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실천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The Bulletin’ 수상

2026.10.21

‘지구 운명의 날 시계’ 발표해 온 The Bulletin, 첫 방한
조인원 이사장·다니엘 홀츠 의장, ‘지구행성 미학을 찾아서’ 대담
지구행성사회가 함께 열어갈 평화의 새 지평, 지혜·실천 의지 공유

인류는 지금 ‘자정 85초 전’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가 올해 인류 문명의 종말을 뜻하는 자정에 역사상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이 시계는 원자과학자협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이하 The Bulletin)가 1947년부터 발표해 온 것으로,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The Bulletin의 경고는 절망의 선언이 아니다. 인류가 아직 선택할 수 있고, 미래의 시간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책임과 희망의 메시지다. 경희학원은 지난 9월 21일(월)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을 통해 The Bulletin이 80년간 이어 온 공적을 기리면서 과학의 경고를 평화의 실천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함께 나눴다.

미원평화상은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학원장의 평화 사상과 실천을 계승하고 지구행성사회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온 인사 또는 기관을 현창하기 위해 2024년 제정됐다. 격년으로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제2회 수상 기관인 The Bulletin은 과학적 통찰과 공적 책임을 바탕으로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를 세계에 알리고 변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해 왔다. The Bulletin과 경희는 서로 다른 출발점과 방식으로 활동해 왔지만, 지향은 다르지 않았다. 평화를 새로운 문명의 토대로 세우고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미원의 철학과 유산, The Elders와 The Bulletin 활동에서
평화를 향한 희망과 영감 얻을 수 있다”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과 웹캐스트(www.themiwonprize.org)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됐다. 미원평화상 소개 영상 ‘평화, 그 아름다운 원천을 찾아서’ 상영으로 막을 연 시상식은 △제2회 수상 기관 소개 △영상으로 만나는 ‘The Bulletin’ △축하 메시지 상영 △시상 및 수락사 △기념 음악 영상 상영 △기념 대담 순으로 진행됐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The Bulletin 대표단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알렉산드라 벨(Alexandra Bell) 회장 겸 최고경영자, 다니엘 홀츠(Daniel Holz) 과학·안보위원회 의장 겸 시카고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데이비드 쿨만(David C. Kuhlman) 이사회 의장 등이 행사 현장에 참석했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아비 로브(Avi Loeb) 하버드대학교 천문학과 석좌교수 겸 미원평화상 선정위원, 경희학원 이사진과 각급 기관 기관장과 교원, 직원, 학생은 The Bulletin의 수상을 축하하고 그 의미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지구행성사회가 함께 열어갈 새로운 평화의 지평을 모색하며 이를 위한 지혜와 실천 의지를 공유했다.

제1회 미원평화상 수상 기관인 The Elders를 대표해 반기문 명예원로(제8대 유엔 사무총장)가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2년 전 저는 평화와 정의를 위한 우리 그룹의 활동을 인정받아 The Elders를 대표해 제1회 미원평화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두 번째 수상자인 The Bulletin을 축하하게 돼 기쁘다”고 전하며 2020년 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지구 운명의 날 시계’ 발표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시계의 바늘은 ‘자정 100초 전’을 가리켰다. 시계의 시간이 역사상 처음으로 ‘분침’에서 ‘초침’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지구행성 차원의 붕괴 가능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역사상 가장 위태로운 시간대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악화됐다. 시계의 시간은 매년 자정에 더 근접해 갔다.

반기문 명예원로는 “‘지구 운명의 날 시계’가 보여주듯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의 위협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핵무기 사용 금기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 기후위기는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폭염과 가뭄, 홍수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6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는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교훈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효과적인 거버넌스와 규제 체계는 미흡하다. 리더십의 실패다. 평화와 연대를 위해 용기 있게 나서는 사람은 너무나 적다. 대신 민족주의, 사익 추구, 국제법치에 대한 경멸이 세계 곳곳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구적 평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치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미원의 철학과 유산, The Elders와 The Bulletin 같은 단체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토대로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평화를 향한 희망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이 9월 21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과 웹캐스트(www.themiwonprize.org)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됐다. 미원평화상은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학원장의 평화 사상과 실천을 계승하고 지구행성사회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온 인사 또는 기관을 현창하기 위해 2024년 제정됐다. 제2회 수상 기관은 과학적 통찰과 공적 책임을 바탕으로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를 세계에 알리고 변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해 온 원자과학자협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다. 사진은 수상 기관을 소개하는 김원수 경희학원 미원평화학술원 상임고문 겸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장.

