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실천

탁월한 ‘학문과 평화’의 여정: 2025년의 성취를 축하하며

2026.08.26

경희 석학 포럼, 세계 상위 1%·2% 연구자·경희 Fellow(연구) 등 초청
탁월한 학문 성취···구성원 자긍심이자 더 큰 도약 향한 희망
‘경희 역사와 전통 속에서 학문함의 의미’ 조인원 이사장과 되새겨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홍충선 고황석좌교수, 호텔관광대학 정남호 교수, 호텔관광대학 구철모 교수, 이과대학 배진우 교수···.” 세계적 연구 성취를 이룬 경희 석학들의 이름이 호명되고 연구 업적이 소개되자, 이들의 열정과 도전, 성취를 향한 감사와 축하의 박수가 평화의 전당 로비를 가득 메웠다. 지난해 세계 상위 1%·2% 연구자를 역대 최다 규모로 배출한 경희대학교가 구성원들의 헌신을 기리고, 경희가 지향하는 학문과 평화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연구처는 지난 6월 18일(목) ‘탁월한 ‘학문과 평화’의 여정: 2025년의 성취를 축하하며’를 주제로 경희 석학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세계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HCR)와 경희 Fellow(연구), 세계 상위 2% 연구자 등 경희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문적 성취와 연구 여정을 나눴다. 특히 HCR에 선정된 홍충선·정남호·구철모·배진우 교수의 성취는 더욱 뜻깊다. 탁월한 학술 연구를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대학 본연의 책무와 ‘큰 학문(大學)’의 길,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실천적 책무를 다하는 ‘대학다운 미래대학’을 향한 경희의 여정과 함께 석학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경희의 이름으로 이뤄낸 오늘의 성취는 모든 구성원의 자긍심이자 더 큰 도약을 향한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은 진리와 진실의 본질 탐구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이번 포럼은 총 2부로 나뉘어 진행했다. 1부에서는 경희 석학들의 학문적 여정과 세계 연구 동향을 짚어보고 미래 연구를 위한 제언을 공유했다. 2부에서는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을 초청해 경희 연구가 지향해야 할 비전과 방향성에 대해 깊은 통찰을 나누는 간담 자리를 마련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건네며 말문을 열었다. “대학을 대학답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은 ‘학술 연구’에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먼 미래에도 대학은 학술의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며 진리와 진실의 본질을 탐구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경희 교가의 첫 소절도 ‘온오한 학술 연구 온갖 노력 바치고’로 시작한다. 학문과 기예의 깊고 오묘한 이치를 뜻하는 ‘온오(蘊奧)’. 이 자리에 계신 교수님들께서는 바로 그 온오의 학술 정신을 오랜 세월 연구와 교육의 현장에서 실천해 오셨다. 학문을 향한 열정을 잃지 않고 각자의 분야에서 귀한 결실을 이루어 오신 교수님들과 이 자리를 함께하게 되어 뜻깊고 영광스럽다. 그 오랜 헌신과 성취에 깊이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이어 교수로서 학문의 길을 걷다 법인의 부름을 받아 행정에 참여하게 된 개인적 회고를 나눈 조 이사장은 “교수로서 온전히 다 이루지 못한 학문적 성취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가 더없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경희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학문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내 안의 또 다른 진실과 가치의 지평 찾아 나서야”
조 이사장이 던진 화두는 이날 간담의 중심 질문으로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이은열 학무부총장(국제)은 ‘학문함의 소중함, 인간의 존엄과 세계를 고양하는 학문’을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이 부총장은 “이사장님께서는 그간 여러 공식 석상에서 학문함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인간의 존엄과 세계를 고양하는 탁월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넓고 깊은 진리를 탐구하는 인간의 길이 경희가 추구하는 학문의 길’이라는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경희가 지향하는 학문적 탁월성이 단순히 우수한 정량 지표나 성과를 넘어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지, 나아가 우리가 겪고 있는 전환의 시대에 학문이 인간의 존엄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사장님의 고견을 청하고 싶다”고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그 길을 서울캠퍼스 본관 석조전 중앙 현관에 새겨진 문구 ‘학문과 양심의 자유’에서 찾았다. 본관은 한국전쟁 중 피란지 부산에서 서울 환도를 앞두고 있던 1953년 말 착공됐다. 이념과 체제의 극한 대립 속에서 학문의 자유와 개인의 양심마저 위협받던 시대였다. 경희는 바로 그때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대학이 지켜야 할 근본 가치로 내세웠다. 자유로운 학문을 통해 진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그 지식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의식과 양심에 끊임없이 묻겠다는 뜻이다. 