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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분 안에 7종 호흡기 바이러스를 동시 진단하다

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 2026년 보건의료 연구개발 R&D 우수성과 30선 선정
최대 15개 검체의 전처리부터 유전자 증폭·검출까지 자동화한 현장분자진단 기술 개발
대학·기업·병원 간 융합연구로 기술이전·상용화로 이어져

2026.08.28

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다종 호흡기 바이러스 신속 및 고용량 진단을 위한 회전형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26년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우수성과 30선」에 이름을 올렸다.

보건의료 연구개발 우수성과 30선은 보건의료 분야의 연구 성과를 발굴하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제도다. 올해는 기술 혁신성과 산업적 파급 효과, 국민 건강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논문 16건, 특허 6건, 기술이전 4건, 사업화 3건, 고유성과 1건을 선정했다. 서 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특허 분야의 주요 사례로 소개됐다. 연구팀은 최대 15개 검체에서 코로나19를 포함한 7종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60분 이내에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회전형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서 교수는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함께 그동안 고생한 연구팀원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라며 “실험실 단계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진단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까지 발전시킨 점을 평가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실제 환자의 진단과 치료 결정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이번 선정은 하나의 마무리라기보다 새로운 출발점에 가깝다”라고 후속 연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확도와 속도, 처리량을 함께 높이다
호흡기 감염질환은 초기 증상이 비슷해 증상만으로 원인 바이러스를 구분하기 어렵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원인 병원체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감염병 확진에 널리 사용하는 RT-PCR 검사는 민감도와 정확도가 높지만 전문 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검체 이송과 전처리, 분석 과정에도 시간이 걸린다. 신속항원검사는 현장에서 빠르게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감염자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두 검사 방식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주목했다. 실험실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현장에서 신속하게 여러 검체를 처리할 수 있는 현장 진단(Point-of-Care Testing, POCT)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

서 교수는 “이 기술은 검체 투입부터 결과 확인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해 검사 시간과 의료진의 수작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빠르게 구별하면 환자의 조기 치료와 격리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고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하거나 계절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해 검사 수요가 급증할 때는 중앙검사실의 부담을 분산하고 의료기관의 진단 효율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스크 한 장에 분자 진단 전 과정을 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의 핵심은 지름 130㎜ 크기의 일회용 원심 미세유체 디스크다. 이 디스크에는 시료 주입과 핵산 추출, 세척, 용리(정제된 핵산을 용액으로 분리해 내는 과정), 반응액 분주(검사에 필요한 시약을 일정량으로 나눠 넣는 과정), 유전자 증폭, 형광 검출에 필요한 구조가 집적돼 있다.

장비가 디스크의 회전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면 내부의 시료와 시약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기존에는 실험자가 단계별로 수행해야 했던 복잡한 작업을 하나의 장비 안에서 자동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검체를 넣은 뒤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통합한 ‘검체 투입-결과 도출(Sample-in-Answer-out)’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지그재그 형태의 분주 구조와 패시브 밸브, 이중 여과막, 왁스 밀봉 챔버 등을 적용해 검체와 시약이 일정한 양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회전형 디스크에 적합한 비접촉 유도가열 방식과 2색 형광 검출 장치도 함께 구축했다.

또 다른 핵심은 ‘스위칭-PCR’ 기술이다. 하나의 반응 챔버 안에서 유전자 증폭의 1차와 2차 반응이 자동으로 전환되도록 설계해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10카피 이하인 초 저농도에서도 높은 검출 능력과 재현성을 확인했다.

최대 15개 검체에서 7종 바이러스 동시 검출
기존 현장분자진단 장비는 빠른 결과를 제공하지만,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검체 수가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처리량을 늘리려면 여러 장비나 분석 모듈을 추가해야 해 공간과 비용 부담도 커졌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하나의 회전축에서 여러 분석 유닛을 동시에 구동한다. 5개, 10개, 15개 검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스크 구조를 각각 구현해 처리량을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최대 15개 검체에서 7종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60분 이내에 분석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병원과 보건소뿐 아니라 공항·항만 검역소, 선별진료소 등 짧은 시간에 다수의 검체가 집중되는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신종 또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난 경우에도 디스크 안에 사용하는 프라이머와 진단 시약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진단 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

특허에서 사업화, 범용 진단 플랫폼으로
이번 성과는 실험실 단계의 기술 개발에 머물지 않고 특허와 기술이전, 품목 허가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핵심 원천기술인 ‘적어도 하나의 미세유동구조물을 포함하는 미세유동장치 및 이에 공급된 시료의 분석 방법’에 대해 미국 특허를 등록했고, 해당 기술을 벤처기업 ㈜포리버에 이전했다.

참여기업인 ㈜하임바이오텍 등 공동연구기관과는 ‘회전형 미세유체 제어 기술과 분자진단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성 감염체 유전자 검사를 위한 체외진단용 시약 4건이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서 교수는 “후속 연구에서는 적용 질환을 확대하고 검사 정확도와 신속성을 높이는 한편, 여러 질환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다중 검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미국 특허 등록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회전형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은 호흡기 바이러스뿐 아니라 다양한 감염성 병원체와 유전자 분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진단 시약과 프라이머를 변경하면 식품 안전, 동물 질병, 수인성 병원체 검사와 법의학적 유전자 분석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자동 샘플링과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술을 고도화하면 감염병 감시 네트워크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병원·기업과 연결된 융합 연구
이번 연구에는 화학공학과 대학원생을 비롯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의료진, 진단검사 전문 기관과 기업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미세유체공학과 분자 진단, 의료기기 설계, 임상 검증, 제품화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한 융합 연구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은 임상 검체를 제공하고 기술의 성능을 시험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기업은 대학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상용화와 품목 허가를 담당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연구팀은 논문과 실험실 수준의 결과를 기술이전과 임상 성능 검증, 제품화까지 발전시켰다.

서 교수는 “대학과 기업, 병원이 함께하는 융합 연구가 이뤄질 때 각 기관의 전문성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라며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실질적인 상용화와 제품화 단계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라고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태석 교수 연구팀은 회전형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최대 15개 검체에서 7종 호흡기 바이러스를 60분 이내에 동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