 선정된 바 있다. 이런 업적을 인정해 경희대에서는 지난 2017년 연말 ‘목련상(연구부문)’을 수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 영국, 벨기에, 프랑스, 폴란드, 일본, 홍콩, 독일 등 여러 국가의 언어학자와 활발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세계적 권위의 상 수상자 낼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훔볼트 연구상은 시상식과 함께 2박 3일에 걸쳐 심포지엄을 연다. 2박 3일 동안 수상자는 동료 수상자와 그간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토론한다. 올해 토론의 주요 주제는 ‘기후변화, 생태변화,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주제로 전공의 벽을 넘어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경희가 노력하고 있는 대학의 사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시상식에서 다른 수상자와 의견을 나누다가 ‘작은 변화가 큰 차이점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실천에 나섰다. 지난 4월 19일 서울캠퍼스 스페이스 21에서 개최된 ‘환경인문학 한미 공동 심포지엄’이 그것이다. 김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언어정보연구소가 주관한 이 심포지엄은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주제로 문학, 철학, 언어학, 지리학, 생태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한국, 미국 및 영국 연구자가 모여 토론한 자리였다. 경희대에서는 김 교수와 박은정 동서의학대학원 교수, 공우석 지리학과 교수가 참가했고, 미국 미네소타대학(University of Minnesota-Duluth)의 인문학자인 수잔 마허(Susan Maher) 교수, 공학자인 레베카 티슬리(Rebecca Teasley) 교수, 지리학자인 팻 패럴(Pat Farrell) 교수 등이 참석했고, 옥스퍼드대학교 마틴 스쿨(Oxford Martin School)의 마일스 앨런(Myles Allen) 교수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번 수상은 김 교수에게 자신감을 심어 줬다. “제가 훔볼트 연구상이라는 세계적 권위의 상을 받은 것처럼, 노벨상도 우리나라 연구자가 넘지 못할 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주는 자신감이 있다. 주변의 연구자 중에도 저보다 훌륭한 연구자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희대나 국내 연구자가 국제적 네트워크가 없거나, 연구가 국제화되지 않아 후보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밝혔다.
동료 연구자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이번 훔볼트 연구자상 시상식의 자연과학 분야에 일본인과 중국인, 싱가포르인은 있었지만, 한국인은 없었다. 그런데 한국 연구자의 실력이 부족해서 생긴 상황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한국의 자연과학 분야가 미국과의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생긴 현상이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상은 대부분 유럽 연구자가 추천하는 형태이다. 유럽의 연구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노벨상 수상도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대학출판부에서 곧 영어 관련 책 펴내
김 교수는 이번 훔볼트 연구자상 수상을 개인의 영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인문학은 혼자서 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강하지만, 상을 받으며 연구를 지원해주는 분들과 주위에서 함께 토론하고 고민한 선후배 및 동료 학자와 대학원생, 학부생이 생각났다. 무엇보다 언어학자로 첫발을 내딛게 해 준 은사님이신 박병수 교수님과 좋은 연구 환경을 제공해준 경희대학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기쁨과 함께 책임감도 생겼다. 훔볼트 연구자상을 받은 학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더 우수한 학문적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은 이미 벗어난 듯싶다. 김 교수는 오는 2020년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에서 새로운 영어 통사론 교재를, 영국의 에든버러대학(Edinburgh University)출판부와는 영어의 주요현상과 관련된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다른 무엇보다 ‘영어 종주국’으로서 자존심이 강한 영국 대학에서 영어 관련 책을 출판한다는 점에서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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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위한 무역벤처 창업 전략 국경 간 전자상거래와 무역벤처 창업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대한 모든 것 기업가정신과 무역벤처 창업의 연계성과 전문성을 확립한다! 