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미래를 예측해 예방의학의 길을 넓히다
2025 경희 Fellow(3) 연구 부문 수상자 의학과 연동건 교수
빅데이터·AI·글로벌 보건 연구로 예방 중심 의료 전환 이끌어
경희는 매년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교수들을 ‘경희 Fellow(연구‧교육)’로 선정한다. 2025년도 경희 Fellow(연구)로 선정된 교수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 성과를 쌓아온 교수들이다. 두 번째로 의학과 연동건 교수를 만나 연구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2026.08.12
예방 중심 의료를 향한 연구와 성과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을 예측해 더 이른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다면 의료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연동건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예방 중심의 의료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디지털 헬스와 의료 빅데이터, 인공지능, 글로벌 보건을 연결해 질병의 발생과 확산, 위험요인, 미래 부담을 분석해 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연 교수는 2025 경희 Fellow에 선정됐다. 연 교수는 이번 선정에 대해 “그간의 연구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연 교수는 이번 선정의 바탕이 된 핵심 성과로 글로벌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질병 예측 연구와 위험 요인 분석, 미래 질병 부담을 전망하는 모델링 연구를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IF: 58.7) 4편과 『JAMA(미국의학협회저널)』(IF: 55.0) 등 주요 학술지에 성과를 발표하며 연구 역량을 입증했다. 글로벌 질병 부담 데이터를 활용해 질환별 위험 요인과 향후 부담을 분석한 연구, 의료 빅데이터 기반 가상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의 부작용과 효능을 예측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논문 각각의 주제는 다르지만, 데이터 기반 연구가 실제 의료와 보건정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흐름이 같다.
논문을 넘어 정책과 현장으로
연 교수는 연구의 가치를 논문 실적만으로 보지 않는다. “단순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라는 것이 연 교수의 설명이다. 질병의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보건 정책을 더 촘촘하게 설계하는 데도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분석 결과를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가 보건 정책이나 임상 가이드라인, 예방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다. 연구가 논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과 연결된다.
이 같은 연구의 특성은 코로나19 시기에 분명하게 드러났다. 연 교수는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기존의 임상 연구 방식으로는 환자를 모집하고 특성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위험을 더 빠르게 예측하고 대응 근거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빠르게 수행했고, 그 결과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기 내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 가이드라인과 국내 질병관리청의 방역 정책 과정에 참고됐다. 그는 이런 연구가 공공기관의 판단과 대응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의 힘
연 교수는 오늘날의 의학 연구, 특히 데이터 기반 연구가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 데이터, 임상, 정책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해야 연구가 넓어지고, 결과도 실제 현장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연구를 설계할 때도 자연스럽게 다학제 협업을 염두에 둔다.디지털헬스센터에는 연간 100명에 달하는 구성원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규모 연구실을 운영하는 만큼 구성원 간 관계와 협업 방식도 중요하게 여긴다. 연 교수는 “요즘의 연구는 협업이 필수”라며 “서로의 연구 방향과 강점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기보다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공동연구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바탕이 됐다.
연동건 교수가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연구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경희의 연구 환경이 만든 확장 가능성
연 교수는 연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대학의 제도적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후속 세대를 키우는 데는 개인의 지도만큼이나 대학 차원의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학부생이 논문을 쓰면 장학금을 지원하는 모자이크 장학금, 우수한 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장학 제도 등이 연구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부여가 됐다는 설명이다.연구 공간 지원도 도움이 됐다. 연 교수는 센터 운영에 필요한 공간이 확보되면서 연구실 운영이 한층 안정됐고, 연구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 여건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ast follower를 넘어 first mover로
경희 Fellow 선정 이후 연 교수가 바라보는 다음 목표도 분명하다. 지금까지 세계적 연구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며 성과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연 교수는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질문과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뜻이다.연 교수는 개인의 연구 성과를 넘어 경희가 글로벌 연구 허브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질병의 미래를 예측하고 예방 중심 의료의 길을 넓히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