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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인권’의 시대를 열다

    ‘규범 형성자(Norm-maker)’로 나아가는 상징적 진전 Q. 한국인 최초로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또한 개인진정실무그룹의 의장직도 맡게 됐다. 소감과 이번 선출이 개인과 국가에 주는 의미가 궁금하다. 먼저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과 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직을 동시에 맡게 돼 깊은 영광과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두 직책의 의장을 동시에 맡은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유엔의 체제는 평화와 안보, 발전, 인권이란 세 기둥 위에 서 있다. 각 영역은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이사회라는 주요 기구를 통해 구체화한다. 이중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는 18인의 독립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 탱크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인권 현안에 관한 연구와 권고를 제공하며 인권이사회에 자문하는 핵심 기구다. 자문위원회는 인권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부여받은 주제를 연구한다. 기간은 1년을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2년이 넘는 사례도 많다. 연구를 통해 유엔 총회가 조약을 제정하거나, 인권이사회가 특별절차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인권은 유엔 내에서도 주류는 아니다. 하지만 관련 이사회가 존재하기에 싱크 탱크로서 매우 중요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학자로서도 새롭게 부상하는 인권 의제에 관한 국제 담론을 주도하고 그 이행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의 수장이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와 더불어 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직에도 선출됐다. 해당 진정 절차는 유엔 체제 내에서 작동하는 사실상 유일한 보편적 개인 진정 메커니즘으로 평가받는다. 그 의미가 한층 무겁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한국이 케이팝이나 케이푸드와 같은 문화 영역의 소프트 파워를 넘어 인권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기반이 마련된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한민국은 오랜 시간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규범 수용자(Norm-taker)’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국제 규범을 직접 만드는 ‘규범 형성자(Norm-maker)’로 나아가는 상징적 진전을 거뒀다. 한국은 1991년 유엔에 가입했다. 이후 인권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위상을 높여 온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봐도 뜻깊다. 자문위원으로서의 활동은 어디까지나 독립 전문가의 자격으로 이뤄진다. 대한민국 국민이란 정체성을 지닌 채 국제 무대에 서게 됐다는 사실 또한 무겁게 다가온다. 직책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백범석 교수는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의 자문위원회 보고관으로 일하며 해당 분야에 천착해 왔다. 이번 선출에는 그간의 학문적 노력과 실천적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 주도한 학문적, 실천적 성과 인정받아 Q. 2020년부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의장에까지 선출됐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전문성과 노력이 높게 평가받았는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이 유엔에 가입한 이후 인권이사회에서 스스로 발의해 정식 의제화에 성공한 인권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방정부와 인권’ 의제이다. 2013년 처음으로 결의안을 상정했다. 다른 하나는 2019년 인권이사회의 결의로 채택된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인터넷 등 디지털 신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국내적 논의가 활발했다. 국내 흐름을 따라 국제사회에서도 선제적으로 이 의제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당시에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의 자문위원회 보고관(rapporteur)으로 임명돼 2021년에 보고서(A/HRC/47/52)를 제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이 일상에 빠르게 침투하며 개인정보 보호, 차별, 표현의 자유, 노동권, 민주적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인권 전 영역에 걸쳐 새로운 쟁점들이 제기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4년 인공지능과 굿거버넌스에 관한 자문위원회 보고관으로 새롭게 임명돼 지난 1년 반 동안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 해당 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했고, 공식 채택됐다.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이라는 새로운 의제에 천착해 온 학문적 궤적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짐작한다. 이 주제가 국제 인권 메커니즘에서 처음 부상하던 시기부터 최근의 인공지능 논의에 이르기까지 5년여간 보고관 임무를 책임지고 수행했다. 국내에서는 피해자 권리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관한 학술적 성과를 꾸준히 쌓았고, 이러한 연구가 국제무대에서 실무로 발현된 점 역시 평가의 밑바탕이 됐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피해자 권리 및 피해자 중심주의 관련 학술적 성과를 꾸준히 도출했다. 이런 성과가 국제무대에서 실무적으로 발현된 점도 긍정적 평가의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Q. 자문위원회는 인권이사회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한다. 위원과 의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반 위원은 자신이 맡은 보고관 임무나 특정 연구 주제에 집중하면 된다. 때로는 과감한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반면 의장은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위원들의 다양한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정치적으로 외교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자리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과 국가 거버넌스를 다룰 때 디지털 식민주의(Digital Colonialism)와 같은 민감한 주제는 국가별로 견해 차이가 극명해 최종 톤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정치적 고심이 따른다. 이런 조율 과정에서 국제기구가 작동하는 거대한 방향성을 많이 배우고 있다. 자문위원회 보고관은 결의안에 따라 전 세계 국가 서면 답변, 시민사회, 대학, 국가인권 위원회 등으로부터 적게는 30개에서 많게는 70여 개에 달하는 설문 의견서를 접수해 분석한다. 전문가 패널을 소집해 청문하고 보고서를 지속해서 수정·발전시키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번 6월에 채택될 보고서도 8번의 수정을 거쳤다. 국가별 이해관계와 시각 차이 속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국제인권법은 언뜻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형성된 정치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매우 냉혹한 영역이다. 자문위원회는 유엔 회원국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인권 규범 허용 한계선(minimum standard setting)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새롭게 부상하는 다양한 주제, 보편성 기준으로 활동 Q. 위원장으로 주도하고 싶은 이슈는 무엇인가 자문위원회가 현재 가장 비중 있게 논의하는 영역은 단연코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분야다. 디지털 공간에서 자행되는 젠더 기반 폭력, 허위 정보와 오인 정보의 확산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뇌신경과학의 발전이 인지 자유와 정신적 사생활에 제기하는 도전 등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신기술 전반에 걸쳐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층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회권의 실질적 이행, 플라스틱과 인권, 기후변화와 인권 등 환경 및 사회경제적 권리 영역의 의제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자문위원회가 다루는 의제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꾸준하게 확장됐다. 인권의 외연이 전통적·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장으로서 자문위원회가 단순한 학술 연구 기구에 머물지 않길 바란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인권 현안에 관해 실효성 있는 권고와 정책 제언을 내놓는 살아 있는 두뇌 집단으로 기능하도록 이끌려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인권’ 영역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이행 가능한 규범적 틀을 마련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Q. 최근 기후변화,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등 새로운 유형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문위원회의 대응에 대해 듣고 싶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 세계인권선언 제27조(과학의 성과를 향유할 권리)나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ESCR, 사회권규약) 제15조에서도 과학기술과 인권의 논의는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의 디지털 신기술은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기존의 법적 규범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범적 공백’이 발생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국내에서는 ‘선허용 후규제’ 기조로 인해 논의가 다소 지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엔은 1990년대부터 관련 결의와 보고서를 120여 차례 논의하며 규범적 수렴을 이뤄왔다. 새로운 유형의 기술과 인권 문제에 대응할 때 국제사회나 유엔이 일관되게 견지해 온 출발점은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라는 명제다. 디지털 신기술은 설계, 개발, 배치, 활용 등 전 과정에서 특정한 가치 판단과 권력관계를 내포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 역시 우연한 부산물로 치부될 수 없다. 자문위원회는 새로운 인권 이슈에 대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토대로 이야기해 왔다. 첫 번째는 기존 국제 인권 규범의 적용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되, 신기술이 일으키는 새로운 위해 양상에 대해서는 규범적 공백을 식별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해 왔다. 두 번째로 인권 기반 접근(Rights Based Approach)을 견지하는 동시에 취약 집단에 미치는 차등적 영향에 관한 면밀한 분석을 강조한다. 여성이나 아동, 노인, 장애인, 이주민, 소수자 등 사회적 취약 집단이 신기술의 부정적 영향에 더 노출된다는 사실은 이미 다수의 실증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세 번째로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Duty to protect)와 더불어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Responsibility to respect)이라는 이중 축을 강조한다. 실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에 기반한 인권 실사 의무가 디지털 기술 영역과 기후변화 영역 양쪽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SG와 연관된 부분이기도 하다. 네 번째로 피해자 중심 접근법을 강조한다. 권리 침해가 발생했을 때 실효성 있는 구제 수단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알고리즘 결정에 내재한 기술적 불투명성은 구제 권리 자체를 형해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이란 거대한 두 흐름이 동시에 진행하는 지금의 국면에서 자문 위원회는 분절된 대응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교차적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국제 인권 보호 체계가 21세기적 도전에 부응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라 생각한다. 학문과 평화를 지향하는 경희의 학풍은 백범석 교수가 항상 간직하고 있는 본질과 닿아 있다. 그는 “학문이 자체로 그치지 않고 평화라는 공공선을 향해야 한다는 경희의 정신이 국제인권법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본질에 부합한다”라고 강조했다. 학문적인 자문위원회, 정치적 의견 대립하는 개인진정실무그룹 본질에 집중할 것 Q. 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으로도 활동하게 됐다. 의장직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자문위원회의 또 다른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중대하고 신뢰할 만하게 입증된 인권 침해가 일관되게 반복되는 양상에 관한 개인진정사건을 심의하고 검토하는 일이다. 과거의 1503 절차를 계승한 인권이사회 진정절차는 전 세계 어느 국가의 시민이든 유엔에 직접 인권 침해에 대해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보편적 메커니즘이다. 