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백범석 교수, 한국인 최초 ‘유엔 인권 싱크 탱크’ 수장 선출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 및 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 겸해
법학전문대학원 백범석 교수가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직과 개인진정실무그룹의 의장직을 맡게 됐다. 한국인 최초다. 백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돼 일하다 의장직에 도전하게 됐다. 백 교수를 만나 소감과 각 의장직의 업무, 그리고 국제기구의 일원으로 일하는 방법 등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규범 형성자(Norm-maker)’로 나아가는 상징적 진전
Q. 한국인 최초로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또한 개인진정실무그룹의 의장직도 맡게 됐다. 소감과 이번 선출이 개인과 국가에 주는 의미가 궁금하다.
먼저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과 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직을 동시에 맡게 돼 깊은 영광과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두 직책의 의장을 동시에 맡은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유엔의 체제는 평화와 안보, 발전, 인권이란 세 기둥 위에 서 있다. 각 영역은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이사회라는 주요 기구를 통해 구체화한다. 이중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는 18인의 독립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 탱크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인권 현안에 관한 연구와 권고를 제공하며 인권이사회에 자문하는 핵심 기구다.
자문위원회는 인권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부여받은 주제를 연구한다. 기간은 1년을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2년이 넘는 사례도 많다. 연구를 통해 유엔 총회가 조약을 제정하거나, 인권이사회가 특별절차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인권은 유엔 내에서도 주류는 아니다. 하지만 관련 이사회가 존재하기에 싱크 탱크로서 매우 중요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학자로서도 새롭게 부상하는 인권 의제에 관한 국제 담론을 주도하고 그 이행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의 수장이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와 더불어 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직에도 선출됐다. 해당 진정 절차는 유엔 체제 내에서 작동하는 사실상 유일한 보편적 개인 진정 메커니즘으로 평가받는다. 그 의미가 한층 무겁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한국이 케이팝이나 케이푸드와 같은 문화 영역의 소프트 파워를 넘어 인권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기반이 마련된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한민국은 오랜 시간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규범 수용자(Norm-taker)’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국제 규범을 직접 만드는 ‘규범 형성자(Norm-maker)’로 나아가는 상징적 진전을 거뒀다. 한국은 1991년 유엔에 가입했다. 이후 인권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위상을 높여 온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봐도 뜻깊다. 자문위원으로서의 활동은 어디까지나 독립 전문가의 자격으로 이뤄진다. 대한민국 국민이란 정체성을 지닌 채 국제 무대에 서게 됐다는 사실 또한 무겁게 다가온다. 직책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엔의 체제는 평화와 안보, 발전, 인권이란 세 기둥 위에 서 있다. 각 영역은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이사회라는 주요 기구를 통해 구체화한다. 이중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는 18인의 독립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 탱크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인권 현안에 관한 연구와 권고를 제공하며 인권이사회에 자문하는 핵심 기구다.
자문위원회는 인권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부여받은 주제를 연구한다. 기간은 1년을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2년이 넘는 사례도 많다. 연구를 통해 유엔 총회가 조약을 제정하거나, 인권이사회가 특별절차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인권은 유엔 내에서도 주류는 아니다. 하지만 관련 이사회가 존재하기에 싱크 탱크로서 매우 중요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학자로서도 새롭게 부상하는 인권 의제에 관한 국제 담론을 주도하고 그 이행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의 수장이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와 더불어 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직에도 선출됐다. 해당 진정 절차는 유엔 체제 내에서 작동하는 사실상 유일한 보편적 개인 진정 메커니즘으로 평가받는다. 그 의미가 한층 무겁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한국이 케이팝이나 케이푸드와 같은 문화 영역의 소프트 파워를 넘어 인권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기반이 마련된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한민국은 오랜 시간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규범 수용자(Norm-taker)’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국제 규범을 직접 만드는 ‘규범 형성자(Norm-maker)’로 나아가는 상징적 진전을 거뒀다. 한국은 1991년 유엔에 가입했다. 이후 인권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위상을 높여 온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봐도 뜻깊다. 자문위원으로서의 활동은 어디까지나 독립 전문가의 자격으로 이뤄진다. 대한민국 국민이란 정체성을 지닌 채 국제 무대에 서게 됐다는 사실 또한 무겁게 다가온다. 직책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백범석 교수는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의 자문위원회 보고관으로 일하며 해당 분야에 천착해 왔다. 이번 선출에는 그간의 학문적 노력과 실천적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 주도한 학문적, 실천적 성과 인정받아
