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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산학 , 의과학
    질병의 미래를 예측해 예방의학의 길을 넓히다

    예방 중심 의료를 향한 연구와 성과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을 예측해 더 이른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다면 의료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연동건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예방 중심의 의료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디지털 헬스와 의료 빅데이터, 인공지능, 글로벌 보건을 연결해 질병의 발생과 확산, 위험요인, 미래 부담을 분석해 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연 교수는 2025 경희 Fellow에 선정됐다. 연 교수는 이번 선정에 대해 “그간의 연구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 교수는 이번 선정의 바탕이 된 핵심 성과로 글로벌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질병 예측 연구와 위험 요인 분석, 미래 질병 부담을 전망하는 모델링 연구를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IF: 58.7) 4편과 『JAMA(미국의학협회저널)』(IF: 55.0) 등 주요 학술지에 성과를 발표하며 연구 역량을 입증했다. 글로벌 질병 부담 데이터를 활용해 질환별 위험 요인과 향후 부담을 분석한 연구, 의료 빅데이터 기반 가상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의 부작용과 효능을 예측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논문 각각의 주제는 다르지만, 데이터 기반 연구가 실제 의료와 보건정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흐름이 같다. 논문을 넘어 정책과 현장으로 연 교수는 연구의 가치를 논문 실적만으로 보지 않는다. “단순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라는 것이 연 교수의 설명이다. 질병의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보건 정책을 더 촘촘하게 설계하는 데도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분석 결과를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가 보건 정책이나 임상 가이드라인, 예방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다. 연구가 논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과 연결된다. 이 같은 연구의 특성은 코로나19 시기에 분명하게 드러났다. 연 교수는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기존의 임상 연구 방식으로는 환자를 모집하고 특성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위험을 더 빠르게 예측하고 대응 근거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빠르게 수행했고, 그 결과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기 내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 가이드라인과 국내 질병관리청의 방역 정책 과정에 참고됐다. 그는 이런 연구가 공공기관의 판단과 대응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의 힘 연 교수는 오늘날의 의학 연구, 특히 데이터 기반 연구가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 데이터, 임상, 정책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해야 연구가 넓어지고, 결과도 실제 현장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연구를 설계할 때도 자연스럽게 다학제 협업을 염두에 둔다. 디지털헬스센터에는 연간 100명에 달하는 구성원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규모 연구실을 운영하는 만큼 구성원 간 관계와 협업 방식도 중요하게 여긴다. 연 교수는 “요즘의 연구는 협업이 필수”라며 “서로의 연구 방향과 강점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기보다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공동연구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바탕이 됐다. 연동건 교수가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연구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경희의 연구 환경이 만든 확장 가능성 연 교수는 연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대학의 제도적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후속 세대를 키우는 데는 개인의 지도만큼이나 대학 차원의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학부생이 논문을 쓰면 장학금을 지원하는 모자이크 장학금, 우수한 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장학 제도 등이 연구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부여가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 공간 지원도 도움이 됐다. 연 교수는 센터 운영에 필요한 공간이 확보되면서 연구실 운영이 한층 안정됐고, 연구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 여건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ast follower를 넘어 first mover로 경희 Fellow 선정 이후 연 교수가 바라보는 다음 목표도 분명하다. 지금까지 세계적 연구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며 성과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연 교수는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질문과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뜻이다. 연 교수는 개인의 연구 성과를 넘어 경희가 글로벌 연구 허브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질병의 미래를 예측하고 예방 중심 의료의 길을 넓히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2026.08.12
  • 연구/산학 , 의과학
    한의대 고성규 학장 연구팀, 네이처 계열 최상위 저널 게재