지식과 지혜, 교육과 협력으로 함께 여는 평화로운 미래
이어 시상이 진행됐다. 미원평화상 수상 기관에는 본상 ‘평화의 지구’ 조각상(경희 동문 박은선 작가 작품)과 부상 ‘세계평화 후원금’ 20만 달러(한화 약 2억 6,800만 원)가 수여된다. 후원금은 재미 경희 동창회가 결성한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모금으로 마련된다. 이번 시상식을 위해 미원평화상 후원재단 노상석 이사장과 임원진, 경희국제재단 조병태 회장과 임원진이 방한했다. 노상석 이사장은 재단을 대표해 The Bulletin에 세계평화 후원금 증서를 전달했다.

노상석 이사장은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을 대표해 The Bulletin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세계평화 후원금 증서를 전달하게 돼 영광이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는 핵무기, 기후변화, 인공지능 등 여러 위험이 국경을 초월한 인류 공동의 문제임을 일깨우는 강력한 상징이다. 지금의 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오늘날 이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경희인의 평화 실현을 향한 의지를 담은 미원평화상의 문명사적 의미를 전했다.

특히 그는 의미 있는 역사적 장면으로 2011년 9월 15일(뉴욕 현지 시각 9월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동시 진행된 ‘유엔 세계평화의 날 30주년 기념 UNAI-경희 국제회의’를 회고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당시 기조연설 ‘평화를 위한 또 다른 제언’에서 “평화는 정치적 노력, 외교적 수단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그 근간인 인간 내면의 ‘초월적 역량’이 우리 안에 뿌리내릴 때 평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정치학자, 교육자, 실천가로서 그 가능성을 모색해 온 조 이사장은 ‘포월(包越·Transcendental Engagement)’이라는 개념을 통해 틀 지워진 인식의 경계를 벗어나고 넘어서고 포괄하는 인간적 역량과 정치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가는 실천 세계를 조망해 왔다. 그 연장선에서 UNAI-경희 국제회의에서도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가능성을 위해 기성 제도와 문화, 관행과 습속을 넘어서는 ‘초월적 참여’와 ‘지구시민의식’ 함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묻고 있다.

노상석 이사장은 1981년 경희학원 설립자가 처음 제안한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가 제정되던 순간의 감동도 전했다. 그는 “조영식 학원장님의 선구적인 평화 비전에서 비롯된 세계평화의 날 정신은 경희의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그 비전과 정신, The Bulletin의 사명이 인류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하나로 만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실존적 위협을 생각하면 두려움과 좌절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인류에게 알릴 지식과 용기를 지닌 과학자와 사상가가 함께하는 The Bulletin이 그 증거다. 무엇보다 ‘문화세계의 창조’, ‘학문과 평화’를 향한 설립 정신과 전통을 이어가는 경희가 있다. 지식과 지혜, 교육과 협력을 통해 함께한다면 이 격변의 시대를 헤쳐 나가며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원평화상 수상 기관에는 본상 ‘평화의 지구’ 조각상과 부상 ‘세계평화 후원금’이 수여된다. 후원금은 재미 경희 동창회가 결성한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모금으로 마련된다. 이번 시상식을 위해 미원평화상 후원재단 노상석 이사장과 임원진, 경희국제재단 조병태 회장과 임원진이 방한했다. 노상석 이사장은 재단을 대표해 The Bulletin에 세계평화 후원금 증서를 전달했다. 노상석 이사장은 “조영식 학원장님의 선구적인 평화 비전에서 비롯된 세계평화의 날 정신은 경희의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그 비전과 정신, The Bulletin의 사명이 인류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하나로 만나고 있다. 지식과 지혜, 교육과 협력을 통해 함께한다면 이 격변의 시대를 헤쳐 나가며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벨 The Bulletin 회장
“평화 향한 공동의 헌신, 경희의 평화 정신과 맞닿아”
알렉산드라 벨 회장은 수락사에서 수상의 기쁨과 함께 “The Bulletin의 사명은 경희학원 설립자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편협한 국익의 한계를 넘어 평화를 향한 인류 공동의 헌신을 촉구했던 경희학원 설립자의 신념에 공감한다”고 소감을 밝힌 후, The Bulletin의 창립 배경과 역사를 소개했다.