Q. 2020년부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의장에까지 선출됐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전문성과 노력이 높게 평가받았는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이 유엔에 가입한 이후 인권이사회에서 스스로 발의해 정식 의제화에 성공한 인권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방정부와 인권’ 의제이다. 2013년 처음으로 결의안을 상정했다. 다른 하나는 2019년 인권이사회의 결의로 채택된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인터넷 등 디지털 신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국내적 논의가 활발했다. 국내 흐름을 따라 국제사회에서도 선제적으로 이 의제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당시에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의 자문위원회 보고관(rapporteur)으로 임명돼 2021년에 보고서(A/HRC/47/52)를 제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이 일상에 빠르게 침투하며 개인정보 보호, 차별, 표현의 자유, 노동권, 민주적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인권 전 영역에 걸쳐 새로운 쟁점들이 제기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4년 인공지능과 굿거버넌스에 관한 자문위원회 보고관으로 새롭게 임명돼 지난 1년 반 동안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 해당 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했고, 공식 채택됐다.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이라는 새로운 의제에 천착해 온 학문적 궤적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짐작한다. 이 주제가 국제 인권 메커니즘에서 처음 부상하던 시기부터 최근의 인공지능 논의에 이르기까지 5년여간 보고관 임무를 책임지고 수행했다. 국내에서는 피해자 권리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관한 학술적 성과를 꾸준히 쌓았고, 이러한 연구가 국제무대에서 실무로 발현된 점 역시 평가의 밑바탕이 됐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피해자 권리 및 피해자 중심주의 관련 학술적 성과를 꾸준히 도출했다. 이런 성과가 국제무대에서 실무적으로 발현된 점도 긍정적 평가의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당시에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의제의 자문위원회 보고관(rapporteur)으로 임명돼 2021년에 보고서(A/HRC/47/52)를 제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이 일상에 빠르게 침투하며 개인정보 보호, 차별, 표현의 자유, 노동권, 민주적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인권 전 영역에 걸쳐 새로운 쟁점들이 제기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4년 인공지능과 굿거버넌스에 관한 자문위원회 보고관으로 새롭게 임명돼 지난 1년 반 동안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 해당 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했고, 공식 채택됐다.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이라는 새로운 의제에 천착해 온 학문적 궤적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짐작한다. 이 주제가 국제 인권 메커니즘에서 처음 부상하던 시기부터 최근의 인공지능 논의에 이르기까지 5년여간 보고관 임무를 책임지고 수행했다. 국내에서는 피해자 권리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관한 학술적 성과를 꾸준히 쌓았고, 이러한 연구가 국제무대에서 실무로 발현된 점 역시 평가의 밑바탕이 됐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피해자 권리 및 피해자 중심주의 관련 학술적 성과를 꾸준히 도출했다. 이런 성과가 국제무대에서 실무적으로 발현된 점도 긍정적 평가의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Q. 자문위원회는 인권이사회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한다. 위원과 의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반 위원은 자신이 맡은 보고관 임무나 특정 연구 주제에 집중하면 된다. 때로는 과감한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반면 의장은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위원들의 다양한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정치적으로 외교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자리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과 국가 거버넌스를 다룰 때 디지털 식민주의(Digital Colonialism)와 같은 민감한 주제는 국가별로 견해 차이가 극명해 최종 톤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정치적 고심이 따른다. 이런 조율 과정에서 국제기구가 작동하는 거대한 방향성을 많이 배우고 있다.
