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호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대표 발의, 주 상원의원 22명 공동 발의
세계 5위권 경제 규모·기후 행동 중심지서 평화의 의미와 공적 가치 재확인
조영식 박사의 제안, 45년 후 같은 날 채택···평화의 역사적 유산 계승
2026년 6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 본회의장. 상원의원들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될 때마다 “Aye(찬성)”라는 목소리가 잇따라 울려 퍼졌다. 단 한 명의 반대도, 그 어떤 이견도 없었다. 의장은 “Ayes 39, Noes 0(찬성 39표, 반대 0표)”를 선언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이 ‘세계평화의 날 결의안(SR 113)’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인류 평화의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순간이었다.
결의안이 채택된 6월 29일은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 제정이 최초로 제안된 날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45년 전 이날,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University Presidents·IAUP) 총회에서 ‘긴급한 요청: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The Great Imperative: 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제안했다. 그해 유엔 총회는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만장일치 찬성으로 제정했다. 이번 결의안은 경희학원 설립자의 평화에 대한 공헌과 헌신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의 평화 철학과 사상, 실천 정신이 45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조명된 것이다. 경희학원 설립자의 평화 제안이 오늘의 문명사적 과업으로 확인된 순간이기도 하다.
결의안은 최석호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벤저민 앨런(Benjamin Allen), 마리 알바라도-길(Marie Alvarado-Gil), 밥 아출레타(Bob Archuleta) 등 22명의 주 상원의원이 뜻을 모아 공동 발의했다. 결의안에는 세계평화의 날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와 국제 협력의 가치를 널리 확산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45년 전 평화의 제안, 오늘의 문명사적 과업으로
이번 결의안 채택은 미국의 한 주 의회가 가결한 통상적인 기념 결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캘리포니아가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와 기후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캘리포니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4조 2,500억 달러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1위다. 이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권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다. 캘리포니아는 기술과 문화, 산업과 무역 등 경제 전반에서뿐 아니라 기후 대응에서도 세계 주요 의제를 선도해 왔다. 탄소중립 달성, 청정에너지 확대, 육상·해양 생태계 보전 등 다양한 기후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기후 행동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지역의 상원이 평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만장일치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의의 정치적·상징적 울림은 주 경계를 넘어선다. 경희학원 설립자가 제안한 평화의 비전이 오늘날 세계 변화를 이끄는 핵심 지역의 공적 언어로 다시 선포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앞서 최석호 의원이 결의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평화는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와 리더십, 교육, 그리고 공동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려는 사람의 의지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며 평화와 인간 존엄성을 되새긴다. 그러나 그 출발점에 조영식 박사의 비전과 리더십이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결의안은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가능하게 한 개인의 헌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유산은 한 사람의 신념에서 비롯된 아이디어가 전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면서 경희학원 설립자의 역사적 공헌을 되새겼다.
경희학원 설립자는 1981년 6월 29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제6차 IAUP 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제안했다. 당시는 냉전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핵전쟁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었고, 군비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당시 유엔 총회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소련이 보유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는 인류를 60차례 이상 파멸시킬 수 있는 규모였다. 양국은 핵무기뿐 아니라 이를 무력화할 신무기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원을 쏟아붓고 있었다.