연간 1만 5천 건이 넘는 진정이 접수된다. 중복되거나 타 기관 소관인 경우에는 걸러내고 ‘보충성의 원칙’과 ‘비공개 원칙’ 하에 철저히 심사한다. 개인진정실무그룹은 이런 사건의 심리적격을 판단하는 일차적 관문이다. 이 절차는 단순히 개인의 일회성 사건 구제를 넘어 해당 국가에 심각하고 구조적인 인권 침해 패턴이 존재하느냐를 판단하는 매우 까다롭고 민감한 작업이다. 여기서 심각성이 인정되면 통상 인권이사회 결의를 통해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같은 국가별 특별보고관이나 유엔 인권메커니즘 내의 새로운 특별절차가 만들어지는 중대한 계기가 된다. 실무그룹 내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연구자로서 그동안 피해자 권리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관해 오래 연구해 왔다. 또한 국제형사법과 이행기 정의 영역에서 피해자 보호 규범 발전을 추적해 왔다. 그러한 학문적 배경 덕분에 진정 사건을 심의함에 있어 단순한 법리적·절차적 심사를 넘어 ‘들리지 않는 인권피해자인 진정인의 목소리와 호소’가 갖는 본질적 의미를 맥락 속에서 균형 있게 살피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자문위원회가 형이상학적이고 규범적인 학술 논의의 장과 같다면 개인진정실무그룹은 치열한 정치적·실무적 논의의 장이다. 두 의장을 겸하는 동안 진정 절차의 효율성과 피해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잡아 나갈 것이다. 이는 인권의 ‘연구’와 ‘구제’라는 두 축을 유엔 메커니즘 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중요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Q. 업무 처리에 ‘보편성’이 중요한 잣대로 보인다. 보편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나. 국제 인권 무대에서 활동할 때 진보나 보수와 같은 국내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보편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은 지난 20여 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부터 북한 인권 문제까지 폭넓게 다뤘다. 국내의 시선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와 구제’라는 단일한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면 보편적 가치 기준을 명확히 지켜낼 수 있다. 인권의 본질은 사회에서 소외돼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세상에 들리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권리 간의 절충(Trade-off)이 발생하는 지점에서는 정당한 권리 제한과 침해 사이의 미세한 경계(Fine line)를 잡는 것이 늘 중요한 과제다. 예를 들어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이지만 공공질서를 위해 제한될 수 있는데, 이를 빌미로 국가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유엔 문화권특별보고관은 역사 왜곡을 처벌하는 법률(Memory law)을 두고 국가가 단일한 역사 서사를 강제하는 방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역사 왜곡에 대응해야 할 요청도 무시하기 어렵다. 결국 형사처벌의 범위를 어디에 둘지는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학문적으로도 법적으로 경계 설정이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경희의 학문적 풍토와 레거시, 자부심으로 자리 잡아 Q. 현재 자문위원회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는 무엇인가. 단연 뇌신경과학(Neuroscience)과 인권이다. 뇌 신호를 읽어 내거나 직접 자극하는 신경기술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을 조절하는 개입에까지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절대적 권리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적 개입은 치료라는 긍정적 목적도 있지만, 범죄 조사나 자백 강요 등 ‘이중 목적(Dual use)’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이것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다. 절대적 권리의 외연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 자문위원회 위원들 간에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중이다. Q. ‘학문과 평화’라는 경희의 가치가 국제 인권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경희대가 오랜 시간 추구해 온 ‘학문과 평화’라는 가치는 국제 인권 무대에서 지향해 온 학문적 자세와 깊이 공명하고 있다. 인권 연구는 단순한 학술적 호기심을 넘어 인간 존엄성에 대한 깊은 존중과 평화로운 공동체 형성을 향한 실천적 관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문이 학문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평화라는 공공선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경희의 정신은 국제인권법 연구자로서 견지해 온 태도와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 인권 침해의 구조적 원인을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평화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평화로운 국제 질서의 형성은 인권의 보편적 실현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두 가치가 서로를 지탱한다. 경희학원 설립자부터 경희학원이 주도해 온 세계평화의 날 제정 등 유엔과 연계된 거대한 역사적 레거시는 본인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큰 자부심이 된다. 미래문명원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의 아낌없는 지지와 인류 사회에 대한 책무를 강조하는 교육 철학은 연구와 교육, 국제기구 활동을 병행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다. 앞으로도 대학의 이상에 부합하도록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의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Q. 국제기구 경험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길 바라는지, 또 국제 무대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태도에 관해 조언한다면. 국제기구에서 축적한 생생한 경험이 강의실로 환류되지 못하면 그 의의가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 동안 미래문명원을 통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부생들이 국제기구 실무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왔다. 학생들이 현장의 공기를 일주일이라도 직접 호흡하며 겪는 변화와 자극은 강의실 안에서 한 학기 동안 전달하는 지식보다 훨씬 강렬한 학습 효과를 낳는다. 향후 여러 교육 단위에서 국제인권법 관련 교양 강좌를 개설해 인권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밀도 높은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동시에 대학원생들이 실제 국제기구의 연구 프로젝트에 긴밀히 결합할 통로를 마련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 한 사람의 학자가 고심해 작성한 보고서의 문장 한 줄이 실제 국제 규범을 형성하고 각국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격할 때 전율을 느낀다. 이 실감은 책상 위 학문이 어떻게 현실 세계의 인권을 구제하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학생들에게도 꼭 전달하고 싶은 장면이다. 국제 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자질이 필요하다. 먼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국제기구는 막연한 일반론자(Generalist)가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요구한다. 또한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다. 외국어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영어 외에 불어나 스페인어 등 한 가지 이상의 유엔 공용어를 추가로 익혀두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 된다. 문화 간 감수성(Intercultural Sensitivity)도 필요하다. 국제기구는 다양성의 집합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소통하며 합의를 도출해내는 능력이 곧 실무 역량이다. 국제 인권 영역에서의 구조적 변화는 단기간에 가시화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자신의 활동을 조망할 줄 아는 인내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학문적 엄밀성과 현장 감각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인권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삶에 관한 문제다. 실제 인권 침해를 경험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학문은 공허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국제기구 진출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인류 사회의 인권 증진과 평화 구축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향해 나가는 하나의 경로임을 늘 기억하면 좋겠다.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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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체의공학과 이진석 교수, 의료 인공지능 분야 성과로 대통령 표창 수상

    생체의공학과 이진석 교수가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서 연구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정보통신의 날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멀티모달 AI 원천기술 개발, 글로벌 연구협력 주도 “한국의 인공지능 연구 결과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 확보할 것” 생체의공학과 이진석 교수가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서 연구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정보통신의 날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진석 교수는 멀티모달 인공지능 원천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응급의학 분야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국내 주도 글로벌 AI 연구 플랫폼 구축 이진석 교수는 신호·영상·텍스트 등 이종 데이터를 통합 처리·분석하는 멀티모달 인공지능 원천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단일 유형이 아닌 다양한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로 국가 전략 인공지능 연구를 목표로 한 여러 대형 연구과제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원하는 ‘ITRC 연구센터 사업’을 통해서는 데이터 수집·전송·분석·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인공지능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고, 임상 적용을 고려한 핵심 알고리즘 및 데이터 처리 기술 개발을 총괄한다. 이진석 교수는 “응급 상황에서는 다양한 생체 데이터가 동시에 쏟아진다.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인공지능이 응급의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석 교수는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연구 협력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의 연구책임자로서, 미국 뉴욕대학교(NYU)와 공동으로 글로벌 인공지능 연구 거점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주도하고,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결합하는 구조다.(관련 기사보기) 과제를 통한 성과도 도출됐다. 아주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국내 8개 권역외상센터를 비롯해 NYU Langone 외상센터, 호주 Westmead 외상센터가 참여하는 다기관·다국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했고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병원 이송 전, 구급 단계에서 외상 환자의 사망 위험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국내외 다기관·다국가 데이터로 검증하는 등 과제를 통한 성과도 도출됐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이 해외 임상 환경에서 직접 검증되고 재현된 사례”라며 “이를 통한 한국 인공지능 연구의 신뢰성과 국제 경쟁력 상승에 보탬이 됐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인재 양성, 교육으로 확장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은 산업으로도 이어진다. 이 교수는 최근 5년간 국내 특허 출원 16건, 등록 4건, 국제 특허 출원 7건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기술 이전을 이루는 등 연구 성과의 산업계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진석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 인프라 구축 외에도 인공지능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글로벌 AI 프론티어랩 과제를 통해 뉴욕대를 비롯한 해외 연구기관에 인력을 파견하는 한편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의료 인공지능 특화 융합인재 양성 사업’에 부단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공지능 기술과 의료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육성하는 국가 전략 사업이다. 이진석 교수는 공학계열 학생이 의학 분야의 요구와 임상적 배경지식을 익히고, 의료 인공지능을 직접 다루고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과정 설계를 주도하고 있다.