자문위원회 보고관은 결의안에 따라 전 세계 국가 서면 답변, 시민사회, 대학, 국가인권 위원회 등으로부터 적게는 30개에서 많게는 70여 개에 달하는 설문 의견서를 접수해 분석한다. 전문가 패널을 소집해 청문하고 보고서를 지속해서 수정·발전시키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번 6월에 채택될 보고서도 8번의 수정을 거쳤다. 국가별 이해관계와 시각 차이 속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국제인권법은 언뜻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형성된 정치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매우 냉혹한 영역이다. 자문위원회는 유엔 회원국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인권 규범 허용 한계선(minimum standard setting)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자문위원회 보고관은 결의안에 따라 전 세계 국가 서면 답변, 시민사회, 대학, 국가인권 위원회 등으로부터 적게는 30개에서 많게는 70여 개에 달하는 설문 의견서를 접수해 분석한다. 전문가 패널을 소집해 청문하고 보고서를 지속해서 수정·발전시키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번 6월에 채택될 보고서도 8번의 수정을 거쳤다. 국가별 이해관계와 시각 차이 속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국제인권법은 언뜻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형성된 정치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매우 냉혹한 영역이다. 자문위원회는 유엔 회원국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인권 규범 허용 한계선(minimum standard setting)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새롭게 부상하는 다양한 주제, 보편성 기준으로 활동
Q. 위원장으로 주도하고 싶은 이슈는 무엇인가
자문위원회가 현재 가장 비중 있게 논의하는 영역은 단연코 ‘디지털 신기술과 인권’ 분야다. 디지털 공간에서 자행되는 젠더 기반 폭력, 허위 정보와 오인 정보의 확산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뇌신경과학의 발전이 인지 자유와 정신적 사생활에 제기하는 도전 등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신기술 전반에 걸쳐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층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회권의 실질적 이행, 플라스틱과 인권, 기후변화와 인권 등 환경 및 사회경제적 권리 영역의 의제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자문위원회가 다루는 의제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꾸준하게 확장됐다. 인권의 외연이 전통적·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장으로서 자문위원회가 단순한 학술 연구 기구에 머물지 않길 바란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인권 현안에 관해 실효성 있는 권고와 정책 제언을 내놓는 살아 있는 두뇌 집단으로 기능하도록 이끌려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인권’ 영역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이행 가능한 규범적 틀을 마련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자문위원회가 다루는 의제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꾸준하게 확장됐다. 인권의 외연이 전통적·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장으로서 자문위원회가 단순한 학술 연구 기구에 머물지 않길 바란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인권 현안에 관해 실효성 있는 권고와 정책 제언을 내놓는 살아 있는 두뇌 집단으로 기능하도록 이끌려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인권’ 영역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이행 가능한 규범적 틀을 마련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Q. 최근 기후변화,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등 새로운 유형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문위원회의 대응에 대해 듣고 싶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 세계인권선언 제27조(과학의 성과를 향유할 권리)나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ESCR, 사회권규약) 제15조에서도 과학기술과 인권의 논의는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의 디지털 신기술은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기존의 법적 규범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범적 공백’이 발생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국내에서는 ‘선허용 후규제’ 기조로 인해 논의가 다소 지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엔은 1990년대부터 관련 결의와 보고서를 120여 차례 논의하며 규범적 수렴을 이뤄왔다.
새로운 유형의 기술과 인권 문제에 대응할 때 국제사회나 유엔이 일관되게 견지해 온 출발점은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라는 명제다. 디지털 신기술은 설계, 개발, 배치, 활용 등 전 과정에서 특정한 가치 판단과 권력관계를 내포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 역시 우연한 부산물로 치부될 수 없다.
자문위원회는 새로운 인권 이슈에 대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토대로 이야기해 왔다. 첫 번째는 기존 국제 인권 규범의 적용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되, 신기술이 일으키는 새로운 위해 양상에 대해서는 규범적 공백을 식별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해 왔다. 두 번째로 인권 기반 접근(Rights Based Approach)을 견지하는 동시에 취약 집단에 미치는 차등적 영향에 관한 면밀한 분석을 강조한다. 여성이나 아동, 노인, 장애인, 이주민, 소수자 등 사회적 취약 집단이 신기술의 부정적 영향에 더 노출된다는 사실은 이미 다수의 실증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세 번째로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Duty to protect)와 더불어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Responsibility to respect)이라는 이중 축을 강조한다. 실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에 기반한 인권 실사 의무가 디지털 기술 영역과 기후변화 영역 양쪽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SG와 연관된 부분이기도 하다. 네 번째로 피해자 중심 접근법을 강조한다. 권리 침해가 발생했을 때 실효성 있는 구제 수단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알고리즘 결정에 내재한 기술적 불투명성은 구제 권리 자체를 형해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이란 거대한 두 흐름이 동시에 진행하는 지금의 국면에서 자문 위원회는 분절된 대응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교차적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국제 인권 보호 체계가 21세기적 도전에 부응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라 생각한다.