김학민 182×257 | 360쪽 25,000원 | 2024년 12월 30일 ISBN 978-89-8222-783-7 (93320) 지금의 국제통상 환경은 격변의 시기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증가하고 있고, 새로운 무역장벽이 강화되어 탈세계화로 인한 보호무역이 증대되고 있는 등 과거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대내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AI, 빅데이터, 자율자동차, ESG 적용 등 새로운 기술의 변화와 함께 기술적 패권을 주도하려는 선진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국경 간 전자상거래(cross-border e-commerce)의 지속적인 성장과 적용은 무역의 패러다임과 글로벌 공급망의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경희대학교 김학민 교수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 무역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이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와 무역벤처 창업》을 출간하여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대해 널리 알리고, 더 나아가 우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업가정신과 무역벤처 창업과의 연계성과 전문성을 정립하고자 했다. 창업의 시대,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이론과 실무를 읽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와 무역벤처 창업》은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모델, 무역벤처 창업 등을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설명했고, 세부적으로 ‘데이터 스트림’, ‘온라인 경매’, ‘하드포크’, ‘스마트 계약’ 등의 용어도 본문 안에 따로 부록으로 두었다. 또한, 다양한 표와 그림 등으로 시각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장의 말미에는 평가문제를 두어 전반적인 흐름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론과 실무를 조화롭게 연계시려고 노력하였다. 이 책은 총 네 파트로 구성되는데, 1, 2, 3 파트는 이론, 4 파트는 무역벤처 창업의 실무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PART 1은 기업가정신과 인터넷의 발전, PART 2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이론과 실제, PART 3는 무역벤처 창업 전략, PART 4는 무역벤처 창업 실무이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역사 속에서 계속 유동적으로 변해왔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읽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급변하는 무역 통상 환경 속에서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무역벤처 창업에 해답을 제공할 것이다. 저자 김학민 교수는 이 책이 “더욱 많은 기업과 일반인이 세계시장으로 진출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당부했다. 목차 머리말 INTRODUCTION PART 1 기업가정신과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발전 제1장 기업가정신 제2장 무역업무의 이해 제3장 인터넷 기술과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발전 PART 2 국경 간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모델 제4장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기초 제5장 비즈니스 모델의 탐색 제6장 전자상거래의 실제 제7장 전자상거래의 발전 PART 3 무역벤처 창업 전략 제8장 디자인 씽킹 제9장 해외시장조사 제10장 FTA 원산지 관리 제11장 인코텀즈 2020 PART 4 국경 간 전자상거래 창업 실무 제12장 무역벤처 창업 실무(Ⅰ): 준비, 제품, 고객의 이해 제13장 무역벤처 창업 실무(Ⅱ): 마케팅 제14장 무역벤처 창업 실무(Ⅲ): 재무관리 제15장 무역벤처 창업 실무(Ⅳ): 인적자원 관리와 협력 지은이_김학민 경희대학교 정경대학 무역학과 및 국제통상・금융투자학부 교수이다. 전자무역, FTA 비즈니스, 무역인력 양성, 중소기업 해외진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였으며, 최근에는 국경간전자상거래, 인공지능 무역통상, 신보호무역주의 대응, 국제 기업가정신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래의 귀환』(공저), 『FTA 확산과 선도형 무역인력의 양성』, 『전자무역의 이론과 실무』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Consumer feedback analysis using LDA approach in cross-border electronic commerce”, “Observations of deglobalization against globalization and impacts on global business”, 「무역창업가의 창의사고가 기업가정신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 (사)한국무역학회 회장, (사)한국통상정보학회 회장, (사)한국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학회 회장, 경희대학교 무역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 미래혁신원장,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장, International Trade, Politics and Development의 초대 편집위원장, 《무역학회지》, 《통상정보연구》, 《e-비즈니스 연구》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경희대학교 산업통상자원부 지역특화청년무역전문가양성사업단(GTEP) 단장으로 있으며, 정경대학에서 국경간전자상거래, 무역경영론, 글로벌비즈니스정보시스템, 무역벤처창업론을 강의하고 있다. 