경희학원 설립자는 시대적 위기 앞에서 “핵대전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전멸뿐이다. 신무기를 개발해 핵대전을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평화 사상을 고취해 국제사회의 대기를 바꿔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그는 전쟁이라는 가공할 비극의 근원이 유네스코 헌장에 적시된 것처럼 ‘인간의 마음’에 있다고 설파하며,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마음의 평화를 어떻게 현실로 전환해낼 수 있을 것인지 치열하게 학습하는 기회를 여는 것이 교육의 책무임을 역설했다. 아울러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대학과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제시했다. 그가 주창한 평화는 단순히 전쟁과 폭력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타자, 사회와 세계, 자연과 문명, 우주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지향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나를 포함한 드넓은 우주 세계의 상생과 조화, 결맞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깊은 문제의식은 현장에 모인 세계 지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IAUP 총회에 참석한 600여 명의 대학 총장들은 경희학원 설립자의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 촉구 제안에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같은 해 11월 30일,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정·공표됐다. 채택 결의문(A/RES/36/67)에는 “세계평화의 날은 모든 국가와 시민이 평화의 이상을 기념하고 고양하고자 제정됐으며, 모든 유엔 회원국, 산하기관과 기구, 지역기구, 비정부기구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유엔과의 협력하에 특히 교육적 수단을 통해 세계평화의 날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권유한다”라고 쓰여 있다. 당시 유엔은 매년 9월 정기총회 개막일인 9월 셋째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1986년을 세계평화의 해로 선포했다. 이후 2001년 유엔 결의를 통해 세계평화의 날은 매년 9월 21일로 고정됐으며, 오늘날 전 세계가 함께 기억하고 실천하는 평화의 날로 자리 잡았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1981년 6월 29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 기조연설 ‘긴급한 요청: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The Great Imperative: 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를 통해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제안했다. 총회에 참석한 600여 명의 대학 총장들은 이 제안을 담은 코스타리카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에 뜻을 함께했다. (사진 왼쪽부터) 제6차 IAUP 총회에서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발의하는 조영식 박사와 코스타리카 결의문. 사진 제공: 경희기록관
평화의 의미,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
최석호 의원은 “조영식 박사는 대학이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넘어 국가와 민족 간 평화, 이해, 존중을 함양하는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비전은 평화를 인류 공동 책임으로 가르치고 촉진하며 기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라며 시대를 앞서간 경희학원 설립자의 평화 비전과 교육 철학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결의안에는 캘리포니아를 넘어 전 세계에 새로운 평화운동의 불을 지피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며 “세상은 지금 이 정신을 시급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청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 세계평화의 날 결의안(SR 113) 제안 설명 영상 보기
캘리포니아에서 이번 결의안이 채택됐다는 사실은 평화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야 함을 역설한다. 결의안은 세계평화의 날을 평화가 단순히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와 상호 존중, 협력이 존재하는 상태임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는 날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극한 폭염과 장기 가뭄, 대형 들불과 산불, 폭우와 홍수, 해수면 상승이 서로 얽혀 증폭되는 복합재난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평화는 전쟁의 부재에만 머물 수 없다. 생명과 주거, 물과 식량, 건강과 존엄을 지키고, 기후 재난의 부담이 취약한 이들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며, 미래세대가 살아갈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일까지 포괄해야 한다. 이는 경희학원 설립자가 강조한 나와 타자, 사회와 세계, 자연과 문명의 조화라는 평화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
최석호 의원은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경희 동문이다. 이 사실은 이번 결의에 또 하나의 상징성을 더한다. 경희에서 시작된 평화의 제안이 교육과 동문의 공적 실천을 통해 45년의 시간을 넘어 미국 주 의회의 공식 결의에서 다시 확인된 것이다. 경희학원 설립자의 평화 유산이 교육과 동문, 공적 책임과 실천을 통해 세계 공론장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대목이다.
캘리포니아주 상원, 초당적 지지 속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이후 결의안의 뜻에 공감하는 상원의원 6명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롤라 스몰우드-쿠에바스(Lola Smallwood-Cuevas) 의원은 “이 결의안은 평화, 비폭력, 상호 이해, 존중, 인간 존엄성에 대한 우리 공동의 약속을 다시 확인할 것을 촉구한다. 전쟁으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오늘날의 비극적 현실 속에서 우리는 평화의 의미를 더욱 절실하게 되새겨야 한다. 평화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결의안은 세계평화의 날 제정에 영감을 준 조영식 박사의 공헌을 기리고 있다. 교육이 평화와 국제 협력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뜻깊은 결의안이다”라며 지지를 표했다.
제리 맥너니(Jerry McNerney) 의원은 “평화는 단순히 이상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지금 조영식 박사와 같이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인류 평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경희학원 설립자의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결의안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안나 카발레로(Anna Caballero) 의원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장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가 분쟁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예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모든 사람의 의식을 일깨우고 상호 이해를 키우는 데 자원을 투자한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회가 찾아올까?” 카발레로 의원은 이 본질적인 질문들이 경희학원 설립자의 삶을 이끌었을 것이란 생각을 밝히며 말을 이어갔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조영식 박사는 지속 가능한 평화가 대화, 상호 존중, 인간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봤다. 교육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고, 사람과 문화, 국가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오늘날 더욱 커다란 울림을 준다”면서 경희학원 설립자의 평화와 교육 철학을 짚었다. 그는 “이번 결의안은 모든 갈등과 분열을 넘어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미래세대에게 평화가 만들어낸 가능성으로 정의되는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우리의 약속이기도 하다”면서 지지를 촉구했다.
