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부 자작자동차 동아리 KHARS, ‘FSK 2026’ E-Formula 은상‧KATECH 기술상 수상
설계 근거부터 다시 세운 KH-33… 경량화‧공력 개선으로 완성도 높여
“한 대의 차량을 만든다는 목표로”, 32명 학생이 1년간 도전
기계공학부 자작자동차 동아리 KHARS(Kyung Hee Automobile Research Society)가 ‘Formula Student Korea 2026’에서 E-Formula 부문 은상과 KATECH 기술상을 수상했다. 1985년 창립된 KHARS가 올해 대회에 내놓은 차량은 동아리 역사상 33번째 자작차인 ‘KH-33’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32명의 학생이 참여해 설계부터 제작, 검증, 주행까지 약 1년에 걸친 과정을 함께했다. KHARS 회장인 한승규 학생은 “지난 1년간 꿈꿔온 순간”이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토크로스 주행(콘으로 구성된 코스를 한 대씩 달리며 기록을 겨루는 경기)을 마쳤을 때 전광판의 현재 랩 타임과 베스트 랩 타임이 모두 KHARS로 바뀌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설계의 이유를 묻고, 근거를 쌓다
KH-33 제작에서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각 설계에 분명한 근거를 두는 것이었다. KH-33 작업 팀장인 권강민 학생은 “모든 설계 요소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설계 단계에서 세운 판단과 실제 주행 결과를 비교해 다음 차량의 개선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차량 거동과 구동계의 움직임을 사전에 분석하는 등 기존에는 활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검증 과정을 도입했다.
이러한 원칙은 전년도 차량인 KH-32에서 확인한 한계를 개선하는 과정에 적용됐다. KH-33은 경량화를 통한 차량 거둥 개선과 시스템 신뢰성 향상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차량의 무게 배분과 공력 장치를 다시 검토하고, 배터리와 전장 시스템도 재설계했다.
개별 부품의 완성도보다 한 대의 차량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었다. 권 학생은 “각자 자신의 부품이나 시스템을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 ‘33호기를 잘 만든다’는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며 “본인의 설계가 아니라 차량 자체가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파트 간 설계변수를 조정하고 협의했다”고 말했다.
오토크로스 주행 직후 전광판의 현재 기록과 베스트 기록이 모두 경희대학교 KHARS로 표시된 모습. KHARS는 ‘Formula Student Korea 2026’ E-Formula 부문에서 은상과 KATECH 기술상을 수상했다.
30kg를 덜어내며 완성도를 높이다
올해 KH-33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게다. 실제 대회 측정 기준 차량 무게를 전년도 약 255kg에서 227.5kg으로 약 30kg 줄였다. 경량화는 가벼운 소재를 활용하고, 필요한 강도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불필요한 구조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권 학생은 ‘헤드레스트’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철 소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헤드레스트 자체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동시에 주행 중 헤드레스트에 가해지는 하중을 계산해 구조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제거했다. 그는 “어떤 부품에 얼마만큼의 하중이 가해지는지를 정확히 알면 필요한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더 가볍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원칙은 프레임에도 적용됐다. 필요한 강성을 확보하면서 불필요한 길이와 부재를 줄여, 이전 차량보다 약 1.1kg 가벼운 프레임을 완성했다.
DRS로 완성한 새로운 공력 설계
KH-33에는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새로운 시도도 담겼다. 대표적인 것이 DRS(Drag Reduction System) 도입이다. DRS는 차량이 직선과 코너를 달리는 상황에 따라 뒤쪽 날개인 리어윙의 플랩 각도를 조절해 공기저항을 줄이는 장치다. 설계 단계의 시속 40km 직선 주행 해석에서는 DRS 작동 시 항력이 약 30N 감소했다.
지난해 차량에서 보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DRS를 적용했다. KH-32에 처음 공력 장치를 적용했지만, 차량을 노면 쪽으로 누르는 힘이 전륜에 상대적으로 집중됐었다. KH-33은 이를 개선해 차량 앞뒤의 공력 균형을 5대 5에 가깝게 만들고자 했다. 다만 뒤쪽에서 더 큰 힘을 만들어 내자 공기저항 역시 증가했다. 코너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직선 가속에서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DRS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 구현 과정에서는 별도의 링크 구조가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문제를 피하고자 서보모터를 플랩 내부에 넣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드라이버가 주행 중 직접 작동할 수 있도록 제어 방식도 함께 구현했다.
KATECH 기술상의 세부 평가 기준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KHARS는 차량의 완성도와 경량화, DRS를 비롯한 기술적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권 학생은 “부품 단위의 마감과 완성도가 좋았고, 코너 웨이트를 측정한 E-Formula 차량 가운데 가장 가벼운 차량이었다”며 KH-33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스터디부터 주행까지, 1년의 제작 과정
KH-33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전년도 대회가 끝난 뒤 팀을 다시 구성해 신입 부원과 기존 부원이 모여 스터디를 진행했고,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갔다. 3월부터 6월까지 프레임과 배터리 박스 등 차량 주요 부품을 제작하고 각 시스템을 검증했으며, 7월과 8월에는 실제 차량을 반복 주행하며 문제점을 찾아 보완했다.
차량 제작은 파트별로 역할을 나눠 진행했지만, 각 파트의 작업이 독립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 차량 설계에 참여하는 학생은 경험이 있는 팀원과 함께 작업하고, 파트장과 작업 팀장이 필요한 학습과 설계를 지원했다. 각 파트의 설계가 서로 영향을 줄 때에는 작업 팀장이 중간에서 이견을 조율했다. 권 학생은 “부품 혹은 시스템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량을 만들고 있다”며 개별 부품의 성능보다 차량 전체의 완성도를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대회 현장에서는 준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변수도 마주했다. KH-34 작업 팀장을 맡은 임동희 학생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출전 직전 타이어를 다시 교체해야 했던 순간을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꼽았다.
반대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내구 레이스(정해진 코스를 여러 바퀴 연속 주행하며 차량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종목) 완주였다. 그는 “이전에 참여한 두 번의 대회에서는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내구 완주를 해냈다”며 “팀원들과 함께 준비하며 쏟은 노력이 열매를 맺는 순간이라 더욱 뜻깊었다”라고 말했다.
33번째 차량의 경험, 34번째 도전으로
KHARS에게 이번 수상은 결과인 동시에 다음 차량을 위한 출발점이 됐다. 한 학생은 “2022년 금상 수상 이후 인수인계와 클래스 변경 등의 어려움으로 두 해 동안 검차 탈락을 겪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기록을 만들기 시작했고 올해 수상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에게는 좋은 추억이고, 동아리에는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올해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E-Formula 상위권 팀에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내년 KH-34 제작을 이끌 임 학생 역시 KH-33에서 이어갈 첫 번째 가치로 ‘경량화’를 꼽았다.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차량 무게를 낮추는 방향을 이어가는 한편, 현장 대응 전략과 데이터 활용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량의 거동을 데이터로 정량화해 설계와 세팅에 활용하고, 나아가 실시간 제어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도전이다.
그는 “모든 파트가 하나의 차량으로 연결되는 만큼 서로의 작업을 이해해야 더 나은 판단과 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KH-33을 통해 쌓은 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KH-34를 한 단계 더 발전한 차량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KHARS 구성원들. 왼쪽부터 회장 한승규, 조향·현가장치 파트장 임동희, 작업 팀장 권강민, 프레임 파트장 김은결, HV(High Voltage·고전압) 파트 부원 박혜인, LV(Low Voltage·저전압) 파트장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