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실천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 45년 전의 메시지를 다시 새기다

2026.10.06

경희학원, 유엔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 맞아 ‘국제회의 - Peace BAR Festival’ 개최
‘평화 혹은 붕괴: 지구행성사회의 문명 미학을 향해’ 주제로 진행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새로운 평화의 조건, 전일 정치의 미래’ 제시

‘긴급한 요청,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Great Imperative: 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 – Nuclear War and World Peace).’ 45년 전 국제사회에서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 제정을 처음 제안한 연설문 제목이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1981년 6월 29일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에서 이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승자도 패자도 없는 핵전쟁의 위협, 냉전과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던 위기의 국제정세, 세계평화의 긴급성을 말했다. 그리고 평화의 또 다른 국면에 주목했다. 기아, 빈곤, 인권, 환경과 같은 지구사회 난제를 짚으며 이를 다뤄 갈 근원적 토대를 논했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품는 평화. 그 의식이 지구사회 대기(大氣)를 이룰 때 새로운 평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지금, 그 메시지는 더욱 긴급하고 절박해졌다. 인류는 기로에 서 있다. 기후위기, 핵 위협,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의 위기. 한 사안의 위기는 또 다른 사안의 위기를 부르고, 삶의 불확실성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우리 삶의 현장에 닥친 지구행성사회의 실존적 위기다. 인류와 지구 생명체 모두를 위협하는 전례 없는 행성적 평화의 위기다. 이에 대응하는 인류의 공동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서둘러 요청되고 있다.

거센 문명사적 파고를 마주하면서 어떤 삶과 문명의 서사를 쓸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경희학원은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이 문제를 다시 조명했다. ‘제45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 Peace BAR Festival 및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을 통해 평화의 새 지평을 찾아 나섰다. 행사 주제는 ‘평화 혹은 붕괴: 지구행성사회의 문명 미학을 향해’였다.

올해는 세계평화의 날 제정 45주년이자 세계평화의 해 선포 40주년이 되는 해다.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핵 위협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나날이 극심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인간 통제를 벗어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서 “평화 사상을 고취해 국제사회의 대기를 바꿔야 한다”는 45년 전 경희의 제안이 국제사회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이 처음 제안된 역사적인 날인 6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세계평화의 날 결의안(SR 113)’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SR 113을 대표 발의한 최석호 상원의원은 제45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현장을 직접 찾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최석호 의원은 “조영식 박사님의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는 신념과 평화에 대한 꿈이 오늘 미원평화상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또 하나의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평화 사상을 고취해 국제사회의 대기를 바꿔야 한다”
45년 전 경희의 제안, 국제사회에서 다시 주목받아
제45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과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 라운드테이블, 스페셜 렉처, 콜로키엄, 평화음악회, 미래세대 및 동문과의 대화, 시민사회·학생 기념행사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과 서울·국제캠퍼스에서 열렸다. 주요 행사는 9월 21일(월)에 집중 개최됐다. 9월 17일(목)부터 22일(화)까지 운영된 ‘세계평화 주간’에는 평화를 위한 담론의 장, 실천의 장이 경희 캠퍼스 곳곳에서 펼쳐졌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자리에서 전 세계 학술·교육기관, 국제기구, 시민사회, 미래세대 등이 함께 평화를 이야기하고 새로운 실천의 길을 모색했다.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과 미원평화상 시상식, 라운드테이블, 스페셜 렉처는 웹캐스트(pbf.khu.ac.kr)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기념식은 세계평화의 날 제정 경과보고로 시작됐다. 김원수 경희학원 미원평화학술원 상임고문 겸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장은 1981년 6월 경희에서 시작된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안이 그해 11월 30일 제36차 유엔 총회의 만장일치 채택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며 역사적 의미를 전했다. 냉전의 긴장이 완화되고 국제사회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1994년 경희를 방문했을 때 남긴 “세계평화의 날과 해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로운 세계는 없었을 것”이라는 말은 그 의미를 잘 보여준다.

