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학과 조숭원 교수 연구팀이 혈액 채취 없이 땀만으로 임신 전후 필수 영양소인 엽산 농도를 정밀 분석하는 차세대 현장진단(Point-of-Care, POCT) 플랫폼을 개발했다.
화학공학과 조숭원 교수, CD 플레이어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차세대 진단 플랫폼 개발
땀으로 혈액 대체, 바이오마커 신뢰성 제시
화학공학과 조숭원 교수 연구팀이 혈액 채취 없이 땀만으로 임신 전후 필수 영양소인 엽산 농도를 정밀 분석하는 차세대 현장진단(Point-of-Care, POCT)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IF: 26.3)에 최근 게재됐다.
극미량의 땀 속 엽산 농도도 정확히 측정
임신 전후 엽산 농도 관리는 산모와 태아 건강에 직결되지만, 기존 측정법은 반복적인 혈액 채취와 전문 검사 시설이 필요해 일상적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혈액을 대체할 체액으로 소변, 눈물, 침, 간질액 등을 두루 검토했다. 조숭원 교수는 “혈액은 침습적 채취 방식이라 의료 인력이 부족한 오지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채취 자체가 어렵다. 침이나 간질액 역시 침습적이거나 오염 가능성이 있어, 비침습적이면서도 오염 없이 채취할 수 있는 땀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땀을 활용한 기존 웨어러블 센서는 땀 분비량이나 체온 변화에 따라 측정 정확도가 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채취되는 땀의 양 자체가 극미량인 데다 개인별 편차가 커, 정량 분석을 정확히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문제의 해법을 ‘CD플레이어(CD-ROM)’에서 찾았다. 조숭원 교수는 “CD 플레이어처럼 회전하는 플랫폼 위에서는 원심력으로 유체를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다. 땀은 채취되는 양 자체가 10 마이크로리터(μL) 남짓으로 매우 작아 정확한 농도 측정이 어려웠다. 회전 플랫폼 기술과 면역분석 기술을 결합하면 정밀한 정량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착안했다”며 연구 의도를 설명했다.
CD플레이어에서 착안한 아이디어 극미량의 땀 속 엽산 농도를 정량화하는 랩온어디스크(Lab-on-a-Disc) 플랫폼으로 구현됐다. 연구팀은 여기에 LP 레코드 플레이어의 톤암(Tone Arm) 구조에서 착안한 전기화학 검출 인터페이스를 결합했다. 그 결과 회전하는 디스크 위에서도 전극이 안정적으로 접촉하며 높은 신호 재현성을 확보했다. 채취 과정과 분석 과정을 완전히 분리한 이 시스템을 통해 기존 웨어러블 센서의 한계였던 땀 분비량·체온 변화에 따른 오차 문제도 해결했다.
조숭원 교수가 개발한 진단 플랫폼. 상용화된 CD플레이어를 활용해 극소량의 땀 속 영양 성분을 정확히 측정했다.
상용화된 제품 활용, 낮은 비용으로 정밀한 실험 가능
하지만 아이디어를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조숭원 교수는 “하나의 디바이스 내에 땀을 모아 측정 시스템과 결합하고, 나아가 땀 속의 생체 반응을 유의미한 신호로 찾아내기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실험으로 완결되도록 설계해야 했다. 땀을 모으는 디자인 요소부터 측정 시스템을 결합하는 부분까지 하나하나가 난제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를 반복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며 개발 과정을 전했다.
기존 고가·대형 분석장비 대신 상용 CD플레이어 부품을 활용한 덕분에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했다. 조숭원 교수는 “실험실 수준의 정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일반 CD-ROM을 활용한다면 낮은 비용으로도 정밀한 수준의 실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플랫폼으로 혈액 기반 검사 수준의 높은 정확도와 재현성을 확보했고, 초고감도 검출 성능까지 달성했다. 인체 적용 실험에서는 엽산 보충제 섭취량에 따라 땀 속 엽산 농도가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가 확인됐다. 8일간의 연속 모니터링을 통해 보충제 복용 여부에 따른 농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조숭원 교수는 2026학년도 1학기 임용을 통해 교원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임용 전부터 웨어러블 바이오케미컬 센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온 그는 “새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생체 신호를 읽어내는 생화학적 연구를 주로 진행했다. 향후 엽산 측정 외에도 운동 능력을 생화학적으로 측정하는 방법,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스트레스 레벨을 확인하는 방법 등 다양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되, 특히 초고감도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바이오센서라도 민감도가 좋아지면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센싱 기술과 치료 시스템을 결합한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조숭원 교수는 엽산 외 다양한 생체 지표를 검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