    2026.06.30
  • 교육 , People
    수학을 미워하지 않고 졸업할 수 있도록

    박종도 교수의 Fellow 선정의 의미를 학과 전반에 형성된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에서 찾았다. 교수진 모두가 학생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고민해 왔고, 이번 선정은 그러한 축적된 노력을 대표해 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는 “선정위원회가 수학과 전체의 교육적 실천을 인정해 준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학문으로서 수학의 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강의 구성 박 교수는 전공 수학을 오랜 시간 축적돼 온 학문의 흐름으로 바라본다.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배우는 내용도 대부분 100년 이상의 시간 속에서 다듬어진 결과물이다. 그는 학생들이 개별 개념을 외우기보다 그 연결과 전개를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강의 때마다 ‘학문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강의 첫 시간에는 한 학기 동안 배울 내용을 유기적으로 묶어 큰 그림으로 설명한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곧 마주할 중요하고 어려운 개념이 무엇인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짚는다. 학생들이 단순히 정리된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가우스나 오일러 같은 수학자들이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새로운 개념과 방법을 만들어갔는지 그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학생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인공’ 되는 강의 박 교수가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생이 강의를 ‘구경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그는 수학 전공 강의에서 여전히 칠판에 쓰며 설명하고, 학생이 이를 직접 필기하고 복습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의와 정리, 증명 과정을 자기 손으로 따라가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학생들의 학습 성향이나 학업 역량이 다양해진 현실에 맞춰 수업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전환점은 팬대믹 시기였다. 팬대믹 이전에는 판서 중심 강의와 강의 후 PDF 자료 제공이 중심이었지만,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대면 수업으로 돌아온 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대면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오프라인 강의와 별도로 온라인 학습 자원도 함께 마련할 필요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박 교수는 모든 강의를 PPT로 구성하고, 강의 내용을 미리 녹음해 예습·복습용 영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경희 수학’ 유튜브 채널(관련 링크 보기)도 수업 확장의 한 축이다. 다만 그는 학생들에게 완성된 자료를 통째로 제공하진 않는다. 강의 전에는 전체 구조만 담긴 빈칸형 PPT를 제공하고, 중요한 정의와 정리, 증명과 계산은 수업 시간에 직접 채워가도록 한다. 학생이 수업의 흐름을 따라오면서 스스로 사고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정된 강의 시간 안에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영상 제작의 배경이 됐다. 박 교수는 수업 시간에 다룰 수 없는 내용을 영상으로 보완해, 학생이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에게는 더 쉬운 설명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확장된 내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 학습 태도 변화로 이어졌다. 복습용으로 활용될 것 같던 영상 자료를 예습에 활용하고, 수업 시간에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그는 “방학이나 군 휴학 중에도 수학 공부를 이어가는 학생들을 볼 때면 교육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학교 차원의 디지털 환경 혁신도 도움이 됐다. 박 교수는 교내에 제공된 생성형 AI ‘챗쿠(ChatKHU)’를 수업에 활용한다. 학생들이 푼 방식과 AI가 문제를 푸는 방식을 비교해 보는 수업도 진행했다. AI는 같은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풀이 과정이 더 복잡하거나 새로운 접근을 보이기도 했다. 대학 차원의 학습 환경 형성이 학생의 수학 풀이 과정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 사례이기도 하다. 평가를 배움의 시작으로 바꾸다 박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평가는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절차가 아니다. 그는 “학생이 시험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학습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중간시험이 끝난 뒤 풀이와 채점 기준, 문항별 평균을 공개한다. 학생들은 오답 노트를 작성해 다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후 수업을 따라갈 힘을 얻는다. 평가의 공정성 역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다. 흔하게 족보라고 불리는 기출문제가 있는데, 학생들이 족보를 구하는 일이 학습의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생각했다. 박 교수는 최근 기출문제와 풀이를 시험 전에 미리 배부한다. 시험 이후에는 시험지 열람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간은 단순한 성적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쓴 풀이에서 어디서 논리가 끊겼는지 찾고, 교수와 함께 풀이 과정을 토론하며 한 학기를 마무리한다. 박 교수의 대학 수학 평가는 정답과 풀이 과정 전체를 살피는 방식이다. 답이 맞더라도 중간 과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감점될 수 있고, 반대로 최종 답이 틀렸더라도 핵심 과정이 맞으면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평가 방식이 학생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사고의 과정을 밀고 나가는 힘을 길러준다”라고 말한다. 오답 노트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간고사에서 막힌 부분을 그대로 둔 채는 뒤의 내용을 따라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 시험에서는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2026학년도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응시한 45명 전원이 끝까지 문제를 풀었다. 조교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할 만큼 드문 경우였고, 박 교수는 이를 최근 가장 기분 좋은 일로 꼽았다. 혼자 푸는 시험, 함께 만드는 성장 강의실 밖에서 이어지는 교육 실천도 있다. 박 교수는 2017년부터 대학생 수학 경시대회 준비 모임을 이끌며 학생들의 도전과 성장을 지원해 왔다. 대학원 진학을 꿈꾸거나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상담하던 중 전국의 뛰어난 학생들과 겨뤄볼 수 있는 더 높은 목표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시작이었다. 준비 모임은 매주 함께 문제를 풀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각자 맡은 기출문제를 발표하고, 진행자가 되어 풀이를 이끌며 더 좋은 해법을 찾기 위해 함께 토론한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모르는 것을 숨기지 말라”고 강조한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모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해되지 않는 지점을 드러낼 때 토론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함께 성장한다. 그 결과 2017년 이후 대학생 수학 경시대회에서 10명 이상이 20회 가량 입상했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상위 5%에게 주어지는 금상 수상자도 나왔다. 박 교수는 “늘 학생들에게 시험은 ‘개인전’이지만, 함께 토론하고 서로를 돕는 과정은 ‘단체전’이다”라고 말한다. 입상 여부를 넘어 같은 목표를 향해 토론하고 문제 해결의 기쁨을 나누는 경험이야말로 더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24년부터 신설된 우수 동아리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수학을 끝까지 사랑할 수 있도록 박 교수는 1학년 학생들에게 종종 같은 말을 건넨다. “수학이 좋아서 수학과에 왔을 텐데, 졸업하는 순간에도 수학을 사랑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다. 수학은 단순히 계산 문제를 푸는 기술이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배우는 학문이다. 새로운 정의와 보조 정리로부터 중요한 문제를 증명해 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동안 학생들은 난관을 해결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그는 학생들이 수학을 두려워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로 ‘답을 빨리 찾는 방식’에 익숙한 학습 경험을 꼽는다. 대학 수학은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공부가 아니라, 왜 이런 이론이 만들어졌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는지를 이해하는 공부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모든 학생이 A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각자가 이 과목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목표를 정하고 끝까지 따라와 보길 권한다.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에서 필요한 수학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힘은 진로가 달라져도 남는다. 수학의 매력에 깊이 빠진 학생은 대학원에 진학해 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고, 금융, 공학 등 다른 분야로 향하는 학생은 수학으로 기른 사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수학과 학생들이 졸업 후 보험계리, 은행, 공학 및 경제학 대학원, 교육 분야 등 다양한 길로 진출한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향후 대학생 수학 경시대회 준비 모임 출신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선배들과 재학생을 연결하는 ‘대수경(대학 수학 경시대회) 홈커밍데이’도 구상하고 있다. 같은 길을 먼저 간 이들의 목소리가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경제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활용되는 수학을 모아 소개하는 강좌 개설도 구상 중이다. 박 교수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수학을 두려워하지 않고, 각자의 진로 안에서 수학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대학생 수학 경시대회 동아리 ‘수학사랑’은 2024년 대한수학회에서 선정한 ‘우수동아리상’을 받았다.