올해는 세계평화의 날 제정 45주년이자 세계평화의 해 선포 40주년이 되는 해다.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핵 위협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나날이 극심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인간 통제를 벗어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서 “핵대전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전멸뿐이다. 신무기를 개발해 핵대전을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평화 사상을 고취해 국제사회의 대기를 바꿔야 한다”는 45년 전 경희의 제안이 국제사회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이 처음 제안된 역사적인 날인 6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세계평화의 날 결의안(SR 113)’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SR 113을 대표 발의한 최석호 상원의원은 기념식 현장을 직접 찾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최석호 의원은 1962년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 경희 동문이기도 하다. 최 의원은 “조영식 박사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함께 계셨더라면 아마 누구보다도 기뻐하시면서 ‘평화를 말하는 데 그치지 말고 평화를 위해 행동하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SR 113 발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립자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그는 “조영식 박사님은 한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이자 교육자였으며, 국제 평화의 선도자였다.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는 것을 경희 가족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역사적 사실을 아는 일반인은 많지 않다. 그래서 조영식 박사님의 역사적 공헌을 캘리포니아의 공식 기록에 남겨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경희의 한 제자로서 스승의 업적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석호 의원은 대학 재학 시절 ‘대학주보’ 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총장이었던 설립자와 면담할 기회가 많았다고 밝힌 그는 “그때 경험한 조영식 박사님의 학교 사랑, 제자 사랑, 그리고 세계를 향한 큰 꿈은 제 인생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경희에서 배운 꿈과 가치가 제 인생의 여러 길을 따라 계속 이어져 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교육을 통해 배우고 대화를 통해 만들며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그는 “조영식 박사님의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는 신념과 평화에 대한 꿈이 오늘 미원평화상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또 하나의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지구사회의 점증하는 실존적 위기의 징후를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지켜봐 왔다. 눈앞의 정치적 현안 범주를 넘기 힘든 오늘의 ‘세상 정치(Politics of the World)’는 중장기 노력을 요구하는 지구적 난제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았다.국제사회와 국제기구는 대안일 수 있으나, 현실정치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협약과 규약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분석했다.이어 “시민 개개인이 평화의 미래를 지켜가려는 염원과 실천이 역사의 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헤쳐 갈 전환적 노력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일상의 소중함만큼이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무게를 실을 때, 정치도 국제기구 활동도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지켜 나가야 할 삶과 생존의 미래. 행성 위 뭇 생명의 미래. 그 삶과 생명의 공존을 위한 시민의식을 우리 스스로 일깨울 때, 결국 인류의 존엄과 평화의 미래도 지켜갈 수 있다. 인류의 보편 가치를 존중하면서 인간 실존의 과업을 함께 조율해 가는 일. 그 공동의 목표를 구현해 갈 의식과 관여의 지구적 실천이 오늘의 또 다른 ‘긴급한 요청’이다”라고 말했다.

“시민 개개인의 염원과 실천, 역사의 전환 이끄는 동력”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새로운 평화의 조건, 전일 정치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기념사를 전했다. 조 이사장은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과 함께 문명 팽창의 역사를 써 내려온 인류가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하면서 ‘전일의 세계’와 ‘전일 정치’를 통해 새로운 평화의 조건을 모색했다.

▶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기념사 ‘새로운 평화의 조건, 전일 정치의 미래’ 전문 보기

기념사 서두에서 조 이사장은 오늘의 현실을 이렇게 짚었다. “큰 전환의 시대다. 과학기술은 유례없는 발전을 이루고 있다. 선대가 예측하지 못한 첨단 문명이 일상이 됐다. 실시간 접하게 된 세상의 정보, 우주 기원과 심연의 신비를 향한 새로운 도전과 과학적 발견, 분자와 세포 단위의 깊은 인과 고리를 밝혀가는 생명 과학기술은 현대문명의 큰 성취다. 문명 진전의 이면에는 또 다른 국면도 있다. 인류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속도와 규모의 위험이다. 임계점 이후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는 기후 현실, 핵 군축과 비확산 체제의 균열과 신뢰 약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파괴적 과학기술의 위협이 존재한다. 유엔은 지난 몇 년, 인류사회의 실존적 위협을 경고해 왔다. “오늘의 인류는 단 한 번의 오해, 단 한 번의 오판으로 핵 절멸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지구 행성을 두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최근 발언은 이제 경고를 넘어 ‘최후통첩’ 같은 인상마저 준다.”

조 이사장은 현실 진단을 넘어 그 원인에 주목했다. 학계와 국제사회는 1970년대 초부터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를 경고하며 수많은 국제회의와 협약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성장 확대를 당연시해 온 역사적 관성과 국가 간 이익 충돌에 가로막혀 대응은 지연되거나 후퇴했고, 때로는 좌절됐다. 학계에서는 이를 과도한 자국 중심의 현실정치가 초래한 ‘거대한 머뭇거림(Great Dithering)’으로 표현한다.