책 내용 머리말_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지속적인 성장과 적용은 무역의 패러다임과 글로벌 공급망의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급변하는 무역통상 환경의 변화 속에서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무역벤처 창업이 일부 해답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대한 대학생 및 일반인들의 이해와 지식수준을 제고하고, 더 나아가 우리 경제를 선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업가정신과 무역벤처 창업과의 연계성과 전문성을 정립하고자 하였습니다._[저서를 출간하면서, 4쪽] 기업가정신과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발전_인터넷의 발전을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산업은 온라인 시장 내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발전하였다. 더 나아가 다양한 부문에서 인터넷 기술이 적용되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시켜 더욱 효율적인 전자상거래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진정한 기업가는 이렇듯 나날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혁신을 이루어낼 줄 알아야 할 것이다._[제3장 인터넷 기술과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발전, 60쪽] 국경 간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모델_최근에 등장한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들은 국경 간 전자상거래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기술이 전자상거래에 통합되면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접목되면서 기업들은 더욱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더 다양하고 풍부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것은 국경 간 전자상거래 분야의 미래 전망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_[제7장 전자상거래의 발전, 110쪽] 무역벤처 창업 전략_기후 역시 상품 선택에 중요한 요소다. 기후가 더운 지역에서는 여름철에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 큰 수요를 가질 수 있는 반면, 기후가 추운 지역에서는 겨울철 제품이나 난방 관련 제품이 더 큰 인기를 끌 수 있다. 또한 특정 국가의 종교적 특성도 상품의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교적 이유로 특정 음식을 금기시하는 문화에서는 해당 상품의 수요가 적을 수 있다. 사회적 인프라, 특히 통신과 물류 시설도 무역거래에서 중요한 요소다. 대상 국가의 통신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경우, 이를 고려한 수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_[제9장 해외시장조사, 175쪽] 국경 간 전자상거래 창업 실무_인코텀즈(Incoterms)는 ‘International Commercial Terms’의 약어로, 국제 상거래에서 사용하는 표준 무역 조건이다. 이 규칙은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제정했으며, 국가 간 무역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코텀즈는 1936년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2020년에는 최신 버전인 제8차 개정이 이루어졌다. 국제무역은 다양한 법률, 관습, 언어 장벽 등이 얽혀 있어 거래 당사자 간의 오해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인코텀즈는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무역 거래를 표준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특히 2020년 개정판은 급변하는 무역 환경, 디지털화, 물류 변화 등을 반영하여 더욱 현대적인 무역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_[제11장 인코텀즈 2020,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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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초국가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한류의 새로운 흐름! 