새로운 유형의 기술과 인권 문제에 대응할 때 국제사회나 유엔이 일관되게 견지해 온 출발점은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라는 명제다. 디지털 신기술은 설계, 개발, 배치, 활용 등 전 과정에서 특정한 가치 판단과 권력관계를 내포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 역시 우연한 부산물로 치부될 수 없다.
자문위원회는 새로운 인권 이슈에 대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토대로 이야기해 왔다. 첫 번째는 기존 국제 인권 규범의 적용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되, 신기술이 일으키는 새로운 위해 양상에 대해서는 규범적 공백을 식별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해 왔다. 두 번째로 인권 기반 접근(Rights Based Approach)을 견지하는 동시에 취약 집단에 미치는 차등적 영향에 관한 면밀한 분석을 강조한다. 여성이나 아동, 노인, 장애인, 이주민, 소수자 등 사회적 취약 집단이 신기술의 부정적 영향에 더 노출된다는 사실은 이미 다수의 실증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세 번째로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Duty to protect)와 더불어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Responsibility to respect)이라는 이중 축을 강조한다. 실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에 기반한 인권 실사 의무가 디지털 기술 영역과 기후변화 영역 양쪽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SG와 연관된 부분이기도 하다. 네 번째로 피해자 중심 접근법을 강조한다. 권리 침해가 발생했을 때 실효성 있는 구제 수단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알고리즘 결정에 내재한 기술적 불투명성은 구제 권리 자체를 형해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이란 거대한 두 흐름이 동시에 진행하는 지금의 국면에서 자문 위원회는 분절된 대응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교차적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국제 인권 보호 체계가 21세기적 도전에 부응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라 생각한다.
학문과 평화를 지향하는 경희의 학풍은 백범석 교수가 항상 간직하고 있는 본질과 닿아 있다. 그는 “학문이 자체로 그치지 않고 평화라는 공공선을 향해야 한다는 경희의 정신이 국제인권법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본질에 부합한다”라고 강조했다.
학문적인 자문위원회, 정치적 의견 대립하는 개인진정실무그룹 본질에 집중할 것
Q. 개인진정실무그룹 의장으로도 활동하게 됐다. 의장직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자문위원회의 또 다른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중대하고 신뢰할 만하게 입증된 인권 침해가 일관되게 반복되는 양상에 관한 개인진정사건을 심의하고 검토하는 일이다. 과거의 1503 절차를 계승한 인권이사회 진정절차는 전 세계 어느 국가의 시민이든 유엔에 직접 인권 침해에 대해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보편적 메커니즘이다. 연간 1만 5천 건이 넘는 진정이 접수된다. 중복되거나 타 기관 소관인 경우에는 걸러내고 ‘보충성의 원칙’과 ‘비공개 원칙’ 하에 철저히 심사한다.
개인진정실무그룹은 이런 사건의 심리적격을 판단하는 일차적 관문이다. 이 절차는 단순히 개인의 일회성 사건 구제를 넘어 해당 국가에 심각하고 구조적인 인권 침해 패턴이 존재하느냐를 판단하는 매우 까다롭고 민감한 작업이다. 여기서 심각성이 인정되면 통상 인권이사회 결의를 통해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같은 국가별 특별보고관이나 유엔 인권메커니즘 내의 새로운 특별절차가 만들어지는 중대한 계기가 된다. 실무그룹 내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연구자로서 그동안 피해자 권리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관해 오래 연구해 왔다. 또한 국제형사법과 이행기 정의 영역에서 피해자 보호 규범 발전을 추적해 왔다. 그러한 학문적 배경 덕분에 진정 사건을 심의함에 있어 단순한 법리적·절차적 심사를 넘어 ‘들리지 않는 인권피해자인 진정인의 목소리와 호소’가 갖는 본질적 의미를 맥락 속에서 균형 있게 살피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자문위원회가 형이상학적이고 규범적인 학술 논의의 장과 같다면 개인진정실무그룹은 치열한 정치적·실무적 논의의 장이다. 두 의장을 겸하는 동안 진정 절차의 효율성과 피해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잡아 나갈 것이다. 이는 인권의 ‘연구’와 ‘구제’라는 두 축을 유엔 메커니즘 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중요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진정실무그룹은 이런 사건의 심리적격을 판단하는 일차적 관문이다. 이 절차는 단순히 개인의 일회성 사건 구제를 넘어 해당 국가에 심각하고 구조적인 인권 침해 패턴이 존재하느냐를 판단하는 매우 까다롭고 민감한 작업이다. 여기서 심각성이 인정되면 통상 인권이사회 결의를 통해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같은 국가별 특별보고관이나 유엔 인권메커니즘 내의 새로운 특별절차가 만들어지는 중대한 계기가 된다. 실무그룹 내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연구자로서 그동안 피해자 권리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관해 오래 연구해 왔다. 