조 이사장은 “우리는 지구사회의 점증하는 실존적 위기의 징후를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지켜봐 왔다. 눈앞의 정치적 현안 범주를 넘기 힘든 오늘의 ‘세상 정치(Politics of the World)’는 중장기 노력을 요구하는 지구적 난제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는 대안일 수 있으나, 현실정치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협약과 규약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전환적 기류를 만들어 갈 역사의 동력은 어디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조 이사장은 이 문제를 풀어갈 힘의 원천을 시민에게서 찾았다. 시민 개개인이 평화의 미래를 지켜가려는 염원과 실천이 역사의 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를 헤쳐 갈 전환적 노력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현실정치는 결국 시민의식에 따라 정책 방향을 숙고한다. 우리 스스로 일상의 소중함만큼이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무게를 실을 때, 정치도 국제기구 활동도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지켜 나가야 할 삶과 생존의 미래. 행성 위 뭇 생명의 미래. 그 삶과 생명의 공존을 위한 시민의식을 우리 스스로 일깨울 때, 결국 인류의 존엄과 평화의 미래도 지켜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학원은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제45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 Peace BAR Festival 및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행사 주제는 ‘평화 혹은 붕괴: 지구행성사회의 문명 미학을 향해’였다.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과 미원평화상 시상식, 라운드테이블, 스페셜 렉처, 콜로키엄, 평화음악회, 미래세대 및 동문과의 대화, 시민사회·학생 기념행사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과 서울·국제캠퍼스에서 열렸다. 주요 행사는 9월 21일에 집중 개최됐다.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운영된 ‘세계평화 주간’에는 평화를 위한 담론의 장, 실천의 장이 경희 캠퍼스 곳곳에서 펼쳐졌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자리에서 전 세계 학술·교육기관, 국제기구, 시민사회, 미래세대 등이 함께 평화를 이야기하고 새로운 실천의 길을 모색했다.

전일의 세계와 전일 정치, 인간 내면의 향상과 공적·행성적 참여
조 이사장은 산업문명이 만들어 온 기회는 이어가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임을 상기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내 안의 의식과 사유의 지평을 스스로 조율하고 확장할 때, 정해진 미래가 아닌 위기 너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전일의 세계, 전일 정치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교의 공(空)과 연기(緣起), 인도철학의 브라만과 아트만, 아카샤(Akasha), 플라톤의 이데아, 플로티노스의 일자(一者), 현대의 일반체계론과 과정철학 등 동서고금의 철학에 존재하는 전일의 세계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명사적 난제를 풀어갈 사유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희 역시 주리(主理)와 주의(主意) 세계를 통해 전일의 세계를 사유하고 실천해 왔다.

조 이사장은 “이들 철학은 기원과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인간 실존의 세계는 인간 의식과 우주 내 이치의 현묘(玄妙)한 결합의 탐색 여정이란 점을 함축한다. 그 여정은 하나의 보편 세계를 주시한다. 창발과 일깨움의 세계다. 인간과 사회, 자연과 우주를 관류하는 의식 조율의 세계다. 전일의 세계관은 개인의 실존 의식을 중심으로 전체와 부분의 조화, 창발적 사유의 장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전일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조 이사장은 ‘전일 정치’의 의미를 제시했다. “마음을 세계와 우주로 연결하고 미래를 향한 초월적 감응 역량으로 승화하는 정치. 주어진 현실과 미래, 소망하는 미래의 조화로운 만남을 주선하는 정치. 그 인간 내면의 향상과 ‘공적·행성적 참여’의 과업이다.” 이를 또 다른 말로 ‘포월(包越) 정치’라고 정의한 조 이사장은 전체주의에 항거해 ‘벨벳혁명’을 이끈 바츨라프 하벨을 사례로 들어 ‘전일 정치’, ‘포월 정치’의 가능성을 전했다. 하벨은 정치를 자신과 세계를 향상하는 ‘불가능의 예술’로 봤다. 그는 내재하는 초월의 감수성을 현실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천에 옮겼다. 자신과 이웃, 세계의 조화를 기하는 의식, 이를 세계 밖 우주로 연결하는 공적 실천의 지평을 ‘획일과 억압 정치’에 맞서는 시민과 함께 열었다.