영화, 드라마, K-팝, 예능, 게임, 웹툰으로 국내외 평론가들이 톺아보는 2025 K-콘텐츠의 안과 밖 안숭범 외 | 134*215 | 216쪽 | 무선 16,000원 | 2025년 1월 15일 ISBN 978-89-8222-791-2 (04600) 한류 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9퍼센트 성장(한국 콘텐츠산업 수출액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류의 위험을 경고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K-콘텐츠 유관 산업 매출액과 성장률 등의 지표를 살펴보면 ‘지속’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국내외 한류팬은 국적, 인종, 성별, 종교, 계급 등 정체성의 한계를 넘어서 초국가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으며, K-콘텐츠는 세계화의 구체적인 감각을 심어주고 있다. 부정적인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세부 지표들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K-콘텐츠 브랜드파워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도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서는 국내외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2025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을 통해 한류 현상을 톺아보았다. 2024년 문화콘텐츠 여섯 개 분야(영화, 드라마, 음악, 예능, 웹툰, 게임)에서 〈파묘〉(영화), 〈눈물의 여왕〉(드라마), 뉴진스의 〈Supernatural〉(K-팝), 〈서진이네 2〉(예능), 〈스텔라 블레이드〉(게임),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웹툰) 여섯 작품을 대표작품으로 선정해 분석했다. 작품들의 선정 과정에서는 개별 분야 시장의 반응을 객관화할 수 있는 지표들을 선별했다. 이를테면 흥행 실적, 판매 수익, 시청률, 조회 수, 동시 접속자 수 등은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그만큼 유의미하게 살핀 것은, 동시대 국내외 한류 수용장에서의 반응이었다. 개별 분야에서 해당 콘텐츠가 차지하는 상징적・산업적 위상도 평가의 대상으로 두었다. 작년에 이어 최고 수준으로 구성된 필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여섯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국내외 연구자, 평론가들이 모였다. 국내 필진은 이 책의 성격과 방향성을 정확히 공유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와 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장 평론가들이기도 하다. 안숭범(영화), 조한기(드라마), 김태룡(음악), 김세익(예능), 이승제(게임), 한유희(만화・웹툰)가 참여했다. 해외 필진은 완전히 새로운 진용으로 다시 꾸렸다. 영화는 앨버트 리(미국, 케네소주립대학교), 드라마는 파수트 라수카(태국, 치앙마이대학교), 음악은 야마모토 조호(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예능은 천원징(중국, 후베이대학교), 웹툰은 달마 칼로비치(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교), 게임은 리처드 시그레이브(게임 전문매체 ‘GameSpew’)가 맡았다. 이들은 글로벌 평단에서 지명도를 갖고 활동해 온 전문가들로 각기 해당 분야에서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하였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장 안숭범은 이 책이 “바야흐로 ‘K-콘텐츠의 시대’를 살고 있는 동시대 교양인들에게 유익한 통찰을 안기길 기대한다”면서 또한 문화콘텐츠학, 미디어학을 포함해 문화 연구자들이 비평장에 참여할 계기가 되기를 당부했다. ∙ 국내외 평론가들이 톺아보는 문화콘텐츠 여섯 개 분야 ∙ [영화] 파묘 1. 우리는 무엇을 물리치려 한 것일까 (안숭범) 입체적 캐릭터와 민족 정체감의 공유를 통해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출구를 모색한 〈파묘〉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 2. 역사 속 악령을 퇴치하다 (앨버트 리) 〈파묘〉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온라인상에서 관객과 상호작용 및 재해석을 활발하게 일으키고 있다. 영화의 역사적 배경, 등장인물, 서사구조 등을 짚어보며 그 원인을 파악해 보았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1. 공공의 판타지, 〈눈물의 여왕〉 그 과잉의 미학 (조한기) 박지은 작가가 그동안 구축해 온 ‘과잉의 미학’이 〈눈물의 여왕〉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낭만적 사랑과 정서적 호소가 드라마의 성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2. 〈눈물의 여왕〉 속 친밀감과 로맨스 (파수트 라수카)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나타나는 친밀감과 애정에 대한 독특한 접근 방식을 통해 기존 로맨스 장르의 변화 가능성을 탐색한다. [K-팝] 뉴진스, 《Supernatural》 1. 글로벌 아이콘을 향한 여정 (김태룡) 초국가적⋅초시대적 정체성을 지닌 그룹 뉴진스가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최근 싱글 《Supernatural》을 통해 분석해 본다. 2. 《Supernatural》이 만들어낸 글로벌 K-팝의 새로운 고지 (야마모토 조호) 오랫동안 물리적인 판매에 의존해 온 K-팝 산업의 변화를 선도하는 뉴진스의 행보를 《Supernatural》에 포커스를 두어 재구성했다. [예능] 서진이네 2 1. 감당할 수 있는 메타-컬처의 환상 (김세익) ‘감당할 수 있는 환상’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될 수 있는 나영석식 예능의 변천 가운데 〈서진이네 2〉만이 지닌 차별점과 독특한 매력을 ‘문화 전파’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2. 