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학

아인슈타인도 예상치 못한 블랙홀의 반전 찾아

2025.09.26
사진 설명.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촬영한 M87 블랙홀의 영상. 왼쪽부터 2017·2018·2021년 결과를 보여준다. 고리 위의 가느다란 선은 관측된 선형 편광의 방향(전기장 벡터)을 뜻한다. 세 영상 모두에서 블랙홀 그림자로 불리는 중심 검은 부분과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 고리 모양으로 관측됐다. 블랙홀의 그림자 부분과 고리의 크기는 거의 일정하지만 가장 밝은 부분의 위치와 편광 패턴이 연도별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EHT Collaboration)

우주탐사학과 박종호 교수 연구팀, M87 블랙홀 영상화팀 참여
M87 블랙홀 주변 자기장 변화 추적, 예상 밖의 편광 방향 반전 포착해

우주탐사학과 박종호 교수가 참여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단이 M87 블랙홀의 새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영상은 2021년 관측한 데이터로부터 확보했으며, 이는 2017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과 이듬해인 2018년의 영상에 이어 3년 뒤의 블랙홀 영상이다.

박종호 교수가 개발한 편광 교정 소프트웨어, 주 분석 도구로 채택
연구단은 그간의 관측 영상을 상호 비교해 M87 블랙홀의 시간 변화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그 결과 블랙홀 그림자로 불리는 중심부의 검은 부분과 블랙홀의 막대한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 만들어내는 고리 모양은 크기가 일정하지만, 블랙홀 주변 편광의 패턴이 시간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함을 확인했다.

블랙홀 주변 편광의 변화는 사건지평선 부근의 자기장 구조가 시간에 따라 재배열됐거나, 시선 경로에 있는 뜨거운 플라즈마의 영향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과는 블랙홀 주변 환경이 매우 역동적이며, 추가 관측과 이론 연구가 지속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관측에는 박종호 교수 연구팀의 기여가 두드러졌다. 박종호 교수 연구팀은 편광 교정 소프트웨어 ‘GPCAL’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망원경과 수신계에서 생기는 기기 편광 성분을 정밀하게 분리·보정해 천체 고유의 편광 신호만을 남기는 기술로, EHT 국제 공동 분석에서 주 분석 도구로 처음 채택됐다. 이를 통해 블랙홀 주변 자기장 지도의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한 영상.

박종호 교수는 M87 편광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로 다년간 관측 자료의 일관된 교정·검증을 총괄해 결과의 재현성과 안정성을 강화했다. 그는 “블랙홀 고리의 크기는 여러 해 일관되게 유지돼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블랙홀 그림자를 재확인했지만, 편광 패턴이 크게 바뀌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사건지평선 부근을 소용돌이치는 자화된(magnetized) 플라즈마가 매우 역동적이고 복잡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의 총괄 책임자 중 하나인 하버드 스미소니안 천체 물리학센터 폴 타이드(Paul Tiede) 박사는 “수년에 걸친 블랙홀 영상은 우주에서 가장 극한인 환경 중 하나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EHT 국제연구단은 2017년을 시작으로 M87을 관측하며 새로운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2026년에는 블랙홀 동영상 촬영을 위해 약 3개월 동안 주 2회씩 M87을 관측한다. 이를 통해 더욱 정확한 블랙홀의 실시간 진화 모습을 포착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Astronomy&Astrophysics』 2025년 9월 호에 게재됐다.

*사건지평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 영상을 포착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이자, 가상 망원경의 이름.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 안팎을 가르는 경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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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율립(yulrip@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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