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학기 QUEST 혁신 수업 사례공유회 개최
28개 교과목·1,500명 학생 참여, 우수수업 8개 선정
AI·에듀테크 활용 넘어 질문·검증·공유·성찰하는 학습 경험 설계
AI가 질문에 답하고 문제를 풀어주는 시대, 대학 수업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교수학습개발원이 청운관에서 ‘2026-1학기 QUEST 혁신 수업 사례공유회’를 열었다. 한 학기 동안 QUEST 모델을 실제 교과목에 적용한 교수자들이 수업 설계의 고민과 학생들의 변화, 시행착오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QUEST는 Quantum leap through Understand, Engage, Share, and reThink의 약자다. 학습자가 개념을 이해하고(Understand), 학습에 참여·몰입하며(Engage), 결과를 발표하고 공유한 뒤(Share), 자신의 학습 과정을 성찰하는(reThink) 과정을 통해 학습 경험의 전환을 이끄는 경희의 교육혁신 실천 모델이다.
28개 교과목에서 실험한 수업의 변화
2026학년도 1학기에는 26명의 교원이 총 28개 QUEST 혁신 수업을 운영했고, 약 1,50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론 중심 수업 12개, 과제·문제 중심 수업 10개, 두 유형을 결합한 수업 5개, 실험 중심 수업 1개로 전공과 수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QUEST 모델을 적용했다.
교수학습개발원은 교수자가 새로운 수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별 수업 설계 컨설팅과 조교 지원, 한시적 절대평가 적용, 교수자 커뮤니티 운영 등을 지원했다. 수업 혁신에 투입한 교수자의 노력을 교육 업적으로 인정하는 체계도 마련했다. 특히 팀 활동이나 프로젝트, 학생 질문 대응, 에듀테크 활용과 같이 교수자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활동에는 조교를 배정해 수업 운영을 지원했다.
우수수업은 수강생 대상 수업 효과 인식 조사 결과를 반영한 정량평가와 교수자의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정성평가를 종합해 선정했다. QUEST의 네 단계가 교과목 특성에 맞게 구현됐는지, 생성형 AI와 에듀테크가 단순한 도구 활용을 넘어 학생의 사고를 촉진하고 학습 경험을 확장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총 8개 수업이 대상 1개, 최우수상 2개, 우수상 5개로 선정됐다.
학생들의 반응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수업 효과 인식 조사 결과가 확보된 24개 교과목 가운데 15개 교과목(62.5%)이 ‘심화 이해·참여·몰입·성찰’ 네 지표 평균에서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을 기록했다. 교수자들은 “학생들이 질문하고 사례를 분석하며 AI와 에듀테크의 결과를 검토하고, 동료와 공유한 뒤 자신의 학습 과정을 되돌아보는 경험이 늘었다”라고 평가했다.
대상에 선정된 물리학과 윤정기 교수가 ‘수리물리학1’의 QUEST 혁신수업 운영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AI에 답을 묻는 대신, 검토하게 하다
대상을 받은 물리학과 윤정기 교수는 ‘수리물리학1’에서 “학생들은 이미 AI로 과제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수업 설계를 시작했다. 선형대수와 미분방정식 등 추상적인 개념과 많은 계산을 다루는 과목의 특성을 고려해 AI를 금지하기보다 학생들이 AI에 종속되지 않는 활용 방식을 고민했다.
윤 교수는 최종 답을 바로 제시하지 않고 힌트와 반례를 통해 학생 스스로 풀이를 이어가도록 하는 ‘소크라테스식 AI 튜터’를 설계했다. AI 풀이의 오류를 찾아 원인을 설명하고 교정하는 ‘Critic Quiz’, 수업 중 질문과 판서 오류 지적에 대한 보상, 어려운 수학 개념을 60초 안에 설명하는 쇼츠도 제작했다.