The Bulletin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주도해 설립했다. 핵무기의 참상을 목도한 과학자들은 인류가 만든 과학기술이 인류사회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성찰과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를 포함한 창립자들은 군사·기술·과학·외교 분야의 쟁점이 지닌 법적·도덕적·윤리적 함의를 대중이 이해하고 성찰하는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The Bulletin은 1945년 12월 10일 매거진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창간호를 발행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47년, The Bulletin은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창안했다. 핵무기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예술가 마틸 랭스도르프(Martyl Langsdorf)와 협력해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는 핵 위협을 넘어 기후, 환경과 생태 위기, 파괴적 과학기술의 위협 등 새롭게 대두하는 위협을 포괄적으로 반영해 왔다.

벨 회장은 “80년에 걸친 The Bulletin의 유산은 미학의 힘을 보여준다. 전 세계 누구나 ‘지구 운명의 날 시계’의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마음에 와닿는 상징을 통해 The Bulletin은 위험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정보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함께 파멸에서 멀어지는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벨 회장은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면 인류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여러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구 운명의 날 시계’에 남은 시간은 변화를 만들어 낼 기회이자 인류가 파국으로 향하는 길에서 벗어날 기회다. 오늘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선 국제 협력과 모든 사람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 노력에 우리 공동의 생존이 달려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행동에 나설 때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벨 회장은 지구사회의 거대한 실존 위기 상황을 짚으며 말을 이어갔다. “인류가 파멸에 이토록 가까이 다가간 적이 없다. 갈등과 대립, 기아와 빈곤, 불평등, 식량과 보건 위기, 환경과 생태 위기 등 오랜 전통적 위기에 더해 최근엔 또 다른 거대 위기가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은 희망의 미래를 약속하지만 원자력 시대의 여명기에 그랬던 것처럼 인류의 기술 발전을 향한 열망은 잠재적 부작용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역량보다 더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모든 위기 요인은 하나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존적 위협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러 위기가 중층적으로 결합하면서 증폭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능마저 약화되고 있다. 인터넷은 정보 접근성을 혁신적으로 높였지만, 동시에 파괴적 언사와 거짓 정보가 퍼지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낸 벨 회장은 “인류가 오랜 시간 어렵게 쌓아 온 이해와 신뢰가 무너지면서 승자독식의 강대국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핵전쟁과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는 데 필수적인 국제 협력도 약화되고 있다. 진실에 대한 공동의 헌신 없이는 어떤 실존적 위협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지구사회의 의식 전환을 역설했다.

벨 회장은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우리 선택이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실존적 위협을 통제할지, 아니면 굴복하게 될지를 결정한다. 행동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제를 알고 현재의 대응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새로운 대응을 찾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스스로 탐구하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서로 더 많이 이야기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지도자들에게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그들에게 대응에 나설 용기와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협력이 지도자를 변화시킬 수 있고, 그럴 때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뒤로 되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벨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재앙적 위험은 커지고 협력은 줄어들고 있다. 다시 한번 시민 스스로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직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매우 뜻깊다. 우리가 하나의 지구 공동체로서 무엇을 원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경희학원 설립자가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제안하며 전한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는 메시지와 The Bulletin 창립 직후 아인슈타인이 남긴 “문명이 최고의 시험대에 오른 지금, 그 누구도 행동하기를 포기할 권리는 없다”는 선언을 되새겼다. 벨 회장은 “이 메시지들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어쩌면 그때보다 지금 더 절실하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되돌리는 데 필요한 단 한 가지는 바로 우리 모두다. 우리는 함께 파멸에서 멀어지는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하며 수락사를 마무리했다.

계속해서 참석자들은 기념 음악으로 아론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를 함께 감상했다. 이 곡은 평화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일상을 지켜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헌정됐다. 평화는 영웅의 서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평화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미원평화상의 의미를 공유했다.

알렉산드라 벨 The Bulletin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수락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재앙적 위험은 커지고 협력은 줄어들고 있다. 다시 한번 시민 스스로 직면한 위험을 직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매우 뜻깊다. 우리가 하나의 지구 공동체로서 무엇을 원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희학원 설립자가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제안하며 전한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는 메시지와 The Bulletin 창립 직후 아인슈타인이 남긴 “문명이 최고의 시험대에 오른 지금, 그 누구도 행동하기를 포기할 권리는 없다”는 선언을 되새기면서 “이 메시지들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어쩌면 그때보다 지금 더 절실하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되돌리는 데 필요한 단 한 가지는 바로 우리 모두다”라고 말했다.