이방인, 주체적 상상, 혼종성 (천원징) 전통에 뿌리를 두고 세계화된 한국 대중문화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새로운 타자를 상상하고 자아를 구축한다. 한식으로 아이슬란드에 진출한 〈서진이네 2〉에서는 이러한 혼종성을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1.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보여준 〈스텔라 블레이드〉 (이승제) 콘솔게임으로 성공을 거둔 〈스텔라 블레이드〉의 영상미, 공간 구성, 전투 액션의 매력을 요소별로 분석했다. 2. 한국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보석 (리처드 시그레이브) 〈스텔라 블레이드〉를 소니의 PS 5의 대표작으로 평가하면서, 퍼즐과 플랫포밍 미션 등과 뛰어난 비주얼, 절묘한 사운드트랙, 흥미로운 스토리를 타 게임과 비교하여 설명한다. [웹툰] 세이렌: 악당과 계약가족이 되었다 1. 구원에 의한, 구원을 위한 이야기 (한유희)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웹툰 〈세이렌〉은 기존 장르 문법을 따르면서도 가족, 선, 의지, 구원을 통해 오히려 ‘지금-여기’의 가치를 새로이 재편하는 서사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2. 자립적인 여성이 세계를 정복한다 (달마 칼로비치) 한국 웹툰이 일본과 미국 등 세계 시장을 사로잡은 전략을 분석하고, 특히 〈세이렌〉과 같이 강인하고 독립적인 새로운 형태의 여주인공을 내세운 최근 한국 로판 장르 웹툰 트렌드를 살펴본다. 차례 서언/ 2025 K-콘텐츠의 흐름 [영화] 파묘 PART 1 우리는 무엇을 물리치려 한 것일까 - 오컬트 호러물이 ‘천만 영화’가 된 사건/ 안숭범 PART 2 역사 속 악령을 퇴치하다/ 앨버트 리 • 일본에서 성공한 〈파묘〉의 성공 [드라마] 눈물의 여왕 PART 1 공공의 판타지, 〈눈물의 여왕〉 그 과잉의 미학/ 조한기 PART 2 〈눈물의 여왕〉 속 친밀감과 로맨스/ 파수트 라수카 • K-드라마 성공의 빛과 그림자 [K-팝] 뉴진스, 《Supernatural》 PART 1 글로벌 아이콘을 향한 여정/ 김태룡 PART 2 《Supernatural》이 만들어낸 글로벌 K-팝 새로운 고지/ 야마모토 조호 • 뉴진스, 하이브-어도어 타임라인 [예능] 서진이네 2 PART 1 감당할 수 있는 메타-컬처의 환상/ 김세익 PART 2 이방인, 주체적 상상, 혼종성/ 천원징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PART 1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보여준〈스텔라 블레이드〉/ 이승제 PART 2 한국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보석 / 리처드 시그레이브 [웹툰] 세이렌: 악당의 계약가족이 되었다 PART 1 구원에 의한, 구원을 위한 이야기/ 한유희 PART 2 자립적인 여성이 세계를 정복한다 - 〈세이렌〉으로 살펴본 일본과 미국에서의 로판 웹툰 성공 요인/ 달마 칼로비치 저자 소개 저자 안숭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저서로 영화평론집 『환멸의 밤과 인간의 새벽』, 학술서 『SF, 포스트휴먼, 오토피아』, 시집 『소문과 빌런의 밤』 등이 있다. 앨버트 리(Albert Lee) 케네소 주립대학교 시나리오 작법/방송작가 분야 교수. 한국 엔터테인먼트기업 유니버설/포커스 피처스를 포함한 미국 및 유럽 주요 파트너들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조한기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유럽영화감독』, 『영화로 읽는 도시 이야기』 등 다수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파수트 라수카(Pasoot Lasuka) 치앙마이대학교 인문학 및 지속가능성 학부 교수. 어떻게 글로벌 미디어문화와 미디어 제작이 변화하는 사회를 이해하도록 돕는지, 미디어 표현이 환경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김태룡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문화연구로서의 한류학과 뉴미디어 스토리텔링, 해외 수용자들의 K-팝 컬처 향유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다. 야마모토 조호(山本浄邦) K-팝, 동아시아 근현대사 연구자, 일본 불교대학종합연구소 촉탁연구원. K-팝과 한국문화, 한일관계 등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K-POP 현대사: 한국대중음악의 탄생부터 BTS까지』, 『명동 길거리 문화사』 등이 있다. 김세익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전임연구원.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웹소설 등 여러 분야의 스토리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잡식성 스토리텔링 연구자이다. 천원징(WenJing Chen) 후베이대학교 언론 및 커뮤니케이션학과 전임강사. K-콘텐츠, 특히 한국 TV와 뉴미디어 담론에서 나타나는 중국 이미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승제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커뮤니케이션학과 BK21Four 박사후연구원. 경희대학교와 건국대학교에서 디지털 인문학 및 게임 분과를 강의하고 있다. 리처드 시그레이브(Richard Seagrave) 비디오 게임 웹사이트 ‘GameSpew’ 대표. 평소 게임에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여 공유한다. 한유희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글쓰기 강의를 하고, 만화와 문화평론을 쓴다. 문화평론집 『우리는 왜 피로한가』, 『한국 만화 캐릭터 열전』 등을 공저했다. 