학문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그렇게 서로를 비추며 경희가 걸어갈 길을 밝혀왔다. 진리를 탐구하고 내면의 가치를 창조하는 일 역시 외부에서 주어진 정답을 따르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 안에 내재한 자유, 더 깊은 자유를 발견하고 스스로 질문할 때 비로소 그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조 이사장은 “학창 시절이나 교수 시절에는 그 의미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보직을 맡으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자유롭게 학문하고 사유하는 것은 대학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다. 학문 없는 지성, 학문 없는 지식, 학문 없는 지혜는 성립하기 어렵다. 학문은 단순히 배우고 익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여정 속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함의 긴 여정에서 ‘양심’의 가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양심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개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형성된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 신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양심을 선택할 것인지는 우리 각자의 몫이다. 때로는 사회가 강요하는 양심이 존재하기도 한다. 여기에 얽매이지 않고 벗어나고 넘어서기 위해선 내 안의 또 다른 진실과 가치의 지평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학문’과 ‘양심’은 함께 놓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문과 양심의 자유’는 학문과 양심의 무궁한 가능성과 깨우침을 향해 마음을 온전히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며 학문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이타성’을 제시했다. 그는 “학문은 학문함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왜 학문을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전제돼야 한다. 그 목적이 자기 자신을 넘어 타자와 세계, 인류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로 향할 때 더 큰 지평이 열린다. 그런 마음으로 찾아가는 길이 ‘학문과 양심의 자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 자리를 함께한 교수님들의 학문적 여정 역시 그런 마음이 함께했기에 오늘의 성취가 있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학문의 의미를 개인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타자와 세계, 미래를 향한 가치로 확장한 조 이사장은 대학의 본질에 대한 당부를 이어갔다. 그는 “입학식이나 졸업식에서 학생들과 자주 나눴던 이야기 중 하나가 대학이 취업을 위한 곳으로 전락해 가는 현실에 대한 우려였다. 물론 취업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가 돼선 안 된다. 이 자리에 계신 교수님들께서 교육과 연구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학문함’ 그 자체의 소중함, 그리고 양심을 중심에 두고 인간의 가치와 의식의 지평을 확장해 가는 일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일깨워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간담 서두에 “경희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학문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 이사장이 던진 화두는 이날 간담의 중심 질문으로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이은열 학무부총장(국제)은 ‘학문함의 소중함, 인간의 존엄과 세계를 고양하는 학문’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조 이사장은 그 길을 서울캠퍼스 본관 석조전 중앙 현관에 새겨진 문구 ‘학문과 양심의 자유’에서 찾았다. 그는 “학문은 학문함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왜 학문을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전제돼야 한다. 그 목적이 자기 자신을 넘어 타자와 세계, 인류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로 향할 때 더 큰 지평이 열린다. 그런 마음으로 찾아가는 길이 ‘학문과 양심의 자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 자리를 함께한 교수님들의 학문적 여정 역시 그런 마음이 함께했기에 오늘의 성취가 있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개인 성취가 타자와 사회, 세계의 성취로 이어지는 길 모색해야”
이 부총장은 “계속해서 다뤄보고 싶은 주제는 ‘학문과 양심의 자유, 깊은 자유와 행복의 책임’이다. 흔히 대학에서 말하는 학문의 자유는 제도적 권리나 연구 자율성에 국한돼 있다.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자유는 그 틀을 넘어 현실을 직시하고 양심에 근거해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차원의 의미로 이해된다”면서 교원들이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어떻게 내면화하고 실천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다.