    2026.06.17
  • 교육 , People
    공감하는 마음으로 치유하는 간호사를 키운다

    정신간호는 인간 이해에서 시작된다 신성희 교수는 “이번 Fellow 교육 부문 선정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임상 현장과 강의실을 잇고자 하는 노력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져 보람과 책임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간호학과 교수들이 각자의 철학으로 교육에 힘쓰고 있는 만큼, 개인의 성취를 넘어 교육의 가치를 더 넓게 나누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신 교수의 교육 철학은 ‘공감’에서 출발한다. 오랜 정신건강 임상 경험을 통해 간호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만이 아니라 대상자의 삶을 이해하는 태도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2023년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의 ‘베델의 집’ 연수는 이러한 교육 철학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다. 신 교수는 그곳에서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런 철학은 언어에도 담긴다. 신 교수는 ‘정신질환자’보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강조한다. 질환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학생들에게도 정신건강과 정신질환이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하며, 환자 중심·당사자 중심 돌봄의 가치를 수업 전반에 담고 있다. 사례와 역할극으로 배운 ‘진짜 사람’ 신 교수의 수업은 실제 경험과 맞닿아 있다. 임상 사례 토의, 영화 분석, 논문 리뷰, 역할극 영상 제작 등 학생 참여가 중심이 된다. 간호를 이론에 머물지 않고 삶과 연결된 문제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영화 분석에서는 등장인물의 증상과 상황을 해석하며 간호과정을 적용해 보고, 논문 리뷰에서는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한 실제 연구를 읽으며 쟁점을 정리한다. 역할극 과제는 신 교수 수업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다. 역할극 과제는 학생들이 질환의 특성을 먼저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한 뒤 간호 문제와 중재를 검토해 스크립트와 영상으로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사전에 질환을 충분히 공부한 뒤 장면을 구성하고 연기해야 하므로 증상과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장면을 직접 구성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질환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며 “이해가 깊어질수록 질문의 수준도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영상은 팀별로 공유하고, 다른 조의 작업을 보며 잘한 점과 보완할 점을 함께 정리한다. 한 팀이 한 질환을 맡더라도 여러 결과물을 함께 검토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폭넓게 익힐 수 있다는 점도 이 수업의 특징이다. 신 교수의 수업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정신간호를 삶과 연결해 이해하도록 이끈다. 기술은 도구, 간호의 중심은 사람 신 교수는 공감과 성찰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교육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생성형 AI, 블렌디드 러닝 등 변화하는 교육 환경을 수업에 어떻게 접목할지 탐색해 왔다. 신 교수는 “반복 실습이 가능한 표준화환자(Standard Patient) 활용 시뮬레이션과 개별 피드백이 가능한 AI가 간호교육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봤다. 다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간호의 핵심인 인간적 판단과 윤리적 사고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수업에서도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쓰지 않도록 하고, 교재와 사전 학습을 바탕으로 내용을 검토하는 데 활용하게 했다. 이런 시도에는 대학의 제도적 지원이 힘이 됐다. 신 교수는 “지난해 교수학습개발원이 진행한 AI 관련 특강과 연수가 수업 구상과 적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교수학습개발원의 QUEST 교육 모델에도 선정돼 조교 지원을 받으며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혼자 맡아야 했던 과정을 대학의 지원과 함께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참여형 수업도 한층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 세밀한 학생 지원도 신 교수 수업의 특징이다. 신 교수는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학생 지도 원칙을 세웠다. 성장이 더딘 학생에게는 개별 상담으로 공부 방법을 안내하고, 과제 수행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단계별 피드백과 세분화된 평가 기준을 담은 루브릭(Rubric)을 제공한다. 매주 복습 퀴즈와 구두시험을 운영하는 것도 평가보다 배움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담을 느끼던 학생들도 학기 말이 되면 그 효과를 체감한다. “정신간호학 내용을 반복 학습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고, 매주 리뷰가 학습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언제든 질문하고, 실수 속에서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어야 진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취업을 넘어,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가로 수업 안팎의 진로 및 연구 지도도 신 교수 교육의 중요한 축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간호사의 진로가 병원 취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간호사와 공공기관 담당자 특강을 통해 다양한 진로 모델을 소개하고, 학부 시절부터 연구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며 근거 기반 간호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한다. 2025년에는 ‘기타 연주 활동이 대학생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주제로 학생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 출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학부 과정을 단순한 취업 준비가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가 앞으로 더욱 집중하고 싶은 방향도 이 같은 교육의 연장선에 있다. AI와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을 심화하되, 그 바탕에는 공감과 연대의 가치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정신건강을 함께 돌보는 지혜를 배우고, 현장에서는 따뜻한 돌봄을 실천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교육 방식은 달라져도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26.06.11
  • People
    화학공학과 조형태 교수,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 수상

    화학공학과 조형태 교수가 산업통상부가 주관한 ‘AI 팩토리 자율제조 과제 수행 성과’를 인정받아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AI 기반 공정 운영 통해 생산성 및 에너지 효율 개선 “AI는 도구, 전공의 전문성 살려야” 화학공학과 조형태 교수가 산업통상부가 주관한 ‘AI 팩토리 자율제조 과제’ 수행 성과를 인정받아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조형태 교수는 AI 기반 공정 운영을 통해 화학 산업의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기여했다. 경험적 모델에서 AI 중심 모델로 전환 2028년까지 추진되는 AI 팩토리 자율제조 과제에서 조형태 교수는 ‘납사분해공정 예측 AI 모델 개발’을 핵심 연구로 수행한다. 납사분해공정은 1,000℃ 이상의 초고온 환경에서 납사를 열분해해 에틸렌과 열분해 가솔린 등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공정 조건에 따라 에너지 소모와 수율 편차가 크게 발생하는 고난도 공정으로 꼽힌다. 조 교수 연구팀은 정유사의 납사분해공정과 관련된 설계·운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공정 상태와 결과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AI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복수의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AI 자율제조 플랫폼에 탑재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공정 최적화 기술을 구현이 목표다. 조 교수는 “고온·고압 공정일수록 작은 판단 차이가 큰 비용 차이로 이어진다. AI를 통해 공정의 불확실성을 줄여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형태 교수는 2028년까지 추진되는 AI 팩토리 자율제조 과제에서 ‘납사분해공정 예측 AI 모델 개발’을 핵심 연구로 수행한다. 기존 화학공장의 운영 방식은 수학적·경험적 모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강수량이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보일러를 경험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연료 소모와 과열 및 냉각 등의 비효율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기존 운영 방식을 데이터와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유사의 축적된 공정 데이터와 숙련자의 노하우를 AI 모델에 학습시켜 연료 사용량과 공정 효율을 동시에 최적화했다. 조형태 교수는 “AI를 활용해 이러한 노하우를 데이터로 처리해 신입 운영자도 최적 운전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AI 적용 결과 화학공장 운영비의 약 20%가 절감됐다. 특히 가로·세로 30미터 규모의 대형 보일러에 설치된 300여 개의 화구를 균일하게 제어하는 AI 기반 운전 전략을 통해 연료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조 교수는 “보일러의 양뿐 아니라 균일성이 핵심이다. 센싱 데이터와 AI 분석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전반적인 공정 효율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조형태 교수 연구팀은 AI를 적용해 화학공장 운영비의 20%를 절감하며 경험에 근거한 모델보다 AI의 효율성이 높음을 입증했다. “AI 공정 혁신으로 성장 국면 도약할 것” 조 교수는 이번 장관상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이룬 성과”라며 “더 열심히 연구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후속 과제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구상 중이다. 단일 공정을 넘어 다양한 공정에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구축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계획이다. 최근 AI는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연구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 개발된 AI 모델인 ‘알파폴드’가 혁신적 성과를 통해 노벨화학상으로 이어진 사례와 같이 복잡하고 방대한 계산이 필요한 과학 문제를 AI가 해결하며 연구 방식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주목한 조 교수는 “신물질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사전 스크리닝을 통해 반복 실험 횟수를 대폭 줄이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는 도구이기 때문에 전공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말도 남겼다. 조형태 교수는 “결국 도메인 지식이 있어야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각 전공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학원생들을 향한 메시지도 전했다. 조 교수는 “AI 도구나 깃허브의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하라.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 시도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폭이 넓어진다”며 “AI를 잘 활용하면 연구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부진한 업황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의 회복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석유화학 산업은 통상 5~6년 주기의 사이클을 보이는데, 현재는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겹치며 조정 국면에 있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공정 효율 개선이 이뤄지면 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경쟁력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은 국가 산업 기반을 이루는 핵심 분야인 만큼, AI를 활용한 공정 혁신과 자율제조 기술이 다음 성장 국면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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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호기심을 연구로, 연어 프로젝트 시즌2 시작”

