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실천

현장에서 배운 평화, 함께 나눈 지속가능성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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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칼리지-UNESCO MGIEP Youth Fellowship 마무리
한·인도 청년, 강연·워크숍·현장 탐방 통해 세계시민교육 실천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유네스코 마하트마 간디 지속가능발전 및 평화교육연구소(UNESCO MGIEP)가 함께 운영한 ‘2026 후마니타스칼리지-UNESCO MGIEP Youth Fellowship Program’이 7월 2일(목)부터 11일(토)까지 진행됐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인도의 30세 미만 청년 펠로우와 경희대 재학생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강연, 워크숍, 현장 탐방, 문화 교류를 함께 경험했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펠로우십은 인도 청년들이 평화, 지속가능성, 세계시민성을 갖춘 미래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평화와 갈등, 디지털·사회혁신, 문화 다양성과 세계시민성을 핵심 축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문제 기반 학습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장을 탐색하고, 이를 인도 사회의 과제와 연결해 보며 실행 가능한 사회 참여 방안을 모색했다.

후마니타스 교육의 국제적 확장
김진해 후마니타스칼리지 부학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축적해 온 교양·시민교육 모델이 국제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계기로 평가했다. 김 부학장은 “인도 유네스코 MGIEP가 한국 대학 가운데 경희대를 시민교육 협력 기관으로 주목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며 “이는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지난 15년간 축적해 온 교양·시민교육의 성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탁월한 개인’, ‘책임 있는 시민’, ‘성숙한 공동체 성원’의 양성을 교육 목표로 삼아왔다. 김 부학장은 이번 펠로우십이 이러한 교육 목표를 국제적 차원에서 확장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추구해 온 실천적 지혜는 마하트마 간디의 평화 및 지속가능발전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상생을 이끌 청년 리더 네트워크의 기반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파주 임진각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소망 리본을 달고,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을 방문해 생명과 안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현장에서 다시 만난 평화와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은 캠퍼스 투어와 개회식,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했다. 이후 세계시민교육, 간디적 가치와 윤리적 리더십, 청년 리더십,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강연과 문제 분석 워크숍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문제 나무(Problem Tree)를 작성하며 사회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했고, 현장 탐방 이후에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실천 계획을 구상했다.

오비지오포 아기남(Obijiofor Aginam) UNESCO MGIEP 소장은 강연에서 21세기 청년 리더십의 핵심을 권력이 아닌 영향력에서 찾았다. 그는 “좋은 리더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따르고 싶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이며 경청과 공감, 적응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 위기, 전쟁과 갈등, 이주, 팬데믹, 에너지 위기, 인공지능 등 여러 위기가 중첩되는 ‘복합위기’의 시대에 청년들이 지역의 문제를 세계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국제적 협력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현장으로 들어가다
중반부 일정은 현장 탐방 중심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도라전망대를 방문해 분단과 전쟁, 평화의 의미를 살폈다. 성수동에서는 소셜 벤처와 시민 주도 디지털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동자동과 서울역 일대에서는 도시 빈곤과 주거권 문제를, 남영동과 낙산 일대에서는 민주주의와 도시 공간의 역사를 다뤘다. 안산에서는 산업화, 이주, 다문화 사회를 주제로 외국인주민지원센터와 원곡동 다문화마을 등을 방문했다.

권순대 실천교육센터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설계하며 “연수생이 한국의 현장을 보면서도 인도 사회의 문제를 정의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을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장소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현장을 통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사회를 다시 바라보도록 돕는 것이 목표였다. 권 센터장은 “인도 연수생이 동자동의 언덕과 골목에서 초고층 건물에 둘러싸인 쪽방촌과 그곳의 삶을 보며 한국의 도시 빈곤이 아니라 인도의 도시 빈곤을 재발견한다면, 이 연수 프로그램을 설계한 우리 팀은 한 걸음 전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에게 오래 남은 장면 중 하나는 단원고 4.16 기억교실 방문이었다. 참가자들은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고, 휴대전화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그릭실치 치 상마(Griksilchi Ch Sangma) 롱젱 모델 디그리 칼리지 조교수도 기억교실에서 편지를 쓰며 눈물을 보였다. 기억교실은 참가자들에게 생명과 안전, 공동체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한 공간이었다.

상마 조교수는 동자동 쪽방촌 방문도 주요한 경험으로 언급했다. 그는 “창문도 없는 작은 방들이 밀집한 주거 환경과 도심 속 빈곤의 현실을 마주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높은 건물 사이에 열악한 주거 환경이 공존하는 모습은 낯설게 다가왔고,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

참가자들에게 한국 음식과 일상 문화도 인상적인 경험으로 남았다. 상마 조교수는 “한국 음식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한국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서로의 질문이 배움이 된 시간
권 센터장은 인도 청년들이 워크숍과 현장 탐방에서 적극적으로 질문했고, 경희대 학생들도 통역과 토론 과정에 참여하며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가자들의 질문에 재학생들이 함께 답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김 부학장은 이번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를 “텍스트로만 배우는 세계시민성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체득하는 실천적 지혜”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한국의 역사 현장과 사회적 실천의 현장을 만나며 이론적 지식과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들이 지구촌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공동체의 과제를 연결해 사고하는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박종우 학생(경영학과)은 이번 프로그램을 “평화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현장과 사람을 통해 배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 학생으로서 인도 펠로우들에게 한국 사회와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익숙하게 지나쳤던 한국 사회의 모습들을 다시 질문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다른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장소와 문제도 새롭게 보였다는 것이다.

배움을 실천으로 이어가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평화, 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빈곤, 이주와 다문화가 서로 떨어진 주제가 아니라 실제 사회 안에서 깊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배웠다. 박 학생은 “도시가 발전하는 동안 누군가의 노동과 삶은 쉽게 가려질 수 있고, 기술이 발전해도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같은 크기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일이 사회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인도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토론하며 쌓은 관계도 중요한 경험이었다. 참가자들은 시장을 돌아다니고, 식사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일상적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한 국가의 대표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이해하게 됐다. 박 학생은 “한 국가를 하나의 이미지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며 “같은 나라에서 온 참가자라도 지역, 전공, 관심 분야에 따라 생각이 모두 달랐던 점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일정에서는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서 얻은 배움을 바탕으로 향후 계획을 공유하고, 한·인도 청년 문화예술 공연과 수료식을 통해 교류의 의미를 정리했다. 이번 펠로우십은 한국 사회의 현장을 통해 인도 사회의 질문을 다시 돌아보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공동의 문제를 함께 논의한 시간이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은 참가자들. 이번 펠로우십은 강연, 워크숍, 현장 탐방, 문화 교류를 통해 평화와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