    비소세포폐암에서 GPR54–DDC 신호축이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 에너지 대사 재편에 관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이번 논문 제목은 ‘GPR54 regulates non-small cell lung cancer development via dopa decarboxylase’로 공동 제1저자는 한의학과 황현하, 이서연 박사다. 교신 저자 고 학장은 “최상위 저널에 오리지널 페이퍼를 발표한 것은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처음 있는 일이고, 한의학계에서도 드문 일이라 더욱 뜻깊다”며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논문은 한약물 재해석 암 연구센터의 대표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황현하 박사 역시 “게재가 확정됐을 때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주위에서 축하가 이어질수록 기쁨과 함께 책임감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폐암세포 성장의 ‘새 스위치’ 발견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치료 성적을 높이려면 암세포 성장 원인과 생존에 관한 핵심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GPR54라는 수용체 단백질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GPR54와 DDC가 비소세포폐암의 성장과 대사 재편을 함께 이끄는 신호축으로 작동하는 것을 새롭게 확인했다. 연구팀은 Kras 변이 유도 마우스 비소세포폐암 모델에서 GPR54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 종양 수와 병변 크기가 감소하고, 세포 사멸은 증가하며 생존 기간이 연장됐다. GPR54가 실제로 비소세포폐암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 결과는 향후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개 데이터 기반 분석에서는 GPR54가 종양 조직에서 더 높게 관찰됐고, GPR54 mRNA 발현이 높은 군에서 생존 지표가 불리한 경향이 포착됐다. DDC 역시 종양에서 높게 나타났고 생존 지표와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GPR54와 DDC가 비소세포폐암의 상태를 보여주는 바이오마커이자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고 학장은 “폐암 환자들은 치료를 시작할 때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다”며 “이번 연구는 표적치료제 반응 여부와 관계없이 주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꾸준한 몰입과 끈기로 연구 성과를 이끈 핵심 연구자”황현하 학생(한의학과 박사 과정) 논문 게재를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린 황현하 박사. 이번 연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교수님과 연구실 멤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새로운 표적 발견부터 최상위권 저널 게재까지 이번 연구는 하루아침에 나온 성과가 아니다. 고 학장에 따르면 “SH003(황기, 당귀, 과루근으로 구성된 복합 한약 제제)을 비롯한 한약물 기반 항암 연구는 10년 이상 이어온 연구 파이프라인”이다. 그동안 유방암과 폐암을 중심으로 연구를 축적해 왔고 현재는 비소세포폐암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팀이 이번 주제를 선정한 배경에는 ‘우리 약물이 실제로 작동하는 새로운 표적과 바이오마커를 직접 찾아보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기존에 알려진 기전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한약물 기반 연구가 실제로 맞닿아 있는 새로운 경로를 발견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GPR54라는 새로운 표적을 찾았고, 이것은 SH003 항암 물질 연구 파이프라인과도 밀접하게 연결됐다. 고 학장은 “이번 논문은 우리가 연구해 온 약물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의 경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논문 게재 과정도 쉽지 않았다. 연구의 완성도에 자신감을 갖고 저명 저널 게재에 도전했다. 첫 심사에서 ‘메이저 리비전(Major Revision)’이 나오자, 연구팀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보완 작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맡은 인물이 황현하 박사였다. 리비전을 준비한 4개월은 말 그대로 버티기의 시간이었다. 황 박사는 평균 수면 시간이 2시간에 그칠 만큼 밤을 새우며 데이터 보완에 몰두했다. 고 학장은 “황 박사는 주말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뚝심이 있는 연구자”라며 “막대한 예산과 대규모 연구진 없이도 좋은 주제를 선택한 선구안과 연구자들의 끈기가 더해져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연구자들을 격려했다. “융합 연구를 통한 한약물의 과학적 근거 확보, 국민적 신뢰 형성”고성규 학장(한약물 재해석 암 연구센터 센터장) 고 학장은 “이번 논문 게재로 한의대에서도 생물학과 바이오, 화학을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페이퍼를 충분히 낼 역량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한의학과 바이오의 접점을 넓혀갈 것 한약물 재해석 암 연구센터는 한약물의 효과를 현대 의생명과학 언어로 검증하고, 그 기전과 근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학장은 “암 환자들이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전후에 한방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약물의 근거와 작동 기전을 충분히 설명할 자료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센터의 목표는 한약물에 대한 신뢰도 높은 근거를 만들고, 양방과의 협력 가능성을 넓혀 국민이 믿고 한방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비소세포폐암을 중심으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GPR54–DDC 축이 실제 치료 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기존 항암제나 면역항암제와 어떤 병용 가능성을 보이는지, 또 한약물이 암 환자의 전신 상태를 악화시키는 악액질 완화와 연결될 수 있는지 등을 폭넓게 살펴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고 학장은 후배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오지에 길 하나를 낸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내가 길 하나를 냈다면, 후배들은 그 길을 넓혀 언젠가 고속도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성과가 그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약물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돕는 동시에 표적치료제·면역항암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근거와 기전을 밝히는 것이 연구팀의 목표다.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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