    압력, 산소포화도, 혈류 실시간 측정 멀티모달 센서 개발 Q. 최근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관통하는 주제가 ‘소재의 융합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고 하는데, 어떤 방식인가? 연구자로서 새로운 소재의 개발만큼 기존에 개발된 소재와 플랫폼을 혁신적으로 통합하는 방식(Integration)에 관심을 가졌다. 소재는 목적이 아니다. 연구의 목표를 이룰 수단이다. 연구실의 이름인 ‘HIGH(Hybrid Integration for Geunine Hyper-functionality Laboratory, 하이브리드-초기능-집적화연구실)’에도 이런 철학을 담았다. 디스프레이, 메모리, 바이오메디컬, 보안 등 각 분야의 핵심 기술을 융합한다. 융합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나 보안 취약성과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연구의 방점을 두고 있다. Q. 연구 성과들을 돌아보자. 첫 번째 연구는 초소형 멀티모달 센서를 활용해 기존의 ‘급성 구획 증후군(Acute Compartment Syndrome, ACS)’ 진단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성과다. 기술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급성 구획 증후군’은 한 연예인의 사례로 알려진 질환이다. 신체 특정 부위의 근육이나 조직이 압박받으며 내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응급 질환이다. 혈류가 차단되고 조직 괴사가 빠르게 진행돼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생존율과 후유증 최소화에 결정적이다. 24시간 안에 진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마비나 특정 부위 절단까지 초래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기존의 진단은 의사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거나 주사로 간헐적인 압력 측정으로 이뤄졌다. 오진율이 높고 불확실성이 높다. 압력도 단일 압력만 측정한다. 측정값의 변동성과 환자 상태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정확성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오진이나 치료 지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연구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획 압력, 조직 산소포화도(StO2), 혈류를 동일 위치에서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멀티모달 센서 프로브를 개발했다. 센서는 직경 4㎜, 두께 1㎜에 불과한 초소형 구조다. 유연하고 생체에 적합한 소재를 사용했다. 인체 삽입에도 적합하다. 센서를 한 번 삽입하면 세 가지 생체 정보를 동시에 측정한다. BLE(Bluetooth Low Energy) 기반 무선 전송 기능으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외부 기기에 전송한다. 이를 활용해 AI 기반 진단에 활용한다. 의사의 진단을 돕고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진성훈 교수는 기업과 대학, 국내와 해외를 모두 경험한 연구자다. 그는 기관의 영향력을 살리는 연구를 통해 인류에 도움되는 연구를 수행하려 한다. 습도와 수분에 반응해 물리적 파괴되는 자기 소멸형 메모리 Q. 두 번째는 자기 소멸형 메모리 연구다. 세슘 다이오다이드(Csl) 기반의 ‘자기 소멸형 저항 변화 메모리(Resistive Switching Memory)’ 구현을 앞당길 핵심 기술이다. ‘트랜지언트(Transient)’, 즉 스스로 사라지는 기술이 핵심이다. 보안을 위한 궁극적 해법을 모색하다 태동한 기술 분야다. 2010년 이란의 접경 지역에 미국 드론이 추락했었다. 적군이 드론을 분해해 정보를 모두 확보했다. 이 사례를 통해 ‘넘어간 정보의 파괴’를 목표로 원격 자폭 메모리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물리적 해체(Physically Dissoluble)’라는 개념이 있다. 기존 메모리 소자는 전기적으로 삭제해도 일정 수준의 흔적이 남는다. 복구 프로그램이나 해킹으로 정보가 재생될 수 있다. 고습이나 물 접촉과 같은 조건에서 소자 자체가 완전히 녹아 사라지며 정보를 물리적으로 파괴한다. 응답성과 내구성도 높고, 환경친화적이며 응용 확장성도 있다. 녹을 때 잔류물 없이 완전히 용해한다. 안보, 의료, 금융, 우주 산업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군사 작전 중 회수할 수 없는 장비나 일회용 의료 진단 센서, 금융 인증 시스템, 우주 탐사용 임시 전자소자 등 고위험·고보안 환경에서 응용할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브레인 해킹(Brain Hacking)’ 시나리오에도 대응할 수 있다. 뇌에 삽입한 장치가 해킹되더라도 정보 자체를 물리적으로 녹여 사라지게 한다. 강력한 정보 보호 플랫폼이다. 환경 친화적 기술로 활용 가능성 높은, 생분해 일회용 배터리 Q.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생분해 일회용 배터리’는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응용에 대한 관심이 엿보이는데 개발 방식도 궁금하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명하다. 매일 막대한 커피 찌꺼기가 발생한다.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데, 환경에 영향을 적게 줄 방법을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생분해 배터리의 프레임 소재로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커피 찌꺼기를 다공성 구조의 프레임 소재로 가공하고, 마그네슘 합금(AZ31)과 삼산화몰리브덴(MoO3)을 전극으로 사용해 생분해되는 일회용 배터리를 만들었다. 일정 기간 사용한 후 비가 오거나 습도에 노출되면 곰팡이가 피며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60일 이내에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구조를 구현했다. 이 프레임은 단순한 전극 구조 외에도 센서나 회로 등 다양한 전자소자와의 통합이 쉬운 프레임형 구조로 설계됐다. 수거가 불가능한 지역의 환경 모니터링 상황을 상상해 보자. 마이크로플라이어(microflier)에 이 센서를 탑재해 공기 질(오존, 이산화질소 등)이나 산불 위험 지표를 감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모니터링 기간이 끝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전자 폐기물 없이 지속 가능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융합 연구는 진성훈 교수가 연구의 혁신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핵심 방편이다. 융합 연구로 연구의 혁신성과 신뢰성 확보 Q. 연구 과정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학술 연구는 세계 최초와 같은 ‘혁신성(Novelty)’이 중요하다. 산업화나 실용화 분야에서는 성능의 ‘신뢰성(Reliability)’과 ‘재연성(Reproducibility)’이 가장 중요하다. 이 둘 사이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생긴다. 구획 증후군 진단 센서 개발 과정에서는 압력 센서를 작게 만들 때 발생하는 ‘이력 곡선(Hysteresis)’ 문제가 고질적이었다. 압력이 0에서 100으로 올라갈 때와 100에서 0으로 내려올 때, 측정 궤적이 같아야 신뢰할 수 있다. 소형 센서의 경우에는 이 궤적이 달라진다. 상용화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멤브레인(Membrane) 기술을 조작하고, 폼 팩터(Form Factor)에 맞게 정밀화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센서 중 가장 높은 신뢰성을 구현했다. 새로운 물질의 개발을 넘어 기존 기술을 잘 조립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이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함을 배웠다. Q. 모두 융합 연구다. 융합 연구 역량을 기른 과정을 알고 싶다.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산업계와 학계를 모두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유연한 융합적 사고를 익혔다. 한국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존 로저스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했다. 유연 전자(Flexible Electronics) 분야의 시조 격인 연구실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재료과학 및 나노소자 융합을 연구하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국립대로 자리를 옮겼다. 국립대에서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 메모리, 바이오메디컬을 두루 아우르는 퓨전 형태의 융합 연구를 구상했다. 경험을 다시 생각해 보면 산업계는 상용화, 대학에서는 혁신성을 추구한다.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혁신을 찾는 균형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경희대로 왔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를 통합해서 세상에 없는 고성능 기술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의 학생, 단일 학문으로 평생 보낼 수 없어 공부해 대학으로 돌아오는 미래 꿈꿔 Q. 연구자로서 지향하는 미래 기술 융합의 목표와 로드맵도 궁금하다. 단기적 목표는 개발한 센서의 적용 범위를 넓히려 한다. 구획 증후군 진단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00억 원 규모로 크지 않다. 우리가 개발한 압력 측정 플랫폼 기술을 수두증(Hydrocephalus) 진단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시장은 약 10조 원 규모다. 후속 버전으로 뇌에 삽입해 뇌압을 측정하는 초소형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기존 연구의 융합이다. 예를 들면 생분해 배터리를 에너지원으로 쓰고, 트랜지언트 센서를 가진 자기 소멸형 메모리로 정보를 보호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이다. 통합 시스템을 활용해 스마트 헬스케어 및 친환경 전자기기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팀이 되겠다. 2020년에 연구 성과들을 모아 ‘엠패치아’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연구실의 기술을 논문으로만 작성하지 않고 현장에서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의 정밀성도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연구실 구성원의 성장도 보람이 있다. Q. 연구실의 인재 양성 철학이 ‘연어 프로젝트’다.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국립대에서 11년 정도 근무했다. 연구실을 꾸리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생각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연어 프로젝트’다. 