또한 국제형사법과 이행기 정의 영역에서 피해자 보호 규범 발전을 추적해 왔다. 그러한 학문적 배경 덕분에 진정 사건을 심의함에 있어 단순한 법리적·절차적 심사를 넘어 ‘들리지 않는 인권피해자인 진정인의 목소리와 호소’가 갖는 본질적 의미를 맥락 속에서 균형 있게 살피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자문위원회가 형이상학적이고 규범적인 학술 논의의 장과 같다면 개인진정실무그룹은 치열한 정치적·실무적 논의의 장이다. 두 의장을 겸하는 동안 진정 절차의 효율성과 피해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잡아 나갈 것이다. 이는 인권의 ‘연구’와 ‘구제’라는 두 축을 유엔 메커니즘 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중요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Q. 업무 처리에 ‘보편성’이 중요한 잣대로 보인다. 보편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나.
국제 인권 무대에서 활동할 때 진보나 보수와 같은 국내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보편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은 지난 20여 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부터 북한 인권 문제까지 폭넓게 다뤘다. 국내의 시선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와 구제’라는 단일한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면 보편적 가치 기준을 명확히 지켜낼 수 있다. 인권의 본질은 사회에서 소외돼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세상에 들리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권리 간의 절충(Trade-off)이 발생하는 지점에서는 정당한 권리 제한과 침해 사이의 미세한 경계(Fine line)를 잡는 것이 늘 중요한 과제다. 예를 들어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이지만 공공질서를 위해 제한될 수 있는데, 이를 빌미로 국가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유엔 문화권특별보고관은 역사 왜곡을 처벌하는 법률(Memory law)을 두고 국가가 단일한 역사 서사를 강제하는 방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역사 왜곡에 대응해야 할 요청도 무시하기 어렵다. 결국 형사처벌의 범위를 어디에 둘지는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학문적으로도 법적으로 경계 설정이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물론 권리 간의 절충(Trade-off)이 발생하는 지점에서는 정당한 권리 제한과 침해 사이의 미세한 경계(Fine line)를 잡는 것이 늘 중요한 과제다. 예를 들어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이지만 공공질서를 위해 제한될 수 있는데, 이를 빌미로 국가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유엔 문화권특별보고관은 역사 왜곡을 처벌하는 법률(Memory law)을 두고 국가가 단일한 역사 서사를 강제하는 방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역사 왜곡에 대응해야 할 요청도 무시하기 어렵다. 결국 형사처벌의 범위를 어디에 둘지는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학문적으로도 법적으로 경계 설정이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경희의 학문적 풍토와 레거시, 자부심으로 자리 잡아
Q. 현재 자문위원회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는 무엇인가.
단연 뇌신경과학(Neuroscience)과 인권이다. 뇌 신호를 읽어 내거나 직접 자극하는 신경기술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을 조절하는 개입에까지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절대적 권리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적 개입은 치료라는 긍정적 목적도 있지만, 범죄 조사나 자백 강요 등 ‘이중 목적(Dual use)’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이것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다. 절대적 권리의 외연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 자문위원회 위원들 간에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중이다.
Q. ‘학문과 평화’라는 경희의 가치가 국제 인권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경희대가 오랜 시간 추구해 온 ‘학문과 평화’라는 가치는 국제 인권 무대에서 지향해 온 학문적 자세와 깊이 공명하고 있다. 인권 연구는 단순한 학술적 호기심을 넘어 인간 존엄성에 대한 깊은 존중과 평화로운 공동체 형성을 향한 실천적 관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문이 학문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평화라는 공공선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경희의 정신은 국제인권법 연구자로서 견지해 온 태도와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 인권 침해의 구조적 원인을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평화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평화로운 국제 질서의 형성은 인권의 보편적 실현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두 가치가 서로를 지탱한다.
