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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마음으로 치유하는 간호사를 키운다

경희 Fellow(교육) 인터뷰 (1) 간호학과 신성희 교수
임상 현장과 강의실 잇는 교육으로 ‘공감하는 전문가’ 양성
AI 활용하면서도 인간적 판단과 윤리의식 강조


경희는 매년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교수들을 ‘경희 Fellow(연구·교육)’로 선정한다. 경희 Fellow(교육)로 선정된 교수들은 각자의 전공과 교수법 안에서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간호학과 신성희 교수는 정신간호학 교육에서 공감과 성찰을 중심에 두고, 임상 사례와 역할극, 영화 분석, 논문 리뷰, 에듀테크를 아우르는 참여형 수업을 실천해 왔다. 신 교수를 만나 교육 철학과 실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2026.06.11

정신간호는 인간 이해에서 시작된다
신성희 교수는 “이번 Fellow 교육 부문 선정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임상 현장과 강의실을 잇고자 하는 노력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져 보람과 책임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간호학과 교수들이 각자의 철학으로 교육에 힘쓰고 있는 만큼, 개인의 성취를 넘어 교육의 가치를 더 넓게 나누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신 교수의 교육 철학은 ‘공감’에서 출발한다. 오랜 정신건강 임상 경험을 통해 간호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만이 아니라 대상자의 삶을 이해하는 태도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2023년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의 ‘베델의 집’ 연수는 이러한 교육 철학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다. 신 교수는 그곳에서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런 철학은 언어에도 담긴다. 신 교수는 ‘정신질환자’보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강조한다. 질환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학생들에게도 정신건강과 정신질환이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하며, 환자 중심·당사자 중심 돌봄의 가치를 수업 전반에 담고 있다.

사례와 역할극으로 배운 ‘진짜 사람’
신 교수의 수업은 실제 경험과 맞닿아 있다. 임상 사례 토의, 영화 분석, 논문 리뷰, 역할극 영상 제작 등 학생 참여가 중심이 된다. 간호를 이론에 머물지 않고 삶과 연결된 문제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영화 분석에서는 등장인물의 증상과 상황을 해석하며 간호과정을 적용해 보고, 논문 리뷰에서는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한 실제 연구를 읽으며 쟁점을 정리한다. 역할극 과제는 신 교수 수업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다.

역할극 과제는 학생들이 질환의 특성을 먼저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한 뒤 간호 문제와 중재를 검토해 스크립트와 영상으로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사전에 질환을 충분히 공부한 뒤 장면을 구성하고 연기해야 하므로 증상과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장면을 직접 구성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질환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며 “이해가 깊어질수록 질문의 수준도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영상은 팀별로 공유하고, 다른 조의 작업을 보며 잘한 점과 보완할 점을 함께 정리한다. 한 팀이 한 질환을 맡더라도 여러 결과물을 함께 검토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폭넓게 익힐 수 있다는 점도 이 수업의 특징이다.

신 교수의 수업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정신간호를 삶과 연결해 이해하도록 이끈다.

기술은 도구, 간호의 중심은 사람
신 교수는 공감과 성찰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교육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생성형 AI, 블렌디드 러닝 등 변화하는 교육 환경을 수업에 어떻게 접목할지 탐색해 왔다. 신 교수는 “반복 실습이 가능한 표준화환자(Standard Patient) 활용 시뮬레이션과 개별 피드백이 가능한 AI가 간호교육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봤다. 다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간호의 핵심인 인간적 판단과 윤리적 사고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수업에서도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쓰지 않도록 하고, 교재와 사전 학습을 바탕으로 내용을 검토하는 데 활용하게 했다.

이런 시도에는 대학의 제도적 지원이 힘이 됐다. 신 교수는 “지난해 교수학습개발원이 진행한 AI 관련 특강과 연수가 수업 구상과 적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교수학습개발원의 QUEST 교육 모델에도 선정돼 조교 지원을 받으며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혼자 맡아야 했던 과정을 대학의 지원과 함께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참여형 수업도 한층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
세밀한 학생 지원도 신 교수 수업의 특징이다. 신 교수는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학생 지도 원칙을 세웠다. 성장이 더딘 학생에게는 개별 상담으로 공부 방법을 안내하고, 과제 수행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단계별 피드백과 세분화된 평가 기준을 담은 루브릭(Rubric)을 제공한다.

매주 복습 퀴즈와 구두시험을 운영하는 것도 평가보다 배움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담을 느끼던 학생들도 학기 말이 되면 그 효과를 체감한다. “정신간호학 내용을 반복 학습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고, 매주 리뷰가 학습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언제든 질문하고, 실수 속에서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어야 진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취업을 넘어,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가로
수업 안팎의 진로 및 연구 지도도 신 교수 교육의 중요한 축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간호사의 진로가 병원 취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간호사와 공공기관 담당자 특강을 통해 다양한 진로 모델을 소개하고, 학부 시절부터 연구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며 근거 기반 간호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한다.

2025년에는 ‘기타 연주 활동이 대학생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주제로 학생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 출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학부 과정을 단순한 취업 준비가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가 앞으로 더욱 집중하고 싶은 방향도 이 같은 교육의 연장선에 있다. AI와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을 심화하되, 그 바탕에는 공감과 연대의 가치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정신건강을 함께 돌보는 지혜를 배우고, 현장에서는 따뜻한 돌봄을 실천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교육 방식은 달라져도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