학생의 진로를 기업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지금의 학생이 살아갈 시대는 한 전공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국내 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위를 받고 이후에 해외로 나가 더 공부하길 바란다. 부화 장소로 회귀해 산란하는 연어처럼 학생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실제로 국립대에서 처음 가르친 제자가 박사 학위를 마치고 국내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는 성과도 있었다. 경희대에서 이 프로젝트의 시즌2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가진 역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들을 성장시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겠다. 경희의 품에서 성장한 학생이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대학으로 돌아와 경희의 이름을 알리는 미래를 꿈꾼다. 대학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경희의 철학인 문화세계의 창조에 깊이 공감한다. 학생들이 문화를 창조하는 인재가 되도록 비전을 심는 일이 교육자로서 추구해야 할 목표다.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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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공학과 홍희기 교수, 제10회 기계설비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기계공학과 홍희기 교수가 제10회 기계설비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홍 교수는 30여 년간 논문 350여 편을 발표하고,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기계설비 분야의 리더로 인정받았다. 태양광-열 복합 시스템, 제습·냉방 기술 등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연구 “경희대에서 개발한 기술이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것” 지난 9월 17일(수) 제10회 기계설비의 날 기념식에서 기계공학과 홍희기 교수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홍 교수는 태양광-열 복합(이하 PVT) 시스템과 제습·냉방 기술 등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연구에 헌신했다.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기계설비 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 기계설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홍희기 교수를 만나 수상의 의미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었다.<편집자 주> Q. 기계설비 분야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기계설비 분야에 몸담은 40년, 경희대에서 재직한 30년 동안 재생 열에너지와 제로 에너지 설비와 관련된 연구를 이어왔다. 그간 함께 해온 성실하고 우수한 제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앞서 두 차례 장관상도 받았지만, 이번 표창은 교수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이라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Q. 대한설비공학회 회장까지 역임했던 만큼, 한국 기계설비 산업의 강점과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를 잘 아실 것 같다. 한국은 플랜트나 공장 건설 같은 대규모 설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건물 내부의 냉난방, 환기와 같은 건축 설비 분야는 건축의 일부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일례로 연구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PVT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2배, 에너지생산량은 3배 이상임에도 현장 도입이 어려운 현실이다. 제도적 개선을 통해 신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희대만의 자유로운 학풍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특히 공과대학 옥상에 설치된 PVT 시스템은 전국 유일의 실증 인프라다. 덕분에 학문적 성과가 실용화로 이어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후배 교수가 인프라를 잘 활용해 더욱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공학은 응용학문,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연구해야Q. 학계의 리더로서 산업계의 목소리와 정책 제안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 조율했는지 궁금하다. 산업계의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는 자칫 현장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반면 학회는 연구 데이터와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점을 활용해 정책을 제안했고, 학술적 접근을 통해 활발한 기고 활동을 펼치며 신뢰도 높은 목소리를 구축할 수 있었다. Q. 열에너지 분야에서 오랜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대표적 연구를 소개해달라. 학문적으로 가장 기여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연구는 ‘수정된 T-history법의 제안’이다. T-history법은 잠열을 이용한 열저장 물질의 성능을 측정하는 기술로 매우 중요하지만, 고가 장비가 필요하고 측정값의 오차가 컸다. 오차의 원인을 찾기 위해 기존 논문을 면밀히 살폈고 결정적 오류 지점을 찾아내 수정했다. 그 결과 저비용으로도 정밀히 측정 가능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 논문을 통해 시장에서 성능을 과포장하던 제품을 가려내고 학문적 정직성을 확보했다. Q. 연구자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 학문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공학은 응용학문이다. 논문은 연구와 실험의 부수적 산물일 뿐 궁극적인 연구 목표는 상용화다. 응용학문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연구를 수행했고 특허나 기술이전도 적지 않은 실적을 냈다. 이러한 생각을 제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그들이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능력 있는 실무자로 인정받길 바란다. 인류에게 이로운 연구를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그것이 변치 않는 학문적 지향점이다. 홍희기 교수는 정년 후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Q.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태양열과 태양광을 융합한 PVT 응용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발전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탄소중립 실현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복잡한 시스템을 쉽게 유지 관리하는 스마트화에 힘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년 후 연구한 기술을 직접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PVT 기술은 국내외 건설사, 설계회사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기후에 최적화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열대 기후 시장에 필수적 기술이다. 경희대에서 개발한 PVT 기술이 세계적인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적 호기심과 주도적 학습 태도 가지고 새로움을 공부하길Q. 학계의 리더로서 후학에게 제시하고 싶은 방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에게 지적 호기심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로봇과 같이 화려하고 첨단 산업에 쏠리기보다, 소신껏 학습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공부하고, 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가지길 바란다. 후배 교수에게는 강의를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부실한 강의는 연구로 만회되지 않는다. 메타인지는 교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시작해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학생들을 친자식만큼 소중히 하라’는 경희학원 설립자이신 故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새기길 바란다. Q.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요?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전공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인공지능이 있다고 한들 활용할 수 없다. 미래 기계 설비 산업은 제로 에너지 빌딩, 스마트팜,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융복합 기술을 이해하고, IoT 기반의 시스템을 유지관리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바란다. 구시대 유물처럼 들릴 수 있지만 자격증과 어학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어학은 단순히 업무를 위한 번역을 넘어 다른 문화와 정서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열쇠다. Q. 마지막으로 기계설비 산업 종사자 및 연구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기계설비 산업의 제도적 도약을 위해 선배로서 노력할 계획이다. 선진 기계설비야말로 지구온난화의 해결사라는 긍지를 가지고 연구에 임하길 바란다. 산업계의 여러 숙원 산업을 앞장서 공론화하고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선봉에 서겠다.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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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 치매 정책에 혁신을 더하다

    한의학과 조성훈 교수, 제5기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위원 위촉 한의계 대표로 참여, 치매 정책 수립에 한의학적 관점 반영 기대“치매 국가책임제서 실질적 역할 수행을 위한 학문적·임상적 근거 마련에 최선” 조성훈 한의학과 교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우리나라는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또한, 통계청은 2045년까지 전체 국민의 37.3%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고령화에 따라 치매 환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치매는 뇌전증,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 중 하나로 고령에서 발병해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한의학과 조성훈 교수가 보건복지부 산하 제5기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국가치매관리위원회는 ‘치매관리법’ 제7조에 따라 설치된 정부 공식 심의기구로, 치매관리종합계획의 수립과 평가를 비롯해 국가 치매 관리 체계의 발전 방향과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 시행 중인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제5기 위원회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관계기관 인사들로 구성됐다. 조성훈 교수는 한방신경정신과 분야의 전문성과 학술적 기여를 바탕으로 한의계 대표 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는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한의치료 기반 인지기능 연구 △정신건강 분야에서의 한의학 공공기여 확대 등 다양한 활동을 주도해 왔다. 특히 국내 최초로 고려인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우울증에 효과가 있음을 규명하고, 이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여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총 책임연구자로 활약했으며, 보완대체의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BMC 보완대체의학 (BMC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최근에는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선정되며 학술적 국제 위상도 인정받았다. 현재는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장으로 선출돼 한의학의 연구와 발전을 위한 기여를 이어가고 있다. 조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와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국가치매관리위원회 활동에서도 치매 예방 및 관리 정책 수립 과정에 한의학의 역할을 제도화하고, 통합의료 기반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이번 위촉은 한의계가 치매 관리 정책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라며, “향후 통합 돌봄과 예방 중심의 정신건강 정책 설계에 한의학이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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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꾸는 일’ 자부심으로 한식의 세계화 이끌어