“위기의 실체를 전일적 시선으로 보면서 희망의 지평 찾아야”
마지막으로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을 기념하는 대담이 열렸다. 주제는 ‘지구행성 미학을 찾아서’였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과 다니엘 홀츠 The Bulletin 과학·안보위원회 의장이 참여했다. 사회는 신진숙 미래문명원 부원장이 맡았다. 정치와 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여정의 만남이라 할 수 있는 이번 대담에서는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를 어떻게 시민적 각성과 평화의 실천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

대담은 현재 인류의 위기를 진단하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조인원 이사장은 앞서 열린 ‘제45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인류가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의 기로에 서 있다는 현실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짚었다. 오늘의 위기는 문명의 거대한 가속과 인간 의식의 거대한 지체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분석한 그는 대담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을 이어가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조 이사장은 “‘지구 운명의 날 시계’는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 중첩 위기(Poly-crisis)의 실체에 관한 상징성을 갖는다. 올해 ‘자정 85초 전’으로 설정되는 데 근거가 된 여러 과학적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노력은 이제 더 이상 문명을 논하는 학자들만의 과업이 아니다. 모든 시민이 일상의 삶 속에서 미래의 재앙적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미래를 위한 공적 책임을 다하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책임 있는 시민은 사사로운 삶에 맞서고자 분투한다. 시민의 관심은 자기 자신에 머물지 않고 가족, 학교, 직장, 국가를 넘어 지구 공동체로 확장된다. 자기라는 울타리를 넘어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참여하고 기여하는 삶을 지향한다. 일상에서 수행하는 사소한 실천들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미래에 관심이 있는 시민은 ‘지구 운명의 날 시계’가 발표되는 매년 1월, The Bulletin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여다본다. 결과가 발표되면 그 배경과 과학적 분석을 꼼꼼히 살핀다. 평소에도 국제기구, 문명 전망 기관, 언론이 내놓는 발표에 관심을 기울인다. 관심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가 실존적 위기의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내 문제로 받아들이고 삶 속에서 체화한다. 나아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조 이사장은 “위기를 말하는 것은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와 같이 과학자의 시각에서 분석한 사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정보에 일반 시민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 The Bulletin이 해왔듯 위기의 실체를 감지하고 해석할 수 있는 전일적 시선, 상호연결의 관점에서 통합적인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시선의 책무 속에서 결국 인류는 역사의 위기마다 새로운 희망의 지평을 찾아왔다. 경희학원이 ‘미원평화상’을 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함께 위험 줄여야”
홀츠 의장은 ‘지구 운명의 날 시계’ 추이를 짚으며 인류가 처한 현실을 진단했다. 1947년 ‘자정 7분 전’으로 시작된 시계는 수소폭탄 실험이 단행되고 핵무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1953년 ‘자정 2분 전’까지 빠르게 자정에 가까워졌다. 냉전 종식 직후인 1991년에는 ‘자정 17분 전’으로 자정에서 가장 먼 시간대로 설정됐다.

홀츠 의장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당시에는 낙관론이 있었다.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절망의 시간을 버텨냈다는 안도가 자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정까지 85초밖에 남지 않은, 더 암울한 상황에 처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이제는 핵 위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인원 이사장님께서도 말씀하셨듯 중첩 위기 상황이다. 다양한 위기가 존재하고 모든 위기가 서로 연결돼 있어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하다. 핵 위협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기후위기, 생물학적 위협도 심각하다. 이제 막 팬데믹을 겪어 냈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위협도 마주했다. 모든 위기가 위중하고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런 이유로 The Bulletin은 개별 위기를 넘어 서로 연결된 위기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가능성과 그 이면의 잠재적 위험에 주목한다. 홀츠 의장은 “과학은 인간에게 거대한 힘을 안겨줬다. 핵을 통해 나타나듯 인간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힘도 함께 줬다. The Bulletin의 목표는 과학기술이 초래하는 실존적 위협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창간 당시 과학자들이 품은 양심과 도덕적 책임을 되짚었다.