조 이사장은 앞서 ‘학문’과 ‘양심’에 관해 논하면서 그 해석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짚었듯, ‘자유’ 역시 마찬가지라는 견해를 밝히며 말을 이어갔다. “자유는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인류 보편의 가치로 자리 잡은 자유는 안타깝게도 현대사회에 이르러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권리, 개인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적인 개념으로 치우쳐 해석되기도 한다. 현대문명에 길들여진 삶의 습성을 생각하면 문명의 이기와 편익, 실리를 떠나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간인 이상 이기적인 면모를 지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자유를 지키고 원하는 인생관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 역시 당연하다. 다만 개인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려면 반드시 전제돼야 할 조건이 있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삶의 원천적 토대, 사회와 세계, 인류의 미래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세계가 무너진다면 자유를 포함한 개인의 모든 권리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러한 한계와 전제를 바탕으로 조 이사장은 깊은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실천적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결국 지구사적·문명사적 책임을 다할 때 내가 원하는 자유도 누릴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해 온 자유의 범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깊은 자유’에 대해 사유해 봤으면 한다. 앞서 말했듯 개인의 성취가 타자와 사회, 세계의 성취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부단히 인도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럴 때 자유 또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계를 넘어 종합적 사유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
대화는 ‘전일적 지성과 문명사적 책임, 부분적 지성을 넘어 지구 행성 의식으로’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이 부총장은 “인공지능, 양자, 생명과학 기술, 기후 위기 등 전례 없는 문명사적 전환과 위기 속에서 학문 세계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이사장님께서 강조해 오신 ‘전일적 지성’은 이런 시대에 매우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며 논의를 이끌었다. 그는 “부분적이거나 단편적인 기술적 해법을 넘어 개인과 인류, 지구와 우주를 함께 사유하는 전일적 지성의 역할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탁월한 연구와 교육의 힘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자신이 걸어온 개인적 학문 여정을 회상하며 답변을 풀어갔다. 그는 “어릴 적부터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경희대학교에 입학할 때 정치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공부를 이어가며 정치를 인문학적·문명사적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사고와 관념, 기성의 삶의 양식과 정치 방식만으로 풀 수 없었던 시대와 문명사의 난제를 풀어가기 위해선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가 대학을 다닌 1970년대 한국 사회에서는 문명 담론을 논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았다. 다행히 그때 사학자의 시각에서 미래 문명의 지평을 이야기해 주시던 교수님을 만났다. 사학과 이원설 교수님이었다. 그분과 시인이신 국어국문학과 조병화 교수님 등 다른 학과 교수님의 강의를 청강하면서 전공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각을 키울 수 있었다. 틀 지워진 사고, 구조화된 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소중한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사유의 지평을 열어가는 길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정해진 교육 과정을 따라야 했고, 교육 현장에서조차 기성 이론과 학설을 벗어난 시도는 쉽게 수용되지 않았다. 조 이사장은 “1980년대에 미국에서 학위 과정을 이어갔는데 당시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사 학위를 마친 뒤에는 취미 삼아 우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주적 맥락에서 인간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 출발점이었다”며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가 사유의 지평을 확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현대 우주론이 말하는 빅뱅 이론이었다. 138억 년 전 대폭발에서 시작된 우주의 역사는 우리의 시원이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세상 모든 존재의 근원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138억 년 전 대폭발의 원천을 생각하면 모든 경계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 그어놓은 학문의 경계 역시 무의미해진다. 아원자(亞原子) 세계는 외부와 연결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변환하는 열린 세계에 가깝다. 중첩과 얽힘으로 온 우주가 연결돼 있다는 아원자 세계의 이치 앞에서 정치 문제를 정치학만으로, 혹은 경제와 사회 문제를 단일 학문으로만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성립하기 어렵다. 현대문명의 난제를 어느 한 학문의 시각으로만 풀어내겠다는 시도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사안을 접할 때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벗어나고 넘어서고 포괄하는 인간의 가능성과 함께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 국가와 세계, 문명과 자연을 함께 바라보며 미시와 거시 세계를 아우르는 종합적 사유의 지평을 여는 것이 시급하다. 인식과 사유 지평을 넓히고 필요에 따라 다시 모아가면서 영원한 변천과 역사의 합류 과정을 찾아 나서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학문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장은 “이번 대담을 통해 경희 학문의 탁월성이 단순한 성과 지표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향한 전일적 지성과 전일적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대담은 조 이사장의 당부로 마무리됐다. “자랑스러운 경희인 여러분께 축하드린다. 오늘의 성취를 위해 기울였을 각고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더 큰 성취와 지혜를 사회로, 세계로, 미래로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경희가 추구하는 탁월성, 자신을 넘어 타자·사회·세계 향해 열려 있어야”
