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과 마이크로바이옴으로 퇴행성 뇌질환의 새 길을 찾다
2025 경희 Fellow(5) 연구 부문 수상자 한약학과 오명숙 교수
장-뇌 축 기반 파킨슨병 발병 기전 규명,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새 관점 제시
식의약 소재 발굴부터 특허·기술이전까지, 연구와 산업화 잇는 성과 축적
경희는 매년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교수를 ‘경희 Fellow(연구·교육)’로 선정한다. 2025년 경희 Fellow(연구)에는 약학대학 한약학과 오명숙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오 교수는 한약학과 본초학교실/뇌신경조절 식의약소재 개발 연구실을 이끌며 한약의 과학화와 퇴행성 뇌질환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오 교수를 만나 주요 연구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편집자주>
2026.08.28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축을 쌓아 오다
오명숙 교수는 한약과 천연물을 바탕으로 퇴행성 뇌질환 조절 식의약 소재를 발굴하고, 그 작용 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장-뇌 축을 중심으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을 새롭게 해석하며 연구의 폭을 넓히고 있다. 국제 학술지 논문 214편, 지식재산권 8건, 기술이전 14건의 성과는 이러한 연구의 축적을 보여준다.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오 교수는 2025년 과학의날 기념 과학기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오 교수는 이번 Fellow 선정에 대해 “대학에서 연구의 가치를 인정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 그만큼 더 좋은 연구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성과를 개인이 아닌 연구실 구성원과 공동 연구자들이 함께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장-뇌 축에서 찾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단서
오 교수 연구팀은 퇴행성 뇌질환이 오랜 시간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만큼, 하나의 표적만 겨냥하기보다 다중성분·다중표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팀은 파킨슨병이 손 떨림이나 강직 같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 변비·불면·후각 저하 같은 비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파킨슨병이 뇌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장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가설 아래, 10여 년간 장과 뇌의 연결을 추적해 왔다.그 결과 연구팀은 사람의 장내 세균인 프로테우스 미라빌리스(Proteus mirabilis)가 마우스에서 도파민 신경 손상, 운동장애, 뇌와 장의 염증, 알파 시누클레인(α-synuclein) 응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알파 시누클레인은 뇌 신경세포의 시냅스에 있는 단백질인데, 비정상적으로 응집되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로 변화한다. 연구팀은 프로테우스 미라빌리스가 만들어내는 외독소인 헤모리신 A(Hemolysin A)가 파킨슨병 발병에 관여하는 핵심 인자라는 점도 규명했다. 파킨슨병을 뇌 중심으로 설명해 온 기존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성과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장과 뇌를 함께 조절할 수 있는 천연물 및 마이크로바이옴 소재를 발굴하고 있다. 수백 종의 유산균 가운데 프로테우스 미라빌리스에 강한 항균작용을 보이는 ‘항파킨슨 마이크로바이옴 소재(MCT501)’를 도출해 항파킨슨 효능과 작용 기전을 규명했으며, 현재는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천연물 복합제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오 교수 연구팀의 장-뇌 축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연구팀은 천연물 소재와 유산균을 결합한 복합 소재 ‘치매 제어 천연물유산균 복합 소재(CCL01)’를 도출해 인지기능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는 타우 병리와 신경염증, 시냅스 손상, 신경세포 사멸을 줄이고 장 염증과 대사체를 조절하는 효과도 관찰됐다. 오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장-뇌 축 기반 알츠하이머병 치료 전략의 가능성도 넓혀가고 있다.
전통 한약의 가능성을 현대 생명과학으로 확장해 온 뇌신경조절 식의약소재 개발 연구팀은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 성과를 특허와 기술이전으로 확장하다
오 교수의 연구는 논문에 머물지 않았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겨냥한 천연물·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후보 소재는 특허와 기술이전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파킨슨병 관련 원천 기술이 바이오 회사로 기술 이전돼 진단 서비스와 후속 상용화 연구로 연결됐고, 항파킨슨 소재, 치매 제어 복합 소재도 특허 확보와 함께 바이오 회사로 기술 이전돼 사업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오 교수는 항파킨슨 소재인 ‘천연물복합제(DA-9805)’의 미국 FDA 임상시험계획(IND) 승인과 2a상 임상시험 완료, 항파킨슨 마이크로바이옴 소재(MCT501) 개발, 치매 제어 천연물유산균 복합 소재(CCL01) 개발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이 과정에서 대학의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산학협력단은 기술 발굴부터 기술이전, 협상과 계약 체결까지 관련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오 교수는 “산학협력단에서 특허 초기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자문 외에도 기술이전에 관심 있는 기업을 찾고, 기술이전 이후에도 후속 공동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 연구팀의 연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오 교수 연구팀은 2025년부터 한국연구재단(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 아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파킨슨병 유발 병리 기전을 규명하고, 장내 환경을 조절하여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위한 비임상 연구를 수행 중이다.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도 천연물과 유산균을 결합한 복합 소재를 바탕으로 장-뇌 축 기반 치료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환자에게 닿는 연구를 향해
오 교수는 연구 성과의 배경으로 연구실 구성원들의 노력과 공동 연구자들의 활발한 협업을 꼽는다. 연구실에서는 매주 정기적으로 연구 방향을 논의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지도해 왔다. 오 교수는 “좋은 연구는 한 연구실의 힘만으로 완성되기 어렵고, 필요한 경우 다른 분야 연구자들에게 먼저 협업을 제안하며 연구의 범위를 넓힐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오 교수가 연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새로움’과 ‘의미’다. 기존 연구와 무엇이 다른지 분명해야 하고,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여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연구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진심을 다하는 태도 역시 오 교수가 꾸준히 지켜온 원칙이다.
오 교수는 “앞으로의 연구 무게중심을 소재 발굴에서 개발과 실용화 쪽으로 더 옮겨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굴한 후보 소재들이 건강기능식품이든 의약품이든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로 이어져야 연구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가 과제들이 비임상을 거쳐 임상으로 나아가고, 더 나아가 실제 치료 현장에 닿는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오 교수가 그리는 다음 목표다.
오명숙 교수와 한약학과 본초학교실·뇌신경조절 식의약소재 개발 연구실 구성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