▶ 세계평화의 날 결의안(SR 113) 지지 발언 영상 보기
이번 결의안 채택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오늘날 전 세계는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된 분열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극도로 당파적인 정치가 득세하고 있다. 평화, 핵군축, 기후 위기, 감염병 대응과 같은 인류 공동의 과제마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특정 국가나 정치 진영의 이해로 다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직결된 문명사적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캘리포니아주 상원이 정파를 초월해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세계 정치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인류 공동의 평화 유산을 계승하고 교육과 국제 협력을 통해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미국 정치권이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를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전 인류가 삶 속에서 함께 실천해야 할 공동의 가치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다.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1981년 11월 30일,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정·공표됐다. 당시 유엔은 매년 9월 정기총회 개막일인 9월 셋째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1986년을 세계평화의 해로 선포했다. 이후 2001년 유엔 결의를 통해 세계평화의 날은 매년 9월 21일로 고정됐다. (사진) 유엔 총회. 사진 제공: 유엔
“전 세계에 새로운 평화운동의 물결이 확산되길”
현장에서 결의안 채택 과정을 지켜본 김종복 경희대학교 대외부총장은 “경희학원 설립자의 세계평화를 향한 고귀한 뜻과 정신이 전해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인류 평화를 염원해 온 경희의 간절한 외침과 헌신이 캘리포니아주 상원을 넘어 세계로 울려 퍼진, 그야말로 역사적인 감동의 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본회의 표결이 끝난 뒤에는 ‘세계평화의 날 결의안 채택 선포식’이 열렸다.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이 주관한 이번 선포식은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인류 평화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관계자와 정치·학계 인사들은 물론 북가주 한인사회 지도자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세계평화의 날 제정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평화와 국제 협력의 가치가 오늘날 더욱 절실한 시대적 과제임을 확인하고 세계평화의 날 정신을 계승·확산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나아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평화 실현을 위한 연대와 협력 의지를 다지며 평화를 향한 새로운 여정의 서막을 알렸다.
미원평화상 후원재단 상임위원회 김동수 사무총장은 “캘리포니아주 상원에서 유엔 세계평화의 날 제정의 모태가 된 경희학원 설립자의 평화 사상과 리더십을 공식 인정하고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이번 결의안을 통해 전 세계에 새로운 평화운동의 물결이 다시 한번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루의 기념을 넘어, 각국의 공적 약속으로
세계평화의 날의 정신은 이미 여러 국제기구와 국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 각국의 제도적 실천 가운데에는 평화를 국가 차원의 의제로 확장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념과 교육,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들이 있다. 유엔 본부는 매년 ‘평화의 종’ 타종식을 열어 비폭력과 휴전의 의미를 환기하고, 유엔 평화유지활동이 전개되는 레바논과 남수단 등에서는 평화유지요원과 지역 지도자, 주민들이 함께 대화와 화해, 공동체 회복을 다짐한다. 가나에서는 국가평화위원회와 지역평화위원회가 정부와 전통 지도자, 종교계, 시민사회, 학생 등이 참여하는 기념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과 교육기관에서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노트르담대학교 크록 평화연구소(Kroc Institute)는 세계평화의 날을 전후해 강연과 토론,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본 도쿄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는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공개 세미나와 캠페인을 진행한다. 태국의 마히돌대학교와 출라롱꼰대학교 등 주요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평화 포럼과 지역사회 봉사활동, 전시와 토론회가 이어진다. 불교계 대학인 마하출라롱콘라자위디알라이대학교(MCU)에서는 명상과 기도, 비폭력 실천을 중심으로 한 평화 기념행사를 통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종교계에서도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비롯한 다양한 종교 간 협의체가 공동 기도회와 평화예배를 열고 있으며, 사찰·성당·모스크 등에서는 종교 간 화해와 공존을 기원하는 연합 기도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피스 원 데이(Peace One Day)’는 세계평화의 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글로벌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평화의 날이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국가와 지역사회,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적 약속이자 실천적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36차 유엔 총회 결의문(A/RES/36/67)에는 “세계평화의 날은 모든 국가와 시민이 평화의 이상을 기념하고 고양하고자 제정됐으며, 모든 유엔 회원국, 산하기관과 기구, 지역기구, 비정부기구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유엔과의 협력하에 특히 교육적 수단을 통해 세계평화의 날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권유한다”라고 쓰여 있다. (사진)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의결한 유엔 총회 의사록
경희의 평화 사상과 실천 계승하는 ‘미원평화상’
이 같은 세계적 평화 실천의 흐름 속에서, 같은 날 한국에서는 제2회 미원평화상 수상 기관으로 세계원자과학자협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가 발표됐다. 캘리포니아가 세계평화의 날의 역사적 출발을 재확인했다면, 경희는 핵 위험과 기후 위기, 파괴적 기술이 초래하는 실존적 위기에 맞서 온 기관을 현창했다. 이는 평화를 과거의 유산으로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문명을 위한 현재의 실천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다시금 일깨운다.
