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기에 남은 환경의 흔적을 추적하다
생물학과 김권일 교수 연구팀, 임신 초기 미세먼지와 아토피피부염 잇는 면역세포 변화 규명
출생 코호트부터 단일세포 데이터까지 연결… ‘왜 아토피 위험이 커지는가’ 추적
학부생 인턴부터 박사과정생까지, 함께 연구하며 성장한 학생 연구자들
2026.10.21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과 자녀의 아토피피부염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이미 알려져 있다. 생물학과 김권일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이러한 환경 노출이 태아 면역세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이후 아토피피부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태반과 태아 면역세포의 후성유전적 변화를 중심으로 그 연결 경로를 추적했다.
연구에는 김권일 교수를 비롯해 공동 제1저자 양대열 박사과정생, 공동저자 임소미 석사과정생 등 경희 연구진이 참여했다. 출생 코호트 986명의 자료와 태반·제대혈 자료, 약 40만 개의 단일세포 및 공간 전사체 자료를 연결해 분석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IF=18.1)에 게재됐다.
특히 임신 초기에서 그 연관성이 가장 뚜렷하게 보였다. 김권일 교수는 “임신 초기는 태반과 태아 면역체계가 빠르게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때의 환경 노출은 면역세포의 유전자 작동 방식에 영향을 주고 이후 면역반응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제로 어떤 세포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태반과 제대혈의 DNA 메틸화와 유전자 발현 자료에 약 40만 개의 단일세포 및 공간 전사체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미세먼지에 노출한 대식세포 실험에서도 같은 패턴이 재현됐다. 서로 다른 데이터 분석과 실험 결과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서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과 이후 아토피피부염을 연결하는 분자적 경로를 구체화했다.
김 교수는 이를 “태아기에 경험한 환경이 면역세포에 일종의 ‘분자적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흔적을 이해하면 향후 환경 노출로 알레르기 질환 위험이 큰 아이를 조기에 찾아내거나, 질병으로 이어지는 핵심 경로를 차단하는 연구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번 논문에는 학부생 인턴으로 연구를 시작한 임소미 석사과정생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임 석사과정생은 태반과 면역세포의 후성유전체 데이터를 수집·정리하고 분석했으며, 아토피피부염 공간 전사체 공개 데이터 분석에도 참여했다. 그는 “수업에서 배운 시퀀싱 기술의 실제 데이터를 직접 다루고, ‘이런 데이터가 있다면 어떤 분석을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구를 확장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학부생 인턴으로 시작한 연구 경험은 이후 석사 과정 진학으로 이어졌다. 임 석사과정생은 “실제 연구에 참여하며 자신에게 맞는 연구 주제와 방향을 고민했고, 연구실에서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도록 이끌어 준 경험이 연구를 계속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양 박사과정생에게도 후배 연구자와 함께한 과정은 의미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알려주는 것에 집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후배 연구자도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제안하기도 했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연구의 질도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교육과 장학 제도가 연구를 지속하는 기반이 됐다. 경희에서 학부를 졸업한 양 박사과정생은 학부 우수 장학 제도를 통해 석·박사과정 등록금을 지원받아 학비 부담을 덜고 연구에 전념했다. 임 석사과정생은 생물학과와 함께 융합정보 분야를 다전공하며 딥러닝과 정보학 관련 수업을 이수했다. 이 경험은 이후 연구실 인턴으로 참여해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또한 의과대학·약학대학 연구진과 함께 세포와 동물 모델을 이용해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기전을 검증하고 이를 예방이나 치료로 연결할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어떤 환경에 언제 노출되면 어떤 면역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어떤 알레르기 질환으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며 “이를 바탕으로 질환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연구에는 김권일 교수를 비롯해 공동 제1저자 양대열 박사과정생, 공동저자 임소미 석사과정생 등 경희 연구진이 참여했다. 출생 코호트 986명의 자료와 태반·제대혈 자료, 약 40만 개의 단일세포 및 공간 전사체 자료를 연결해 분석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IF=18.1)에 게재됐다.