전일적 지성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융합’의 문제로 이어졌다. 이 부총장은 “마지막으로 ‘탁월성의 지평 융합, 과학·철학·실천의 새로운 만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이 자리에 계신 많은 연구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키워드가 융합인 만큼 청중의 질문을 받아보겠다”면서 마이크를 청중석으로 돌렸다. 질문자로 나선 배진우 교수는 “과학과 철학, 기술과 인류학, 연구와 실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사장님께서는 경희가 앞으로 새롭게 열어가야 할 탁월성의 지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탁월성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학문의 탁월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 탁월성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또 가능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대학 총장직과 법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희가 추구해야 할 탁월성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지금도 붙잡고 있는 중요한 화두”라면서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로부터 자주 들었던 “Think harder”라는 표현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교수님께서 치열한 사유를 통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로 말씀해 주셨다. 그 말씀이 이후에도 계속 떠올랐다. 생각하기를 멈추거나 자신의 생각을 절대적 정답이라 믿는 것은 스스로 지적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우주의 이치를 모두 파악하기 전까지 절대적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믿는 지식은 인간의 개념적 포말에 불과할 수 있다. 시대를 풍미하는 제한적 해석 정도로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그리고 경희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탁월성이 무엇인지 고민해 왔다. 탁월성이란 단지 기성의 무엇보다 뛰어난 것, 나에게만 좋고 나에게만 유리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희가 걸어온 길을 반추하면 그 답은 더욱 분명해진다. 경희가 추구해 온 탁월성은 자신 안에 갇힌 탁월성이 아니라 타자와 사회,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열린 탁월성이다. 자신을 넘어 타자와 관계 맺고, 그 관계 속에서 더 나은 삶과 세계의 가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경희가 이어온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의식과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조 이사장이 최근 여러 자리에서 ‘지구 행성 의식’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의식을 행성에 국한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온 우주에 무수히 많은 행성과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고민하자는 제안이다. 우리 은하에는 4,000억 개의 항성(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항성이 하나 이상의 행성을 갖고 있다는 과학적 발견에 근거하면,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행성 수는 수천억 개에 달한다. 천문학자들은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에 이와 같은 은하가 2조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새로운 관측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과거 수천억 개로 추정되던 은하의 수는 새로운 관측 자료가 축적되면서 수정되고 있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빅뱅 초기 모습과 수많은 외계행성은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또 다른 사유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조 이사장은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다.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 행성 수는 무한에 가깝다. 이 같은 과학적 발견에 기반하면 지구보다 앞선 문명의 존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외계 지적 존재와 조우하게 된다면 어떤 만남이 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 의식과 삶의 지평을 끊임없이 넓혀가는 일이다. 그래서 과학과 철학의 만남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의 길은 무엇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하는가.’ 고대 철학과 종교 철학은 이러한 실존적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왔다. 그러나 근대 이후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은 눈부신 성취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세계를 보다 큰 전체 속에서 바라보는 의식의 지평을 충분히 넓혀오지 못했다. 인간사, 자연사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음에도 이를 분절과 단절, 경계와 환원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시대를 이끄는 현대 지식 체계가 가진 제한적 국면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다른 앎과의 ‘만남’이 빠진 학문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진행한 대학주보 기자와의 인터뷰 일화를 전하며 당시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 가운데 하나를 소개했다. “융합은 단순히 ‘1+1=2’라는 기계적 합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문 저변에 흐르는 의식과 인식, 방법론의 근본에 관한 이해의 확장을 의미한다. 진정한 의미의 융합은 과학적·철학적 사유와 인식의 지평을 함께 공유할 때 시작될 수 있다.” 학생들과 이러한 융합의 의미와 의식의 문제를 나누고 싶었다고 전한 그는 “학문의 세계뿐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국제 관계에도 수많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갈등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왜 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핵무기와 첨단무기를 보유한다고 해서 전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 근저에는 인간의 마음과 의식의 문제가 놓여 있다.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함께 고민하며 생각과 의식을 끊임없이 갈고닦는 일, 평생 배우고 성찰하는 학습 자세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장은 “이번 대담을 통해 경희 학문의 탁월성이 단순한 성과 지표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향한 전일적 지성과 전일적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대담은 조 이사장의 당부로 마무리됐다. “자랑스러운 경희인 여러분께 축하드린다. 오늘의 성취를 위해 기울였을 각고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더 큰 성취와 지혜를 사회로, 세계로, 미래로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