미원평화상은 경희학원 설립자의 평화 유산을 계승하고 지구행성사회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온 인사 또는 기관을 현창하기 위해 2024년 제정됐다. 경희학원은 이 상을 통해 지난 세기 전쟁과 폭력의 참화 속에서도 평화를 갈망하며 인간의 존엄과 가능성을 지켜 온 인류의 빛을 오늘에 이어가고자 한다. 지구사회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문화세계의 창조’를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설립자의 뜻을 계승해 인류의 실존 위기가 깊어지는 지금 평화를 다시 문명사적 과업으로 세우고 지구행성사회가 함께 열어갈 새로운 평화의 지평을 모색하고자 한다. 상은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에서 후원하고 있다.
세계원자과학자협회는 과학적 통찰과 공적 책임을 바탕으로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를 세계에 알려 온 기관이다.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이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 등 과학자들이 핵기술의 윤리적 책임을 공론화하기 위해 설립했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1일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제45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 Peace BAR Festival’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제2회 미원평화상 ‘세계원자과학자협회’ 선정 기사 보기
45년간 이어온 평화와 문명의 질문
경희학원은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사유와 실천을 활성화하고자 제1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1981년 9월 21일)부터 매년 PBF(Peace BAR Festival)를 개최하고 있다. PBF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기회 요인을 탐색하고 “정신적으로 아름답고(spiritually Beautiful), 물질적으로 풍요하며(materially Affluent),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humanly Rewarding)” 사회를 열어갈 실천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다. 지난 45년, PBF는 냉전과 군비 경쟁, 유엔의 역할, 동북아 평화를 비롯해 민주주의, 인간성 회복, 문명 간 대화, 평화를 향한 실존 혁명 등 ‘문명사적 전환’의 가능성을 폭넓게 다뤄왔다.
경희의 이러한 전통은 올해 PBF 주제 “평화 혹은 붕괴 – 지구행성사회의 문명 미학을 향해”로 이어진다. 역사상 유례없는 기후, 핵, 파괴적 기술의 위협이 인류 실존의 위기로 다가서는 오늘, 우리는 어떤 삶과 정치, 문명의 가능성을 열어갈 것인가. ‘문명 미학’의 화두를 중심으로, 평화의 새 지평을 모색한다.
이번 캘리포니아주 상원 결의가 하나의 출발점이 되어, 세계 각국의 의회와 정부가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국가 차원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학교,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기념행사와 평화 교육·실천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새로운 기념일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모든 유엔 회원국과 국제·지역기구, 비정부기구와 시민에게 교육적 수단을 통한 참여를 권고한 1981년 유엔 결의의 원뜻을 각 사회에서 구체화하는 일이다.
그 평화의 지평 또한 전쟁과 폭력의 중단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엄과 사회적 화해, 기후·생태 안전, 핵과 파괴적 기술로부터의 공동 안전까지 포괄해야 한다. 1981년 한 평화사상가이자 교육철학자의 제안으로 출발한 세계평화의 날이 각 나라의 역사와 현실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실천될 때, 평화는 하루의 기념을 넘어 인류가 함께 만들어 가는 문명적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