    호텔관광대학이 아토믹스 박정은 대표의 특강을 개최했다.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문화의 힘’이었다. 박정은·박정현 동문 부부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는 미슐랭 2스타, 2024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세계 6위·북미 1위를 차지하며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호텔관광대학, 아토믹스 박정은 대표(호텔관광대학 02학번) 특강 개최 박정은·박정현 동문 부부, 뉴욕서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 운영해 미슐랭 2스타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세계 6위·북미 1위, “한식의 위상 상승 느껴져”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영화나 드라마, 일찍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팝 등과 같이 한국 문화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 2024년 미국의 컨설팅 업체 에이애프앤드코(Af&co)가 발표한 ‘2024 식음료 트렌드’ 10가지 중 가장 앞에 ‘한식’이 있었다. 뉴욕에서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Atomix)를 운영하며 미슐랭 2스타, 2024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세계 6위·북미 1위를 차지한 박정은 대표(호텔관광대학 02학번)가 특강을 통해 호텔관광대학을 찾았다. ‘세상을 바꾸는 문화의 힘’ 주제로 후배들 만나 박정은 대표의 초청 특강은 호텔관광대학 202호에서 개최됐다. 동문 선배의 방문에 70여 명의 호텔관광대학 후배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특강의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문화의 힘’이었는데, 박 대표는 뉴욕에 진출한 계기와 성공 과정, 한식의 미래 등에 관한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나눴다. 뉴욕에 있는 아토믹스는 전 세계 미식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파인다이닝이다. 박정은 대표는 남편 박정현 대표(호텔관광대학 04학번)와 함께 이 식당을 열었다. 박정현 대표가 총괄 셰프, 박정은 대표는 총괄 운영과 경영을 맡고 있다. 이들의 뉴욕 진출은 2012년 이뤄졌다. 한식 파인다이닝 정식당(Jungsik)에서 일하던 박정현 대표가 뉴욕 정식당에 가게 됐고, 한국의 기업에서 일하던 박정은 대표는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박정은 대표에게 뉴욕은 완연히 새로운 공간이었다. 그는 “지하철에서 다양한 언어가 들린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섞인 도시다”라며 첫인상을 밝혔다. 다양한 문화가 섞인 뉴욕은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적 분위기를 풍겼다. 처음에는 2년을 생각했던 뉴욕 생활은 길어졌고, 창업으로 이어졌다. 2016년 반찬을 메인 콘셉트로 한 아토보이(Ato boy)를 열었다. 이들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박정은 대표는 “반찬의 가치를 높이고, 문화 경험으로서 한식을 조금 재밌게 제공하고 싶었다. 한상차림의 경험을 주려 했다”라며 아토보이를 설명했다. 외국인에게 반찬은 낯선 문화다. 서양의 코스 문화와 구분되는 특성이다. 밥과 반찬의 어울림은 다른 문화에서 찾기 어렵다. 아토보이에서 시작한 도전은 파인다이닝 아토믹스를 통해 꽃을 피웠다. 박정은 대표는 스스로를 “아토믹스라는 예술을 소개하는 큐레이터”라고 말했다.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전문 영역의 고객 환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음식 격 높이는 파인다이닝, “음식이란 예술 소개하는 큐레이터” 파인다이닝에 대한 간단한 인상은 ‘비싼 음식’이라는 것이다. 박정은 대표는 “파인다이닝은 음식의 격을 높이는 문화다. 아토믹스는 음식만이 아니라 공간, 그릇 등 모든 지점에 한국 문화를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아토믹스는 2024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6위에 선정되기 전 2023년에 ‘고객 환대(the art of hospitality)’ 부문을 수상했다. 박 대표는 “저는 아토믹스라는 예술을 손님에게 소개하는 큐레이터다. 손님에 대한 환대도 중요하지만, 아토믹스의 경험을 이해시키고 전달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아토믹스는 음식과 함께 메뉴를 설명하는 카드를 제공한다. 미술 작품 옆에 붙은 설명처럼 메뉴와 연관된 셰프의 이야기와 식재료를 자세히 담았다. 여기에도 특별한 점이 있다. 한식 재료들의 표기를 한국 발음에 맞췄다. 두부는 ‘dubu’, 간장은 ‘ganjang’으로 쓰는 식이다. 이런 메뉴 카드는 손님들이 가져갈 수 있는데, 아토믹스를 여러 번 방문하면 한식에 관한 책자를 갖게 되고 추억도 간직할 수 있다. 아토믹스의 대성공과 더불어 박정은·박정현 부부의 도전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2022년 뉴욕 록펠러센터에 퓨전 한식당인 나로(NARO)를, 2023년에는 뉴욕 한인타운에 한국 술집 콘셉트의 서울 살롱(Seoul Salon)을 열었다. 록펠러센터의 요청으로 탄생한 나로는 높아진 한식의 위상을 알려준다. 기존에는 고급 아시안 식당을 입점하면 보통 일식이나 중식이었는데, 한식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며 나로가 입점했다. 서울 살롱은 한국의 술 문화를 전파하는 식당이다. 박정은 대표는 “지난겨울 서울 살롱에서 방어와 소주를 판매했다. 뉴욕의 사람들이 방어와 소주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식당의 메뉴 개발과 서비스는 나은 호스피탈리티(NA:EUN Hospitality)라는 회사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한식의 변주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세계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정은 대표는 한식의 위상을 전 세계인의 일상식으로 넓히는 꿈을 꾸고 있다. “한식, 한때의 유행 넘어 전 세계인의 일상식으로 발전해야” 박정은 대표는 한식의 위상을 한때의 유행이 아닌 전 세계인의 일상식까지 넓히려는 꿈이 있다. 1990년대 프랑스가 세계 미식의 시작을 열었고, 2000년대 초 스페인 셰프의 유명세와 함께 스페인식이 전 세계로 퍼졌다. 이후 덴마크의 유명 식당인 노마(Noma)가 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며 북유럽 문화를 알렸다. 전 세계의 미식가들이 한식을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이 한식의 골든 타임이다. 한식의 인지도와 만족도 모두 성장 중이다”라며 “문화의 성장을 위해 한식이 세계인의 일반식이 돼야 한다. 전 세계인에게 올리브 오일이 자연스러운 음식으로 퍼진 과정처럼 한식도 확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정은 대표는 특별함의 생활화를 위해 ‘교육’과 ‘연구’,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는 후배들을 향해 “여러분의 책임감이 중요하다. 우리 문화를 잘 키우며 공부하고, 이 사업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라며 “전문적이고 신체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이 분야를 공부하는 우리가 깊이 공부해야 한다. 해외의 셰프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을 정도로 전문적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도 이야기했다. 한국에 여행을 온 외국인이 한국 식당을 예약할 시에 생기는 불편을 해소해야 함을 설명한 것이다. 이에 더해 K-팝과 같은 협업의 활성화도 언급했다. 박정은 대표는 “가수들의 협업처럼 다양한 음식 분야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협업을 통해 한국의 장인들이 해외로 진출할 통로를 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박정은 대표는 도전의 가치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후배들에게도 진출 분야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를 통한 성장을 요청했다. “도전의 가치 높아, 고민을 통해 성장해야”, 후배들 응원 박정은·박정현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한다’라는 자부심이 있다. 박정은 대표는 “학생일 때는 무엇을 하고 살지, 어떻게 성장할지 답답하고 고민했다. 당시에도 취업 경쟁, 영어 점수, 학점 등 고민할 거리가 많았는데, 결국 내 마음과 열정이 중요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세상을 바꾼다는 허무맹랑한 말도, 뉴욕에서 생활하며 현실화하고 있다. 작은 도전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있다. 뉴욕의 한식당 미슐랭 수가 한국보다 많을 정도로 한식에 대한 평가가 높다”라고 밝혔다. 박정은 대표는 도전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궁금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경험과 고민의 중요성을 깨달은 듯했다. 그는 “고민이 끝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작은 도전이라도 해보고,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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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교수, 데뷔 30주년 맞아