조 이사장은 “전일의 세계에서 마음의 향로(向路)를 스스로 찾아 나서는 일. 현실의 제약과 한계를 벗어나고 넘어서서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에 도전하는 열정과 초극(超克)의 실천. 그 내면의 힘이 함께할 때, 개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위기 대응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와 후대에 주어져야 할 미래. 미래를 함께 일구려는 마음. 그 힘을 내 안에, 우리 안에 불어넣는 일은 위기 너머 세계를 펼치는 문명사적 전환의 과업이다. 내 마음과 의식이 행성 시민과의 결속과 연대를 이룰 때, 새 희망의 활로는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념사 말미에서 조 이사장은 그 과정을 ‘시선 혁명의 미학’으로 정의했다. 평화를 내면의 감수성을 사회와 세계, 대자연으로 연결하는 끊임없는 향상과 초월의 과업으로 바라보면서 “대립과 파괴보다는 평화를 염원하는 시선. 생명의 존귀함을 내 안에 품는 시선. 나와 타자의 차이, 오늘과 미래의 현실을 함께 보려는 시선. 그 시선의 과업이 평화를 향한 시민적 책임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평화를 향한 시선과 전일의 정치가 미학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고 봤다. 현실과 상상, 현실과 소망. 그 사이에 창의적 해석과 실천적 상상력을 채워 넣는 일, 내면적 가치의 미래 지향성을 찾아 나서는 일이라는 맥락에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문명사적 위기의 시대에는 또 다른 차원의 과업,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일궈 갈 제휴와 연대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인류의 보편 가치를 존중하면서 인간 실존의 과업을 함께 조율해 가는 일. 그 공동의 목표를 구현해 갈 의식과 관여의 지구적 실천이 오늘의 또 다른 ‘긴급한 요청’이다”라는 말로 기념사를 마쳤다.

기념식은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의 기념 음악 연주로 막을 내렸다. 참석자들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을 함께 감상하며 베토벤이 고난 속에서도 끝내 놓지 않았던 내면의 평화와 숭고한 인류애를 되새겼다. 그리고 지구행성의 위기와 갈등 속에서도 상생과 치유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유했다. 이는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과 평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평화의 날’ 제정을 주도하고, ‘국제회의 - Peace BAR Festival’을 개최해 온 데 이어 ‘미원평화상’을 제정·시상해 온 경희의 여정과도 맞닿아 있다. (사진) 기념식에서 ‘비창’ 2악장을 연주한 손정범 음악대학 교수.

전일적 관계망 속에서 새로운 평화의 길 찾는 경희의 여정
기념식은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의 기념 음악 연주로 막을 내렸다. 참석자들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을 함께 감상하며 베토벤이 고난 속에서도 끝내 놓지 않았던 내면의 평화와 숭고한 인류애를 되새겼다. 걱정과 고뇌로 가득한 1악장을 지나 2악장에 이르면, 폭풍이 지나간 뒤 찾아오는 고요처럼 깊은 평온과 치유의 선율이 흐른다. 참석자들은 이 곡을 통해 지구행성의 위기와 갈등 속에서도 상생과 치유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유했다. 이는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과 평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평화의 날’ 제정을 주도하고, ‘국제회의 - Peace BAR Festival’(이하 PBF)을 개최해 온 데 이어 ‘미원평화상’을 제정·시상해 온 경희의 여정과도 맞닿아 있다.

경희학원은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사유와 실천을 활성화하고자 제1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1982년 9월 21일)부터 매년 PBF를 개최하고 있다. PBF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기회 요인을 탐색하고 “정신적으로 아름답고(spiritually Beautiful), 물질적으로 풍요하며(materially Affluent),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humanly Rewarding)” 사회를 열어갈 실천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다.

올해 PBF는 45년 전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 제정으로 이어진 평화 정신을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 성찰하고 인류가 함께 열어갈 새로운 평화의 조건을 모색한 자리였다. 인류의 실존이 위협받는 오늘, 평화를 더 이상 전쟁의 부재로만 이해할 수 없다.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라는 메시지는 오늘도 유효하다.

올해 PBF 행사 당일 저녁 JTBC ‘뉴스룸’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다뤘다. “강한 무기로 상대를 무릎 꿇리는 물리적 평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를 바꿔 평화의 대기를 만드는 ‘보편적 평화’”를 주창한 경희학원 설립자의 업적과 통찰을 소개하며 “제45회 세계평화의 날을 맞은 오늘, 정작 평화가 없는 역설적 현실 속에서 45년 전 경희학원 설립자가 던졌던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라는 메시지가 무겁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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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년간 PBF는 문명사적 전환의 가능성을 폭넓게 다뤄왔다. 최근에는 문명 전환의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평화의 조건을 묻는 담론장으로 그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인간과 자연, 현재와 미래, 지구행성과 우주가 서로 연결된 전일적 관계망 속에서 더 깊은 공존의 길을 모색하며 지구행성사회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상상과 실천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우리가 소망하는 평화를 위해 어떤 삶과 정치, 문명을 만들어 갈 것인가. 지구행성시민과 함께 그 길을 묻고 찾아가는 경희학원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