달마 칼로비치(Dalma Kálovics) 간세이가쿠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일본 만화 및 동아시아 다른 만화 매체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https://kcsc.khu.ac.kr)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K-콘텐츠의 문화 혼종성을 파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인문적으로 성찰합니다. K-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 산업과 기술, 미디어와 플랫폼, 대중의 수용 문화 면에서 초국가적 맥락을 확인해야 합니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한류와 K-컬처, K-콘텐츠 연구를 포괄하면서 동시대 스토리콘텐츠에 대한 현장 지향적 학술장을 순발력 있게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책 내용 서언_오늘도 한류 팬들은 자기 취향과 재능에 따라 재미, 심의, 의미를 좇으며 문화 번역, 상징 번역을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K-콘텐츠가 여러 가지 얼굴의 글로컬 콘텐츠로 ‘포스트 코드화(post-coding)’되는 과정에 자율적으로 복무한다. 2024년에 쏟아진 K-콘텐츠에 대한 해석과 평가도 그들의 입장과 태도, 반응을 빼놓고 설명될 수 없다. 그래서 한류는 여기서 시작되어 거기서 공유되는 게 아니다. 거기서 공유됨으로써 비로소 시작되고, 여기로 돌아와 질문이 되는 어떤 것이다._[7쪽] 우리는 무엇을 물리치려 한 것일까?_〈파묘〉의 문제적 상황은 영화 속 대사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은유적 문장으로 요약된다. 대륙을 물고 있는 호랑이(범)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가적 정체성, 더 직접적으로는 민족의 터전(영토)을 의미한다. 여우는 대륙 진출을 탐하는 제국주의 일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범을 향한 여우의 폭력(끊었다)에 대한 성격은 회고적으로 술회되는 음양사의 존재와 그가 쓴 주술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_[24쪽] 공공의 판타지, 〈눈물의 여왕〉 그 과잉의 미학_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매일 몰래 숨어 눈물을 흘리는 백현우의 모습은 처량하고 동정심을 자아내면서도 그 ‘오버스러움’ 덕분에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이 기묘한 지점은 ‘과잉의 미학’을 통해 구현되며 연민과 유머가 교차하는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같은 맥락에서 부인의 죽음을 바라는 남편이라는 지독한 설정조차 시청자에게 불편함보다 유머와 연민이 앞서게 되는 것은, 바로 ‘과잉의 미학’이 가진 기이한 마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_[71쪽] 글로벌 아이콘을 향한 여정_이들은 지구와 자신들이 원래 거주하던 행성 사이에서 소속에 대한 혼란을 경험한다. 이러한 방황은 혜인이 지구인 남성과 사랑에 빠져 고민하는 모습이나 팀의 거취를 두고 갈등하는 민지와 하니의 대화를 통해 나타난다. …이는 문화⋅국가적으로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 이들에게 뉴진스에게 자기를 투영할 기회를 제공한다._[108-109쪽] 감당할 수 있는 메타-컬처의 환상_‘서진이네 IP’가 ‘윤식당 IP’와 차별화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윤식당 IP’는 국민 엄마 정도의 위상을 지니는 윤여정의 감성과 이를 보조하는 ‘크루’의 협업으로 챙겨주고, 말을 걸고, 보태주는 힐링 감성을 내면화한 서사이자 브랜드였다. 반면 ‘서진이네 IP’는 ‘수익이 왕이다’라는 구호를 신봉하는 뉴욕대 경영학과 출신 이서진이 사장으로 나서, ‘직원’들을 독려하며 일일 수익을 정산하는 콘셉트의 자영업 서사이자 브랜드다._[136쪽]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보여준 〈스텔라 블레이드〉_논쟁에 완벽한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오늘날 콘텐츠산업은 이와 관련된 의견과 대안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담론을 형성해 나가는 과도기이다. 해당 논쟁은 분명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있지만 본문의 목적과는 상이하기에, 본문에서는 캐릭터의 미형과 관련된 논의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성적 대상화의 우려에 대해서도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지만, 동시에 캐릭터의 조형적 측면에 대해서도 특별히 고평가하지 않을 것이다._[155쪽] 구원에 의한, 구원을 위한 이야기_사실 〈세이렌〉의 서사는 로맨스 판타지의 기본인 서사적 문법 의 큰 틀에서 벗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흔히 로맨스 판타지를 언급할 때 익숙한 키워드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세이렌〉은 회귀물이라는 로맨스 판타지의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비주얼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여기’의 문제들을 수면 위로 떠올린다. 가치를 전 복하면서 윤리적인 질문들을 던진다._[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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