    세계적 메조소프라노 음악대학 이아경 교수가 데뷔 30주년을 맞이해 기념 콘서트 ‘My Way’를 개최했다. 음악대학 이아경 교수,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My Way’ 개최 학생들 보며 되찾는 초심 통해 더 성숙하는 음악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흐름은 인생에 비유된다. 봄은 시작, 여름은 열정의 젊은 시절, 가을은 수확, 겨울은 마무리 등의 이미지가 있다. 음악대학 성악과 이아경 교수가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My Way’를 3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했다. 여름과 가을의 사이를 지나고 있다는 그를 만나 데뷔 30주년을 맞이하는 속마음을 들었다. ‘수녀’나 ‘간호사’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꿈꿨던 소녀에서 세계적 성악가로 성장한 이아경 교수의 속에는 후학과 동료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편집자 주> Q. 성악을 처음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성악을 전공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전공을 더 많이 생각했다. 독일어를 좋아해 관련 학과 진학을 꿈꾸기도 했고, 간호사나 수녀 등의 진로를 고민한 시간이 더 길었다. 피아노도 배웠는데, 피아노 연주보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러던 차에 선생님의 권유로 진해군항제에 나가게 됐다. 성악으로 출전해 2등을 했다. 전문적으로 배우기 전에 상을 먼저 받아 버렸다. 이후에 성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다양한 대학의 콩쿠르에서 1, 2등 상을 받으며 시작하게 됐다. 이아경 교수는 연주자로서 자신이 느낀 감동을 청중에게 그대로 전하며 소통하고 싶다. 사진은 지난 25일 개최된 데뷔 30주년 콘서트 ‘My way’의 연주 모습. 사진 제공 조지석 작가 우연한 계기로 데뷔, 조금 늦은 이탈리아 유학서 6개 콩쿠르 1위 Q.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성악을 시작한 이후 경희대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의 일이다. 서울에 있는 언니가 대학을 정하기 전에 대학들을 돌아보고 마음에 맞는 대학을 찾아보라고 했다. 입학 전형을 알아보라는 이야기였을 거다. 여러 대학을 둘러봤는데 경희대 캠퍼스에 반했다. 푸른 신록이 우거진 캠퍼스를 보는데 꼭 입학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입시를 같이 준비하던 선생님들은 다른 대학을 추천하시기도 했는데, 경희대에 엄정행 교수님과 같은 대단한 교수님들이 많은 점도 제 마음을 끌었다. 입시 과정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시험을 보러 왔는데 대부분이 서울 지역의 예술고 출신이었다. 인문계 출신으로 늦게 성악을 시작한 입장에서 감각적으로 다른 학생들과의 다름을 느끼고 있었다. 대학 입시를 잘 치르고 입학한 후에도 새롭게 다짐할 계기가 있었다. 선배들이 왜 다른 대학도 갈 수 있는데, 경희대에 왔는지 물은 일이었다. ‘왜 이런 질문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오기가 생겼다. ‘내 이름으로 경희대를 빛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학교 1학년 첫 시험에 전체 학년 중 실기 1등을 했는데, 그 시점부터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등수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Q. 대학을 졸업할 때도 전체 수석이었다. 성악가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시기는 언제였나. 수석이긴 했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발성 측면에서 완성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이런 마음 때문에 대학 때는 콩쿠르에 나가지 못했다. 대외적으로 학교의 위상을 높이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로 단정했다. 대학원을 다닐 때 인천시립합창단에서 활동했는데, 박수길 국립오페라단장께서 단원 평가 위원으로 오셨다. 평정 중에 저를 발견하시곤 바로 데뷔를 시키셨다. 1995년의 일인데,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 메노티의 ‘무당’에서 주역으로 데뷔하게 됐다. 당시에 선배님들께 ‘원석 같다. 외국서 공부하면 더 성장하겠다’라는 식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2001년에 31세의 조금 늦은 나이로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처음 이탈리아에 가서 파르마에 계신 원로 음악 코치님을 만났다. 가곡을 준비했는데, 노래 한 곡을 들으시고 나서는 공부한 국가와 배운 선생님을 물으셨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경희대 이훈 교수를 사사했다고 말하니 “이탈리아어 곡을 잘 구사하고 있다. 동양인의 목소리가 아니다”라고 평가해 주셨다. 지금까지도 소통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풀비오 보테가 코치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코칭 이후에 “가서 이기고 와!”라는 응원이었는데, 그 이후 1년 동안 총 6개의 국제 콩쿠르에서 단독 1위를 했다.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그동안의 공부를 입증했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에서 잘 배우고 있었구나’하는 확신도 생겼다. 아마도 이 시기가 제게 ‘여름’ 같은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음악적 소양을 키우며 수확을 기다리는 시점이었다. 2004년에 국립오페라단 ‘아이다’ 출연차 한국에 왔다가 귀국을 결정했다. 당시에 독일 함부르크 극장의 전속 제안도 받은 상태였다. 유럽의 에이전트도 여러 극장의 러브콜을 확인하고 더욱 말렸는데, 유학 전 한국 무대에서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었다. 성장을 시작한 토양이기에 오래도록 한국 무대에 서고 활동하는 것이 내 길이라 생각했다. 이아경 교수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 6개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한 이후인 2004년 국립오페라단 ‘아이다’ 공연을 이후로 귀국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었다”는 그는 이후 모교로 돌아와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학생 빛내주려는 소명 의식, “교수이자 선배로서 모범될 것” Q. 한국 복귀 후 2010년 모교의 교수로 임용됐다. 당시의 다짐이나 목표는 무엇이었나. 성장한 환경을 이야기해야 한다. 음악적 환경에서 크지 못했다. 성악가가 될 것으로 생각한 가족들도 없었고, 개인적으로도 단순히 노래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성악가, 교수가 목표도 아니었다. 그저 지식과 능력을 제공해 조력자로서 학생들을 빛나게 해주려는 소명 의식 정도가 있었다. 대학 교수가 됐을 때 나와 같이 기반이 없고, 한국서 성장하고 공부한 후배들에게 할 수 있다는 모범사례가 되고 싶었다. 어떤 분들은 내가 걸어온 길을 엘리트의 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걸었다. 대학 수석 졸업도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공부해서 받은 결과다. 1등이 목표가 아니었다. 대학교수도 목표가 아니었고, 길을 걷다 보니 기회가 주어졌다. 학생들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며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너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현실적 문제를 일찍 느끼고 빨리 좌절한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나도 그랬는데, 열심히 하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더라’라고 말이다. 내 성장 과정을 봐도 그렇다. 대학교 4학년 때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합창단에 들어갔다. 합창단서도 열심히 했다. 그 과정에 등급도 올랐고, 우연한 기회로 데뷔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엄정행 선생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런 도움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교수로서 나 또한 이런 조력자가 되고 싶었다. Q. 데뷔 30주년 콘서트의 제목이 ‘My way’다. 지금껏 걸어온 길을 요약하는 자리다. 30주년을 맞이하며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있는지 궁금하다. 음악가는 시간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논문은 시간을 들여 서론과 본론, 결론의 정제된 상태로 공개된다. 하지만 음악은 청중과 함께 숨 쉰다. 음악에 공감하는 청중이 형성돼야 한다. 이번 콘서트는 나의 성장을 지켜봐 주신 분들, 처음 알게 된 분들을 위한 자리다.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이 이런 모습입니다’라고 설명하려 했다. 앞으로 2~30년을 노래할 수 있을지,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콘서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100세 시대로 생각을 해보면 이제 중간을 넘었다. 음악에서도 중간 정도는 오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보다도 더 성숙할 수 있다. 목소리 건강 측면에서는 노화가 올 시기는 지났다. 보통 50세 이후면 목소리의 탄력이 떨어진다. 다행인 점은 학생을 가르치며 초심으로 돌아갈 때가 있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교육과 내 연구의 방향성을 환기하고, 꾸준히 발성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데뷔 30주년이 되니 풍경도 달라졌다. 가르친 학생들이 제자를 맞이하고, 나도 새로운 제자들을 만난다. 또 다른 인생의 서막을 연달까, 책임감이 더 많아진다. 오히려 제자들을 통해 보람을 얻고 있다. 콘서트에도 이런 마음을 담았다. 내가 부르고 싶은 곡보다 주변인들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물었고, 그렇게 연주 목록을 정했다. 관객들과 편안히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듯한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이아경 교수는 제자들에게 “지치지 말고 오래도록 음악해”라고 말한다. 오래도록 성실하게, 정직하게, 서로를 믿으며 음악할 것을 강조한다. “내가 느낀 영혼의 울림 청중에게 그대로 전해지길” Q. 향후의 목표는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꿈을 묻곤 한다. 해외로 나가 세계 무대에 서는 꿈, 5대 극장에 빨리 서는 꿈 등 꿈이 많다. 내 목표를 생각해 보면 대학에 있는 동안 꼭 필요한 사람이면 좋겠다. 대외적으로 연구자로서 책임감 있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도움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학에서 가르친 학생들이 국내외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데뷔해 활동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시기다. 함께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경희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융화해야 한다. 선배로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설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성악 분야가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성악가 이아경’이란 이름을 스스로 잘 지키면 후배들을 위한 장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원하는 순간이 있다. “노래가 감동적이었다. 뭉클했다”와 같은 말을 들을 때다. 화려한 장식을 더하기보다는 한 소절이나 한 마디를 진심으로 했을 때 벌어지는 광경이다. 내 목소리와 감정이 왜곡되지 않고 청중에게 순수한 울림으로 전달됐으면 한다. 음악은 받는 분들이 그 모양을 만든다. 내가 느낀 영혼의 울림을 청중들에게 전달하고 각자의 모양으로 기억된다. 음악 안에서 음악적 소양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다. ‘생활 속에 녹아든 음악’을 하고 싶다. Q. 후학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항상 “지치지 말고 오래도록 음악해”라고 말한다. 자질과 음성은 타고나도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노력이다. 언어, 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다. 열린 시야와 마음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성실하게, 정직하게, 서로를 믿으면서 음악을 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해야 사회인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할 수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지만, 전공자로서 전공을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는 오래도록 연구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학생 중 다른 음악 장르에 흔들리는 학생도 있다. 물론 그 분야가 맞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교육자의 눈으로 봤을 때, 지금은 아니어도 곧 영글 아이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너는 늦더라도 이 길을 걸어갈 사람이다’라고 조언한다. 음악을 하다 에고(ego)가 생기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많다. 나 혼자만의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목소리, 연주에 귀 기울이면 좋겠다.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