연관성을 넘어 ‘왜’를 묻다
연구의 출발점은 오랫동안 축적된 출생 코호트였다. 국립중앙의료원 홍수종 교수 연구팀이 구축해 온 COCOA(Cohort for Childhood Origin of Asthma and Allergic Diseases) 자료에서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과 자녀의 아토피피부염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다.특히 임신 초기에서 그 연관성이 가장 뚜렷하게 보였다. 김권일 교수는 “임신 초기는 태반과 태아 면역체계가 빠르게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때의 환경 노출은 면역세포의 유전자 작동 방식에 영향을 주고 이후 면역반응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제로 어떤 세포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태반과 제대혈의 DNA 메틸화와 유전자 발현 자료에 약 40만 개의 단일세포 및 공간 전사체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김권일 교수가 임신 중 환경 노출이 태아 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과 이번 연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40만 개의 단일세포 데이터에서 찾은 연결고리
통합 분석 결과, FCER1G 유전자의 조절 변화가 확인됐다. 태반 자료에서 나타난 이 유전자의 변화는 독립적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자료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이후 분석을 세포 수준으로 확장한 결과, 관련 유전자 프로그램이 태반의 태아 유래 대식세포에서 나타났고 성인 아토피피부염 병변의 M2 대식세포에서도 확인됐다.미세먼지에 노출한 대식세포 실험에서도 같은 패턴이 재현됐다. 서로 다른 데이터 분석과 실험 결과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서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과 이후 아토피피부염을 연결하는 분자적 경로를 구체화했다.
김 교수는 이를 “태아기에 경험한 환경이 면역세포에 일종의 ‘분자적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흔적을 이해하면 향후 환경 노출로 알레르기 질환 위험이 큰 아이를 조기에 찾아내거나, 질병으로 이어지는 핵심 경로를 차단하는 연구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를 연결하며 함께 성장한 연구자들
공동 제1저자인 양대열 박사과정생은 김권일 교수 등과 전체 분석 디자인을 설계하고 실제 데이터 분석과 논문 작성 전반에 참여했다. 방대한 데이터의 양 자체보다 어려웠던 것은 서로 다른 시기와 조직에서 얻은 자료를 하나의 생물학적 맥락으로 연결하는 일이었다. 양 박사과정생은 “서로 다른 발달 단계의 데이터를 연구 가설 안에서 어떻게 생물학적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라고 밝혔다.이번 논문에는 학부생 인턴으로 연구를 시작한 임소미 석사과정생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임 석사과정생은 태반과 면역세포의 후성유전체 데이터를 수집·정리하고 분석했으며, 아토피피부염 공간 전사체 공개 데이터 분석에도 참여했다. 그는 “수업에서 배운 시퀀싱 기술의 실제 데이터를 직접 다루고, ‘이런 데이터가 있다면 어떤 분석을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구를 확장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학부생 인턴으로 시작한 연구 경험은 이후 석사 과정 진학으로 이어졌다. 임 석사과정생은 “실제 연구에 참여하며 자신에게 맞는 연구 주제와 방향을 고민했고, 연구실에서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도록 이끌어 준 경험이 연구를 계속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양 박사과정생에게도 후배 연구자와 함께한 과정은 의미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알려주는 것에 집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후배 연구자도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제안하기도 했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연구의 질도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임신 초기 초미세먼지 노출이 태아 면역세포의 후성유전적 변화와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을 거쳐 아토피피부염 위험과 연결되는 과정을 나타낸 연구 모식도.
연구를 뒷받침한 교육·연구 환경
연구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대학의 연구 인프라와 교육·장학 제도도 힘이 됐다. 대규모 데이터를 주로 분석하는 김 교수 연구팀에는 안정적인 서버 환경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별도의 서버실이 없어 공간 확보와 관리가 어려웠지만, 융합정보 관련 교육·연구 공간이 조성되면서 학교가 마련한 서버실을 이용하게 됐다. 온도와 전력 관리, 유지보수까지 지원받으면서 연구팀은 서버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고 데이터 분석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학생들에게는 교육과 장학 제도가 연구를 지속하는 기반이 됐다. 경희에서 학부를 졸업한 양 박사과정생은 학부 우수 장학 제도를 통해 석·박사과정 등록금을 지원받아 학비 부담을 덜고 연구에 전념했다. 임 석사과정생은 생물학과와 함께 융합정보 분야를 다전공하며 딥러닝과 정보학 관련 수업을 이수했다. 이 경험은 이후 연구실 인턴으로 참여해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환경의 흔적을 질병 예방으로
연구팀의 관심은 아토피피부염에 머물지 않는다. 엑스포좀(exposome·노출체)은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환경 노출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을 엑스포좀 관점에서 연구하며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등 여러 알레르기 질환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또한 의과대학·약학대학 연구진과 함께 세포와 동물 모델을 이용해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기전을 검증하고 이를 예방이나 치료로 연결할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어떤 환경에 언제 노출되면 어떤 면역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어떤 알레르기 질환으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며 “이를 바탕으로 질환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공동 제1저자 양대열 박사과정생, 공동 교신저자 김권일 교수, 공동저자 임소미 석사과정생. 세 연구자는 임신 초기 미세먼지 노출과 아토피피부염을 연결하는 태아 면역세포의 변화를 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