The Bulletin의 창간에는 과학기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과학자들의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과학기술이 공공선을 실현하는 강력한 도구인 동시에 오·남용될 경우 문명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기술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홀츠 의장은 “위대한 기술에는 그만큼 큰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기술 앞에서 매우 신중하게, 충분히 숙고하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우리는 과학자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자, 정치인, 정책 입안자, 대중이 모두 협력할 때 우리는 위험을 줄여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을 기념하는 대담에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지구행성사회의 위기를 내 삶의 일부로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실과 미래를 연결하는 미학적 실천과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우리가 꿈꾸는 현실 사이에는 항상 간극과 괴리가 존재한다. 그 차이를 메워 나가기 위해 창의적 해석과 행성적 상상력을 채워 넣는 일이 미학”이라고 말했다. 현실과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결단하느냐에 따라 매 순간 새롭게 만들어진다. 이런 전일적 연결성과 관계성에서 생각해 보면,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상상과 실천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일 수 있다는 것이 조 이사장의 설명이다.

“현실과 미래를 잇는 미학적 실천, 전일적 책임 의식”
대담은 위기에 대한 경고를 어떻게 평화의 실천과 지구행성사회의 새로운 실천 미학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조인원 이사장은 “평화를 위해선 전쟁과 테러 같은 물리적 충돌뿐 아니라 기후·환경·생태 문제 등 지구행성에서 나타나는 여러 위기 징후를 함께 다뤄야 한다.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지구행성 차원의 문제다. 거대한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우리 삶의 터전, 삶의 조건에 관한 문제다. 그런 맥락에서 ‘지구행성사회’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 이사장은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때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생각했다”고 밝힌 그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표현을 소개했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가 1990년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촬영한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주에 지구상 모든 모래알을 합친 것보다 많은 별이 있다고도 말했다. 조 이사장은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지구행성 모든 백사장의 단 한 알의 모래알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작은 존재일 수 있다. 그런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행성이 붕괴된다면 우리가 쌓아 온 문명은 의미를 잃게 된다”는 점을 짚으며 “지구행성사회의 위기를 내 삶의 일부로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실과 미래를 연결하는 미학적 실천과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우리가 꿈꾸는 현실 사이에는 항상 간극과 괴리가 존재한다. 그 차이를 메워 나가기 위해 창의적 해석과 행성적 상상력을 채워 넣는 일이 미학”이라고 말했다. 현실과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결단하느냐에 따라 매 순간 새롭게 만들어진다. 이런 전일적 연결성과 관계성에서 생각해 보면,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상상과 실천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일 수 있다는 것이 조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날 아비 로브 교수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말을 이어갔다. 로브 교수는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다. 하버드대학교 천문학과 석좌교수, 미국 정부의 미확인 이상 현상(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UAP) 과학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 UFO로 불린 UAP와 태양계 밖에서 온 성간 천체를 관측하며, 그 정체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인지 외계 문명이 만든 기술의 흔적인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조 이사장은 “아비 로브 교수님의 말씀처럼 UAP와 비인간 지성체(Non-Human Intelligence·NHI)가 존재한다면, 여태껏 우리가 믿어 왔던, 또는 과학이 설명할 수 없었던 현상, 존재와 조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만남이 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점은 그런 가능성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 의식과 삶의 지평을 끊임없이 넓혀가는 일이다. 이 시대의 문제를 어떻게 내 삶의 일부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결국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상호작용한다는 전일적 관계성 속에서 생성과 변화가 진행된다는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위기의 실체 직시···스스로 미래 방향 찾고 함께 행동하는 계기
신진숙 부원장은 “행성적 규모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거대한 실체처럼 다가온다. 조인원 이사장님께서 우주적이고 행성적인 거대한 상상을 개인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차원, 전일 정치가 지닌 새로운 대안적 시선을 말씀해 주셨다. 홀츠 의장님은 블랙홀, 중력파 등 우주를 연구하고 계신다. 우리 시선을 우주로 확장하는 데 혜안을 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질문했다. 이어 과학적 지성과 지혜를 미래 시민과 함께 함양해 나가는 교육에 관해서도 조언을 요청했다.

