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물리학(Biophysics)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하택집 ES(하버드 의과대학 교수)가 의과대학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특강의 주제는 ‘고해상도 기술을 통한 의생명 연구의 진보’였다.
‘고해상도 초정밀 기술을 통한 의생명 연구의 진보’ 주제
생물물리학 세계적 석학 하택집 교수, ‘단일 분자’ 중심 초정밀 의생명 비전 제시
물리와 생물학 경계 허문 융합 연구, 미래 생명공학 및 진단 플랫폼 혁신 기대
의과대학이 5월 20일(수) 의과대학 제1의학관에서 생물물리학(Biophysics)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하버드 의과대학 하택집 교수의 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특강의 주제는 ‘고해상도 기술을 통한 의생명 연구의 진보(Advancing Biomedical Research through High Resolution Technologies)’였다. 이번 특강에는 김진상 총장을 비롯한 의과대학 구성원 등이 참여했다.
하택집 교수, 생물물리학 혁신적 방법론 소개
하 교수는 단일 분자 수준에서 생명 현상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해석하는 기술의 개척자다. 그는 특강을 시작하며 대형 생명체부터 미세한 세포, 그리고 그 안의 분자들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스케일을 생명 세계를 언급하며 공간과 시간, 복잡성을 아우르며 생명을 이해하는 생물물리학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의 연구들이 수만 개의 분자를 평균적으로 관찰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단 하나의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직접 들여다보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 핵심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킨 두 가지 핵심 기술인 ‘단일 분자 형광 에너지 전달(smFRET)’과 ‘광학 집게(Optical Tweezers)’ 기법을 소개했다.
단일 분자 형광 에너지 전달은 형광 물질을 단백질이나 DNA의 특정 부위에 결합해 두 물질 간의 거리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색상을 통해 분자의 구조 변화를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로 실시간 추적하는 기술이다. 하 교수는 대중에게 친숙한 강남스타일 댄스와 테니스 선수의 움직임에 이 기술을 비유하며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춤을 추듯 역동적으로 기능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설명했다. 광학 집게는 강력한 레이저 빛을 초정밀하게 모아 미세한 구슬을 포획하고 이 구슬에 단백질이나 DNA를 연결해 물리적 힘을 가하는 기술이다. 분자를 미세하게 잡아당겨 단백질의 작용 과정과 역학적 에너지를 측정할 수 있다.
하택집 교수는 이번 특강에서 ‘단일 분자 형광 에너지 전달(smFRET)’과 ‘광학 집게(Optical Tweezers)’ 기법 등을 소개했고,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 분야의 연구 성과 등을 공유했다.
유전자 가위의 ‘오프 타겟’ 해결, 빛으로 제어하는 ‘5차원 정밀 기술’
이날 강연에서는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의 한계 극복을 위한 최신 연구 성과도 공유됐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미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FDA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오프 타겟(Off-target, 비표적 절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전자 가위의 활동을 높이기 위해 세포 하나당 수백만 개의 Cas9 분자를 주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유전자 부위까지 무작위로 잘리는 부작용이 생긴다. 기존의 방식은 가위가 언제 자르는지 타이밍도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후속 복구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하기 어려웠다.
하 교수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빛을 쬐어주는 순간에만 유전자 가위가 활성화되도록 제어하는 초정밀 가이드 기술을 도입했다. 레이저 포커싱으로 세포 내 활성 상태의 가위 분자 수를 수백 개 수준으로 대폭 줄여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또한 한 군데의 DNA만 자를 경우에 세포가 자체적으로 기존 상태로 복구하는 특성을 고려해 표적 위치 두 군데를 동시에 잘라내 1시간 만에 80% 이상의 세포에서 원하는 유전자 결실(Deletion)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는 3차원 공간 축(X·Y·Z)을 모두 빛으로 제어하는 이 기술을 1차원적 정밀함을 넘어선 ‘5차원 정밀 기술(5D Precision)’이라고 명명하며 암세포의 DNA 복구 기전 규명과 난치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래 생명공학의 파급력, 생체 적용 한계 극복과 차세대 진단 플랫폼 개발
강연 이후에는 청중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대학원에서 유전학을 공부한다고 밝힌 학생은 유전자 가위의 발현 제어와 시간적 지속성에 대해 물었다. 하 교수는 “현재 단일 세포 단계에 국한한 성공을 넘어, 실제 조직(Tissue)이나 생체 깊은 곳까지 적용하기 위해 자외선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다각적 협업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2~3년 이내에 가시적 융합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답변했다.
특강에 참여한 김진상 총장은 전자공학자의 관점에서 깊은 관심을 표했다. 그는 초정밀 측정 및 제어 기술이 향후 DNA 합성과 해독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등 미래 생명공학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이어 진단 분야 적용을 물었고 하 교수는 현재 보스턴 어린이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환자의 혈액 샘플 내 미세 분자를 정밀 검사하는 차세대 진단 플랫폼 연구를 병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특강 이후에는 참석자와의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현장과 온라인에 모인 다수의 청중은 최신 연구 성과와 융합 연구 방법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학문 경계선에 선 연구자, 융합 연구가 만든 혁신적 성과
행사를 마무리하며 하 교수는 자신의 학문적 여정을 회고했다. 학부와 박사과정을 모두 물리학과에서 마치고 15년 동안 물리학을 가르치던 그는 생물학 분야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을 물리학자와 생물학자 사이의 경계에 선 ‘박쥐’에 비유했다. 그는 “연구가 생물학 쪽으로 치우치면 불안해지고, 물리학에만 머물면 정체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양극단 사이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이야말로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경계선에서 오는 도전을 즐길 때 비로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라며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특강을 기획한 의예과 김도경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석학을 모시고 진행한 이번 특강은 연구자들에게는 새로운 분석 방법론의 영감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미래 의생명과학의 지표를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라면서 “기초과학과 임상 의학의 융합이 만들어 내는 폭발적 시너지를 학내 구성원과 함께 경험한 뜻깊은 자리”라며 행사를 마쳤다.
이날 특강을 진행한 하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원(NAS) 회원이자 호암상 과학상 수상자다. 현재 경희대 ES(Eminent Scholar)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5월에는 김도경 교수와 함께 ‘지능형 형광체 기반 차세대 단일분자 이미징’을 주제로 한 공동 연구 논문을 세계적 저널인 『Science Bulletin』(IF=21.1, JCR 상위 4%)에 게재하는 등 경희의 글로벌 연구 역량 강화와 학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