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부 공동 연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누설 전자파 저감형 공동기 기반 송수신기 이격 대응 무선전력전송기술 개발’ 과제에 선정됐다.
전자공학부 공동 연구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 수주
김상혁, 임영현, 길태현, 박준용 교수 협업, 자기장 걱정 없는 무선충전 이룰 것
전자공학부 공동 연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누설 전자파 저감형 공동기 기반 송수신기 이격 대응 무선전력전송기술 개발’ 과제에 선정됐다. 이 과제는 2030년 12월까지 5년간 총 76억 원이 투입되며 경희대가 주관기관으로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전파진흥협회, 카이스트 등 7개 기관이 힘을 모을 예정이다. 연구책임자인 전자공학부 김상혁 교수를 비롯해 임영현, 길태현, 박준용 교수가 과제에 참여한다.
공동기 구조로 자기장 노출 위험 줄여
무선충전 기술의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송신부와 수신부에 코일을 감아 전류를 흘리면 자기장이 발생하고, 이 자기장이 주변의 다른 코일에 전압을 유도하면서 전력이 전달된다. 문제는 이 자기장이 코일 주변에 광범위하게 형성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처럼 저전력 기기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전기차나 대형 가전과 같이 고출력 충전이 필요한 분야로 갈수록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기장 노출량이 국제 안전 기준을 넘어서면서 인체 유해성 우려가 제기됐고, 이는 고출력 무선충전 기술의 상용화를 더디게 만드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상혁 교수는 “국가적으로 특정 주파수 대역 내 허용 자기장 세기 기준이 마련돼 있는데, 고출력으로 갈수록 이 기준을 훌쩍 넘어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력전송 효율은 유지하면서도 인체에 안전한 수준으로 전자파 노출을 억제하는 기술이 무선전력전송 상용화의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공동기(Cavity)' 구조다. 김상혁 교수는 전자레인지에 비유해 원리를 설명한다. 전자레인지는 내부 전자파가 문 바깥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촘촘한 금속 매쉬(mesh)로 완전히 차폐된 구조다. 연구팀은 이 매쉬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해, 두 개의 공동기 사이에서 전자파가 오가며 전력을 주고받는 최적의 구조를 찾는 방식이다. 그 결과 기존 코일 기반 방식 대비 누설 전자파를 100배 이상 줄이면서도 높은 전력전송효율은 그대로 유지하는 성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자레인지에서 볼 수 있는 공동기 구조를 활용해 무선충전의 전자파 누출을 줄이는데 도전한다.
정확한 위치가 아니어도 무선충전
무선충전의 또 다른 난제는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 거리나 정렬이 조금만 어긋나도 전송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이 정확한 위치에 올려야만 작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통신을 이용한 기존 해결 방식 대신, 공진 현상 자체에 주목했다. 이격거리가 변하면 시스템의 공진주파수도 함께 변하는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별도의 통신 없이도 최적의 공진주파수를 실시간으로 자동 추적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김상혁 교수는 “그네를 밀 때 일정한 박자를 염두하고 미는 것이 아니라, 그네가 돌아오는 순간에 맞춰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공진기가 갖는 고유한 공진주파수에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실어 보내는 방식으로, 이격 대응은 물론 향후 고정 주파수 환경에서도 높은 효율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관련 연구 성과는 소재·전자 분야의 국제 학술지 『Nature Electronics(IF=46.4)』에 게재 승인됐다.
무선충전의 또 다른 난제는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의 거리와 정렬 상태다. 스마트폰 무선충전기가 정확한 위치에 올려야만 작동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송·수신기 간 거리가 조금만 변해도 공진 현상이 깨지면서 전력전송 효율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 현상 자체에 집중했다. 거리가 변하면 시스템의 공진주파수도 함께 변하는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별도의 통신 없이도 최적의 공진주파수를 실시간으로 자동 추적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김상혁 교수는 이 과정을 그네에 비유했다. 그는 “그네를 밀 때 일정한 박자에 맞춰 미는 것이 아니라, 그네가 돌아오는 순간에 맞춰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공진기가 갖는 고유한 공진주파수에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실어 보내는 방식으로, 이격 대응은 물론 향후 고정 주파수 환경에서도 높은 효율을 구현하겠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433㎒ 대역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큰 공동기가 필요한 전기차, 로봇 등 대형 기기를 겨냥한 상용 기술을 연구한다. 2단계에서는 2.4㎓ 대역으로 확장해 공동기 크기를 소형화해 드론과 같은 소형 기기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무선전력전송 표준 기술 확보해 상용화 지원할 것”
이번 기술 개발은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차세대 표준 ‘Ki’와 밀접하게 연관됐다. Ki는 인덕션 등 주방가전을 겨냥한 고출력 무선전력전송 표준으로, 국제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연구팀이 개발 중인 세부 요소 기술들이 이 표준의 핵심 구성 요소로 반영될 수 있도록 표준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기술이 실제로 상용화됐을 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생각보다 폭넓다.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은 주방이다. 부엌 조리대 위의 전기포트, 전기밥솥, 인덕션 등 각종 가전을 연결하던 전선이 사라지고, 기기를 어디에 두든 자유롭게 충전·구동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조리 공간의 위생과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물이 튀는 싱크대 주변에서 전선과 콘센트가 사라지면 감전이나 누전 위험도 함께 줄어든다.
이번 연구는 김상혁 교수를 포함해 임영현, 길태현, 박준용 교수가 참여한다. 이를 통해 공동기 구조 설계부터 무선충전 시스템 전반까지 아우르는 연구 생태계를 구축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변화가 더욱 크다. 주차하듯 차량을 지정된 위치에 세우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되는 방식이 가능해지며, 매번 꺼내던 충전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와 더불어 케이블 단선이나 커넥터 마모와 같은 유지·보수 문제도 해결된다.
임영현 교수는 공동기 기반 시스템에 필요한 공진주파수 회로 설계를 담당한다. 고출력 전력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주파수가 틀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빠르게 복원하고 노이즈 성능이 우수한 회로를 구현한다. 길태현 교수는 RF 고전력 생성 및 정류 기술, 반도체 소자 제작을 맡는다. 고주파 대역에서 높은 출력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자 자체의 성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고주파·고출력에 특화된 소자 기술 연구에 집중하며 시스템 전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박준용 교수는 무선충전 시스템의 케이블 설계를 담당한다. 케이블에서 방사되는 전기장·자기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케이블 설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김상혁 교수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이 경희가 개발한 무선전력전송 표준을 따라오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표준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다 우리 기술로 채울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부분을 우리 기술로 채워 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