경희학원 설립자부터 경희학원이 주도해 온 세계평화의 날 제정 등 유엔과 연계된 거대한 역사적 레거시는 본인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큰 자부심이 된다. 미래문명원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의 아낌없는 지지와 인류 사회에 대한 책무를 강조하는 교육 철학은 연구와 교육, 국제기구 활동을 병행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다. 앞으로도 대학의 이상에 부합하도록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의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학문이 학문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평화라는 공공선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경희의 정신은 국제인권법 연구자로서 견지해 온 태도와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 인권 침해의 구조적 원인을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평화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평화로운 국제 질서의 형성은 인권의 보편적 실현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두 가치가 서로를 지탱한다.
경희학원 설립자부터 경희학원이 주도해 온 세계평화의 날 제정 등 유엔과 연계된 거대한 역사적 레거시는 본인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큰 자부심이 된다. 미래문명원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의 아낌없는 지지와 인류 사회에 대한 책무를 강조하는 교육 철학은 연구와 교육, 국제기구 활동을 병행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다. 앞으로도 대학의 이상에 부합하도록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의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Q. 국제기구 경험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길 바라는지, 또 국제 무대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태도에 관해 조언한다면.
국제기구에서 축적한 생생한 경험이 강의실로 환류되지 못하면 그 의의가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 동안 미래문명원을 통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부생들이 국제기구 실무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왔다. 학생들이 현장의 공기를 일주일이라도 직접 호흡하며 겪는 변화와 자극은 강의실 안에서 한 학기 동안 전달하는 지식보다 훨씬 강렬한 학습 효과를 낳는다.
향후 여러 교육 단위에서 국제인권법 관련 교양 강좌를 개설해 인권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밀도 높은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동시에 대학원생들이 실제 국제기구의 연구 프로젝트에 긴밀히 결합할 통로를 마련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 한 사람의 학자가 고심해 작성한 보고서의 문장 한 줄이 실제 국제 규범을 형성하고 각국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격할 때 전율을 느낀다. 이 실감은 책상 위 학문이 어떻게 현실 세계의 인권을 구제하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학생들에게도 꼭 전달하고 싶은 장면이다.
국제 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자질이 필요하다. 먼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국제기구는 막연한 일반론자(Generalist)가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요구한다. 또한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다. 외국어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영어 외에 불어나 스페인어 등 한 가지 이상의 유엔 공용어를 추가로 익혀두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 된다. 문화 간 감수성(Intercultural Sensitivity)도 필요하다. 국제기구는 다양성의 집합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소통하며 합의를 도출해내는 능력이 곧 실무 역량이다.
국제 인권 영역에서의 구조적 변화는 단기간에 가시화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자신의 활동을 조망할 줄 아는 인내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학문적 엄밀성과 현장 감각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인권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삶에 관한 문제다. 실제 인권 침해를 경험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학문은 공허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국제기구 진출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인류 사회의 인권 증진과 평화 구축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향해 나가는 하나의 경로임을 늘 기억하면 좋겠다.
향후 여러 교육 단위에서 국제인권법 관련 교양 강좌를 개설해 인권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밀도 높은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동시에 대학원생들이 실제 국제기구의 연구 프로젝트에 긴밀히 결합할 통로를 마련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 한 사람의 학자가 고심해 작성한 보고서의 문장 한 줄이 실제 국제 규범을 형성하고 각국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격할 때 전율을 느낀다. 이 실감은 책상 위 학문이 어떻게 현실 세계의 인권을 구제하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학생들에게도 꼭 전달하고 싶은 장면이다.
국제 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자질이 필요하다. 먼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국제기구는 막연한 일반론자(Generalist)가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요구한다. 또한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다. 외국어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영어 외에 불어나 스페인어 등 한 가지 이상의 유엔 공용어를 추가로 익혀두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 된다. 문화 간 감수성(Intercultural Sensitivity)도 필요하다. 국제기구는 다양성의 집합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소통하며 합의를 도출해내는 능력이 곧 실무 역량이다.
국제 인권 영역에서의 구조적 변화는 단기간에 가시화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자신의 활동을 조망할 줄 아는 인내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학문적 엄밀성과 현장 감각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인권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삶에 관한 문제다. 실제 인권 침해를 경험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학문은 공허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국제기구 진출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인류 사회의 인권 증진과 평화 구축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향해 나가는 하나의 경로임을 늘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