중간고사 이후에는 학생별 심층 상담을 진행해 풀이 과정과 다른 접근법을 함께 검토했다. 61명 중 56명이 참여했으며, 학생들은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자료와 비교하며 검증하는 태도를 익혔다. 교수학습개발원은 ”이 수업이 심화 이해·참여·몰입·성찰 전 영역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역할극으로 정신간호 이론을 이해하다
최우수상을 받은 간호학과 신성희 교수는 ‘정신간호학각론1’에서 추상적인 정신질환 이론을 실제 간호 상황과 연결했다. 진단 기준과 증상을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심리와 행동 맥락, 치료적 의사소통을 경험하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80명의 학생은 조별로 정신질환을 선택해 생성형 AI로 사례와 간호과정 초안을 만들고 이를 교재와 강의자료로 검증했다. 이어 환자·보호자·간호사 역할을 나눠 역할극 영상을 제작하고, 다른 조의 결과물에 피드백을 남긴 뒤 성찰 보고서와 동료평가를 작성했다.
학생들의 종합일지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환자의 상태와 배경을 이해하려는 태도로 변화하고, 환자와 보호자 역할을 직접 연기하며 공감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한 경험이 나타났다. Teaching+ 조교는 학습일지 질문에 답하고 역할극 시나리오와 간호과정의 타당성을 점검하며 프로젝트 수행을 지원했다.
AI와 함께 모델을 만들며 ‘인지 부채’를 줄이다
같은 최우수상을 받은 융합바이오·신소재공학과 최재영 교수는 ‘첨단바이오소재인공지능’에서 목적에 맞게 AI 도구를 활용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특히 AI로 결과는 얻지만, 원리와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지 부채(Cognitive Debt)’를 줄이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학생들은 AI 기초 이론과 파이썬을 익힌 뒤 GUI 기반 도구로 기계학습 모델을 만들고, 생성형 AI와 코드를 수정하는 ‘바이브 코딩’을 경험했다. 원하는 결과를 설정하고 코드를 실행한 뒤 오류 원인을 진단해 다시 설계하는 과정을 반복했으며, 마지막에는 처음 보는 데이터 세트로 자신이 만든 모델의 성능을 검증했다.
최 교수는 “코딩 경험이 거의 없던 학생들도 직접 기계학습·딥러닝 모델을 만들며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Teaching+ 조교는 실시간 기술 문제 해결과 분석 방향 설정을 지원해 학생들이 실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응용화학과 강경태 교수가 학생들의 AI 활용과 검증 역량을 중심으로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AI의 유창함보다 근거를 확인하는 힘
우수상을 받은 응용화학과 강경태 교수의 ‘유기화학Ⅲ’도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대한 생체분자를 다루는 수업에서 AI는 새로운 학습 주제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지만, 반응 조건이나 구조, 문헌 정보 등에 오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네 차례 AI 연계 활동을 수행했다. AI의 분자 메커니즘 설명에서 오류를 찾아 강의자료로 교정하고, 치료용 펩타이드와 합성 전략을 설계했으며, 단백질 구조 데이터와 전문 프로그램을 활용해 결과를 검증했다. AI는 초안을 만들고, 학생은 강의자료·교과서·논문·공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이를 검토하는 ‘과학적 검토자’ 역할을 맡았다.
Teaching+ 조교는 한 학기 동안 101시간, 29개 활동을 통해 강의 요약과 복습 문제 제작, AI 과제 피드백, 전문 프로그램 활용 등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교수자는 기술적 오류 해결보다 핵심 이론과 심화 피드백에 집중할 수 있었다.
QUEST 혁신 수업의 지속과 확산
네 수업의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AI가 대신 답을 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질문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자신의 판단을 되돌아보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교수자의 역할도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사고를 이끄는 질문과 활동, 피드백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교수학습개발원은 이러한 사례를 교내에 지속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2026학년도 2학기에는 24개의 강좌가 QUEST로 운영될 예정이며, 수업 설계 컨설팅과 AI·에듀테크 활용 지원, 우수사례 공유를 이어간다. e-Campus의 온라인 교수자 커뮤니티도 활성화해 수업 운영 과정에서 얻은 자료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소희 교수학습개발원 학술연구교수는 “참여 교과목 수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교수님들이 안정적으로 수업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수학습개발원은 앞으로도 수업 설계 컨설팅과 AI·에듀테크 활용 지원, 교수자 간 사례 공유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