홀츠 의장은 “우주를 연구하다 보면 가장 먼저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우주의 거대한 규모와 시간이다. 그 앞에서 인간과 지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게 된다. 조인원 이사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창백한 푸른 점’은 지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그 작은 점을 바라보면 지구는 너무나 연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우주에서 지구가 사라진다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역설적이게도 그 지점에서 우리의 행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창백한 푸른 점’은 지구행성이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라는 사실, 우리 모두가 이 하나의 작은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구행성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홀츠 의장은 ‘우리는 멸망할 운명인가?(Are we doomed?)’라는 강의 경험을 소개하며 교육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말했다. 이 강의는 The Bulletin이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설정할 때 반영하는 실존적 위기를 다룬다. 홀츠 의장은 “학생들에게 문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해 강의를 개설했다. 첫 수업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실존적 위기에 절망해 다음 수업에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강의를 시작하니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며, 문제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제를 알아갈수록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힘을 얻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학기 내내 중첩 위기를 이야기했는데, 학기를 마칠 즈음 학생들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그 목표를 향해 어떻게 함께 나아갈 것인지를 말했다. 그 자체가 놀라운 행동이자 희망”이라면서 교육을 통한 변화를 전했다. 위기의 실체를 직시하는 일이 절망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스스로 미래의 방향을 찾고 함께 행동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홀츠 의장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이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행동을 이끌어 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홀츠 The Bulletin 과학·안보위원회 의장은 ‘Are we doomed?’ 강의 경험을 소개하며 “학기 내내 중첩 위기를 이야기했는데, 학기를 마칠 즈음 학생들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그 목표를 향해 어떻게 함께 나아갈 것인지를 말했다. 그 자체가 놀라운 행동이자 희망”이라면서 교육을 통한 변화를 전했다. 위기의 실체를 직시하는 일이 절망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스스로 미래 방향을 찾고 함께 행동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홀츠 의장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이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행동을 이끌어 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행성사회의 미래, 내 삶과 일상으로 가져와야”
신진숙 부원장은 두 대담자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요청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홀츠 의장은 ‘지구 운명의 날 시계’가 전하는 메시지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지구 운명의 날을 알리는 이 시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절망이 아닌 희망을 말한다. 인류는 과거에도 시계를 되돌린 경험이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앞서 수락사를 통해 벨 회장이 말했듯 우리 스스로 정보를 얻고 배우며 지식과 지혜를 쌓아야 한다.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대응해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지구 운명의 날 시계’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우리 모두,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나서야 한다. 우리가 함께 행동한다면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조금 전 홀츠 의장님께서 ‘Are we doomed?’라는 강의를 소개해 주셨다. 학생들의 행동이 감동적이고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기성세대, 기성사회, 기성정치는 어떤가란 의문이 든다. 미래세대가 마땅히 가져야 할 꿈과 희망, 지속 가능한 내일이란 관점에서 기성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우리 스스로 물어야 한다. ‘제45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에서도 말했는데, 학계에서 말하는 ‘Great Dithering’, 즉 거대한 머뭇거림, 거대한 지체를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와 국제사회는 1970년대 초부터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를 경고하며 수많은 국제회의와 협약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성장 확대를 당연시해 온 역사적 관성과 국가 간 이익 충돌에 가로막혀 대응은 지연되거나 후퇴했고, 때로는 좌절됐다. 학계에서는 이를 과도한 자국 중심의 현실정치가 초래한 ‘Great Dithering’으로 표현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칼 세이건은 1985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지구가 금성과 같은 행성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기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었던 금성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누적되면서 표면 온도가 470도에 이르는 행성으로 급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8년에는 NASA 기후과학자였던 제임스 핸슨이 같은 자리에서 인간의 산업활동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과학적 분석과 함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에 이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고와 대응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오늘의 기후 현실은 임계점 이후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았다.

조 이사장은 “기성세대, 기성사회, 기성정치는 미래세대의 희망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결국 평화는 마음다스림의 문제다. 내 삶과 일상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다스림의 세계 속에 지구행성사회의 미래가 어디로 갈 것인가란 문제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 그 역사적 중요성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명사적 위기 넘어설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다
미원평화상은 선정위원회가 후보자를 선정하고 경희학원 이사회 승인을 거쳐 수상자를 결정한다. 수상자는 경희학원 설립자가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 제정을 처음 제안한 날인 6월 29일에 발표한다. 시상식은 9월 21일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개최하는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 Peace BAR Festival’(이하 PBF)과 함께 열린다.

경희는 이번 시상식을 계기로 The Bulletin과 한국 사회 각계 지도자 및 기관이 교류하는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며 폭넓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시상식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는 20여 개 언론사가 참석했다.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의 긴박성을 반영하듯 기자들은 The Bulletin이 진단하는 오늘의 위기와 과학기술의 책임, 평화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경희는 The Bulletin과 제1회 수상 기관인 The Elders를 비롯해 전 세계 학술·교육기관, 국제기구, 시민사회, 미래세대와 함께 지구행성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PBF와 미원평화상을 통해 형성된 연대와 협력의 지평을 더욱 넓혀 오늘의 문명사적 위기를 넘어설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